[여적]끊이지 않는 ‘천공’ 논란

제정 러시아 말기 ‘요승’ 라스푸틴은 황태자의 혈우병을 치료해줘 황제의 신임을 얻었다. 그는 국정 전반을 좌지우지하다가, 암살당했다. 고려 말 승려 신돈은 공민왕을 쥐락펴락했고, 역모를 꾀하다 처형됐다. 조선 말기 때는 명성황후가 진령군이라는 무녀에 휘둘려 국정이 혼란스러웠다. 박근혜 정부 때는 우주와 인간을 이어주는 기운을 지녔다는 ‘오방낭’이 최순실 주도로 대통령 취임식에 등장했다. 최순실의 아버지는 영생교를 창시한 최태민으로, 최씨 부녀는 각각 박정희·박근혜 정부 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윤석열 대통령 주변에서 무속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무속인 천공은 2021년 3월 최보식 전 조선일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고비 때마다 내게 물으면 답해주고 있다”고 말해 멘토 논란에 휘말렸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경선 토론회 때 “알기는 하지만 멘토 등의 주장은 과장된 이야기”라고 했다. 그럼에도 취임 후 논란은 더 커졌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천공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천공의 제자 2명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사실이 확인됐다. 천공이 유튜브 채널에서 “영부인들이 자기 일을 찾아야 할 때”라고 했을 무렵 김건희 여사가 행보를 본격화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이 저서와 언론 인터뷰에서, 천공이 지난해 3월 대통령 관저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서울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다녀갔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4월 당시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으로부터 ‘천공의 공관 방문 사실을 보고받았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한다. 당시 육군총장 공관은 대통령 관저 후보지로 선정된 상태였으나, 추후 외교부 장관 공관이 새 관저로 확정됐다.
대통령실은 3일 “가짜 의혹”이라며 부 전 대변인과 그의 주장을 최초 보도한 뉴스토마토·한국일보 기자를 형사고발했다. 전언에 의한 것이긴 하지만, 가짜뉴스라는 말로 덮을 사안은 아니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폐쇄회로 TV 영상과 출입 명단, 거명된 인사의 당일 행적을 신속히 공개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 국민이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는 게 최선이다. 사실 여부와 별개로, 최고권부 주변에서 전근대적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 달갑잖다.
이용욱 논설위원 wood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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