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끼리도 남자끼리도...“누구나 가슴 뛰는 사랑을 합니다”
설레는 연애 ‘LGBT’ “우리도 한다”
“드디어 이런 용기가 세상에 나오는구나.”
지난해 성 소수자 커플의 일상을 관찰하는 예능 ‘메리퀴어’ 첫방송에서 MC를 맡은 방송인 홍석천이 내뱉은 일성은 ‘드디어’였다. 지난 2000년, 자신의 동성애 성향을 세상에 드러낸 뒤 한동안 방송 활동조차 할 수 없었던 그가, 이들의 일상을 예능 소재 한복판으로 끌고들어온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니 그 자체로 사회 분위기 변화 흐름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OTT)의 등장으로 다양성이 가속화되고 있는 방송계에 LBGT(성 소수자)가 전면 등장하고 있다. 얼핏 보면 최근 몇년새 우후죽순 생겨난 연애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과 다르지 않다. 대신 참가자가 전부 남성이거나, 혼숙 중에도 동성을 데이트 상대로 지목한다는 점은 어떤 시청자에겐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드라마·영화 같은 창작 콘텐츠에 퀴어 코드가 녹아든 것을 넘어, 현실 성 소수자의 모습을 예능에서 보여주는 ‘다양성(性) 리얼리티’ 장르다.
시청자들은 오히려 ‘멋지다’ ‘감동적이다’라는 댓글로 이들을 응원했다. 꾸밈없이 조심스럽게 마음을 표현하고 상대를 배려해 반응하는 두 여성 출연자의 진정성 있는 모습이 성 정체성을 뛰어넘어 공감을 일으켰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또 예능 속 세계에서뿐 아니라 실제로도 정체성을 쉽게 드러내지 못하는 성 소수자의 모습을 은유한 듯한 연출이 현실적이란 반응이 나왔다.
다양성 예능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선을 보였다. 방송 채널이 지상파 TV뿐 아니라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으로 다양화되면서 표현의 자유가 커지고 개인화된 영향으로 해석된다. 20·30대 남성 출연자 8명이 합숙하며 연애 상대를 찾았던 웨이브 오리지널 예능 ‘남의 연애’는 TV·OTT 화제성에서도 높은 순위를 기록했고, 현재 시즌2도 제작 중이다.
일상에서 이들이 겪는 제도적 차별은 이성애자라면 보이지도 않고 느낄 수도 없는 일들이다. 결혼식을 준비하는 레즈비언 커플 가람과 승은은 본격적으로 예식장을 잡으려고 하지만, 예약 상담 전화에서부터 “전례가 없다”며 방문을 거절 당한다. 자신을 남성으로 정체화한 성 전환자 지해는 공공 수영장을 이용하려다 남녀로 구분된 탈의실 중 어느 쪽도 배정받지 못한다. 시청자들은 출연자의 아픔에 공감하고 “나라면 어떻게 반응했을까” 토론을 벌이거나 대안을 고민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성 소수자 당사자뿐 아니라 이들 주변 사람의 반응도 다양하게 조명된다. 동성애에 대해 흔히 차별과 혐오의 언어가 목소리를 키우곤 하지만, 다름을 인정하고 응원하는 이들도 수많다는 것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게이 커플의 친구로 나온 20대 남성은 동성인 친구로부터 커밍아웃을 받았을 때를 떠올리며 “살짝 당황했지만 친구인데 상관없었다”고 말한다. 레즈비언 커플의 결혼식에 부모님이 보낸 편지는 여느 결혼식 혼주의 축사와 다르지 않다.
웨이브의 예능 콘텐츠 기획을 담당하는 임창혁 책임프로듀서(CP)는 “이런 프로그램은 성 소수자를 미화하려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서 어떻게 이해할지 화두를 던져준다는 의미가 있다”며 “유사한 콘셉트의 콘텐츠가 다양한 플랫폼에서 더 좋은 기획으로 나왔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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