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장을 장악한 ‘안티 페미’…백래시의 파고 어떻게 넘을 것인가[책과 삶]
백래시 정치
신경아 지음
동녘 | 272쪽 | 1만6000원
2021년 5월 대한민국은 ‘손가락’으로 시끄러웠다. 한 편의점 체인의 광고 이미지에 실린 집게 모양의 손이 발단이었다. 한 누리꾼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 손이 한국 남성의 성기 크기를 비하하려는 페미니스트들의 은밀한 표시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각종 광고와 캠페인 등에서 유사한 이미지를 찾아내고 문제제기를 해 기업·기관에 사과를 받아내거나 작업물을 삭제하게 하는 일이 잇따라 일어났다.
‘손가락 사태’라고 이름붙일 만한 상황을 두고 당시 전문가들과 언론은 ‘백래시’라 진단했다. 백래시는 여성운동 확산에 대한 반격을 의미하는 말이다. 미국 저널리스트 수전 팔루디가 <백래시>에서 1980년대 미국에서 벌어진 반페미니즘 움직임을 분석하며 대중적으로 알린 용어다. 2021년 5월 한국에서 벌어진 황당한 상황을 규정하고 이해하는 것은 이 개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신간 <백래시 정치>는 ‘백래시’를 이론의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책이다. 한국의 여성주의 운동과 이에 따른 변화를 오랜 시간 관찰해 온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가 썼다. 저자는 백래시의 개념이 팔루디의 책이 나온 이후 30년 넘게 ‘무엇이 안티페미니즘인지’ 규정하는 데 주로 사용되어 왔다는 데 문제의식을 느껴 책을 쓰게 됐다고 한다.
저자는 1990년대 후반 군가산점 위헌 판결 이후부터 오늘날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사례를 들어가며 백래시에 대해 설명한다. 2019년 초 팔루디와 전 세계 학자들이 모여 벌인 세미나 ‘백래시와 페미니즘의 미래’에서 발표한 내용도 다룬다. 안티페미니즘 세력이 정치인을 등에 업고 공론장에 진입한 가운데 백래시의 파고를 넘는 해법에 대해서도 대항 세력의 ‘연대’ 등 나름의 답을 내놓는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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