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 이기는 투쟁, 그 속의 권모술수[책과 삶]
우리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임볼로 음붸 지음·구원 옮김
코호북스 | 480쪽 | 1만7000원
아프리카 마을 코사와의 땅과 물과 공기에서는 기름 냄새가 났다. 아이들은 기침과 고열에 시달리다 숨이 끊어졌다. 미국 정유회사 펙스턴의 유전 개발 이후 벌어진 일이었다. 독재 정부에 도움을 청하려 도시로 떠났던 주민들은 실종됐다. 주민들은 펙스턴 대표단을 포로로 붙잡아 사태를 해결하려 했지만, 대표단 한 명이 급사하면서 코사와에는 학살과 혼란이 일어난다.
임볼로 음붸의 소설 <우리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는 아프리카의 작은 마을이 거대 자본으로부터 권리와 자연을 지키려는 30년 투쟁사를 성별, 세대, 환경이 다른 여러 인물의 관점을 통해 보여준다. 펙스턴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는 소녀 ‘툴라’, 그의 삼촌 ‘봉고’, 어머니 ‘사헬’, 동생 ‘주바’, 그리고 ‘어린이들’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이어진다. 독자가 외부자의 관점으로 이들의 이야기를 다시 바라보는 셈이다.
음붸는 현실적이다. 코사와 주민들을 묘사할 때 ‘피해자다움’에서 벗어난다. ‘순수한 피해자’는 현실에선 존재하지 않는다. 주민들은 거짓말하고, 음모를 꾸미고, 폭력을 휘두른다. 음붸는 피해자가 연대하면 거대 자본을 물리치고 삶을 온전히 회복할 수 있다는 낭만적 희망도 심어주지 않는다. 오히려 코사와의 자손들이 미국 사회와 자본주의에 융화된 모습을 통해 착취의 구조를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이 책은 음붸의 두번째 작품이다. 주인공 툴라는 음붸의 분신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음붸는 1981년 독재 정권이 지배하던 카메룬에서 태어났다. 1998년 미국으로 건너가 공부했고 영어로 소설을 써왔다. 카메룬 이민자의 삶을 다룬 첫번째 작품 <꿈꾸는 자들을 보라>로 미국의 대표적인 문학상인 펜 포크너상을 받았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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