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은 이미 쇠락 중…그래서 지금 가장 위험하다 [Books]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3. 2. 3.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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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
마이클 베클리·할 브랜즈 지음
김종수 옮김, 부키 펴냄

앞으로 10년간 지금보다 ‘더’ 나빠진다. 미·중 패권전쟁의 앞날을 예측하는 이 책의 결론이다. 근본적인 이유는 중국몽(中國夢)이다. 중국은 지구상 단 하나의 초강대국을 꿈꾼다.

마이클 베클리 터프츠대 교수와 할 브랜즈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국방부를 비롯해 미국 국가안보 기관에 자문하고 있는 현역 외교·안보 분야 핵심 전략가다. 두 저자는 책의 원제처럼 2021년부터 2030년까지 두 나라는 위험구간(Danger Zone)에 들어선다고 예언한다.

중국의 성장세가 지속되며 국력이 비등해진 두 강대국 간 장기적 경쟁이 진행될 것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와 지정학자들 경고였다. 하지만 미국을 위한 봉쇄 지침서 같은 이 책의 진단은 다르다. 미·중 경쟁은 100년간의 마라톤이 아니라 앞으로 10년 안에 승부가 날 맹렬한 단거리 경주라는 것이다.

먼저 중국의 성장은 2020년까지였으며, 경제적으로 이미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중국의 기적을 만든 5가지는 이미 불안 요소가 됐다. 중국에 호의적인 세계, 개혁과 개방 정책, 세련된 전제 정치, 생산성에 최적화된 인구구조, 풍부한 자원의 축복은 어느새 저주로 바뀌었다. 한 자녀 정책으로 인구 재앙은 이미 가시화됐고, 자원은 줄어들며, 지정학적 환경은 적대적으로 변했다. 수렁에 빠진 중국 경제의 내재적 불안 요인이 단기적으로 중국의 무력 도발과 무모한 팽창전략을 키우게 된다.

쇠락하는 강대국의 위험은 역사가 증명한다. 가장 참혹했던 전쟁 중 몇몇은 1914년 독일과 1941년 일본처럼 정점을 지나 하락기에 들어선 나라에 의해 시작됐다.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전쟁 또한 동일하다.

현재 전 세계가 가장 두려워하는 중국의 대만침공 가능성을 이 책은 매우 높게 본다. 이미 대만 장악은 중국 대외 정책의 최우선 목표이며, 이 섬을 되찾기 위해 인민해방군 예산의 약 3분의 1을 쏟고 있다. 대만을 손에 넣는다면 세계 최고의 반도체 산업을 차지할 수도 있다. 대만은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동맹 관계를 깨뜨리기 위한 불침항모(不沈航母)가 될 수 있다.

이 책의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만나보자. 시진핑의 중국은 암울한 미래를 타개하기 위해 2030년 이전, 향후 4~5년 사이 대만을 침공한다. 미국의 정치적 혼란기를 틈타 중국은 상습적 무력 도발 끝에 중·단거리 미사일을 대만 전역의 비행장, 정부 청사, 군사 시설물과 오키나와와 괌 미군 기지에 퍼붓는다. 미 항공모함 레이건호도 탄도미사일 공격을 받는다. 대만에 은밀히 침투한 중국 특수부대는 대만 인프라를 파괴하고 최고위 지도자를 살해해 공황 심리를 조장한다. 사이버군은 전력망을 마비시키고, 미국의 위성을 도용한다.

전초전에 이어 대만 서부 해변에 상륙 작전을 개시한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규모가 크고 비용이 많이 드는 전쟁을 무릅쓰지 않고서는 중국을 멈출 수 없다. 백악관은 하와이와 페르시아만 등에 흩어진 전력을 대만해협까지 전진하려면 몇주가 걸리며 막대한 희생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미국의 선택은 하나뿐이다. 중국 주력군이 항구와 비행장에서 탐승할 때 저위력 핵무기로 타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선택은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파국적인 재앙이 될 수 있다.

따라서 10년의 위험 구간을 무사히 건너기 위해서는 두 가지 봉쇄전략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 중국의 군사 도발을 예방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중국을 국제 사회에서 배제하고 고립시키는 것이다. 미소 냉전기처럼 중국을 외톨이로 만들기 위해선 미국을 중심으로 우호 세력을 결집해야 한다. 이미 이 책의 전략 중 다수는 추진 중이다. 중국 IT 대표기업 화웨이와 ZTE를 서방에서 퇴출했고, 반도체 공급망 배제도 이뤄지고 있다. 군사적으로는 대만의 방어력을 키우며 미국의 태평양 전력을 대만 인근으로 전진 배치하고 있다.

다행히도 길고 확실한 싸움에서 시간은 미국 편이다. 저자들은 러시아의 전쟁이 시작한 해에 중국과의 전쟁을 경고하는 책을 쓴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공세로 인해 중국을 성공적으로 봉쇄하는 일이 더욱더 필수적인 과제가 되었다.” 중국이 러시아를 따라 아시아에서 팽창을 꾀한다면 유라시아 대륙은 전체가 전장이 되며, 미국은 다시 2개의 전쟁을 치러야 한다. 전선이 넓어진다면 미국이 적에게 압도당할 수 있으며, 전후 국제 질서는 붕괴한다. 중국 경제는 러시아보다 10배나 크고, 국방예산은 4배에 달한다.

최강대국 간의 패권 이행기에 전쟁이 일어난다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대해서도 이 책은 실상을 호도한 오판이라고 꼬집는다. 전쟁은 상승하는 국력에서 나오는 자신감이 아닌, 하락세의 불안감이 폭발시킨다는 분석에서다. 저자들은 맥아더 장군의 말을 인용하며, 위기에 대비할 것을 주문한다. “전쟁에서 패배한 역사는 두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너무 늦었다’는 말이다.” 이 책이 진단하는 두 나라 간 갈등의 결정적으로 중요한 순간은, 지금이다.

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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