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마을이 출동한 ‘우는 아이 달래기’…해결사는 누구일까[그림책]

손버들 기자 2023. 2. 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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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달래기 대작전
미카엘라 치리프 글·호아킨 캄프 그림·문주선 옮김
모래알(키다리) | 40쪽 | 1만5000원

모두가 잠든 캄캄한 밤. 한 집만이 창밖으로 불빛을 내뿜고 있다. ‘나’의 동생인 아기 엘리사가 우는 통에 온 가족이 잠들지 못한 것이다.

엘리사는 고양이처럼 작게 칭얼대다가 이내 소방차처럼 세차게 울어댔다. 아빠는 엘리사를 목마 태우고 엄마는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울음소리는 점점 더 커질 뿐이다.

아기 달래기 대작전에 온 마을 주민들이 투입된다. 8층에 사는 아저씨가 이야기책을 들고 잠옷 바람으로 내려오고 2층 아주머니는 꽃다발을, 10층 아저씨는 새들을 데리고 왔지만, 엘리사는 어느 것에도 반응하지 않고 울기만 한다. 안아도 보고, 업어도 보고, 달님도 보여주고, 옷을 입혔다가 벗겨도 보고, 나쁜 기운을 막아 주는 빨간 실 팔찌도 채워 보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는다. 엘리사의 울음소리가 얼마나 큰지 지구 반대편 건물 꼭대기의 전광판에도 방송이 될 정도이다.

모두가 밤을 꼴딱 새버린 아침. 가는귀가 어두운 나의 할머니가 찾아온다. 아기를 달래느라 한숨도 못 잤다는 엄마의 말에 할머니는 “아이고 가엾은 내 강아지, 지금 너한테 필요한 건 자전거인데…”라며 아기의 발목을 잡고 두 다리를 천천히 움직여 준다. 그러자 엘리사의 엉덩이에서 집이 우주 저편으로 날아갈 것 같은 커다란 소리의 방귀가 터져 나온다. 배안이 편해진 엘리사는 울음을 멈추고 천사처럼 잠이 든다. 마을은 다시 조용해지고 아기를 달래기 위해 야단법석이었던 이웃들도 단잠에 빠져든다. 어른들의 뒤에서 이 모든 상황을 바라만 보고 있던 어린 나에게도 할머니는 베개를 건넨다. 나도 스르르 잠든다. 동생 때문에 뒷전에 밀려나 있던 어린 나의 마음을 할머니가 어루만져준 것이다.

육아를 해본 사람들은 아기가 왜 우는지 몰라 발을 동동거려본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하나의 생명을 키우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힘이 드는지도. 책은 육아의 고단함을 유머러스하게 그리며 공감을 이끌어낸다. 아이를 키울 때 부모뿐만 아니라, 여러 이웃과 경험 많은 어른의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도 보여준다. 우리 사는 세상이 왜 여러 세대가 함께 어울려 살아야 하는지도. 뉴욕공공도서관의 ‘2022년 좋은 어린이책 베스트 10’에 선정됐다.

손버들 기자 willo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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