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돈만 밝히고 애사심 없겠지”…폭력의 시작은 선입견 [Books]

박대의 기자(pashapark@mk.co.kr) 2023. 2. 3.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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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MZ들
킴 스콧 지음, 석혜미 옮김, 청림출판 펴냄

제목만 보고 판단하기엔 이르다. 이 책은 특정 지역에 사는 새로운 세대의 색다름을 소개하기 위해 쓰인 것이 아니다. 여느 책들처럼 나이 든 세대에 젊은 세대를 이해해야 한다고 가르치려는 것도 아니다. 나이는 물론 성별, 담당업무, 직급 등과 관계없이 조직에 몸을 담고 있는 자라면 누구든지 이 책이 겨냥하는 대상이 된다.

‘실리콘밸리의 팀장들’에서 ‘완전한 솔직함(Radical candor)’을 강조하며 진정한 리더십을 설파한 킴 스콧이 이번 책에서는 ‘공정한 직장(Just work)’에 대해 이야기한다. 회사를 머무르고 싶은 조직으로 만들기 위해 구성원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담은 매뉴얼이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담으로 책을 시작한다. 그는 1991년 23살에 한 사모투자사에 취업했다. 첫 직장이었던 그곳에 직원은 거의 다 남자였다. 그는 직장 상사의 온갖 성희롱을 감내해야 했다. 모두가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기면 끝나는 일’ 로 치부하는 분위기 속에서 그는 피해자임에도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문제는 연봉 협상 때 벌어졌다. 그는 자신의 연봉이 시장 평균보다 낮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상사에게 올려 달라고 요구했다. 상사는 분노했다. 상사는 젊은 여성에게 공격받았다는 사실에 열을 받았는지 눈앞에 놓인 객관적 자료를 보고도 감정적인 발언만 쏟아냈다. 결국 이직을 결정하고 퇴사를 통보하자 상사는 “돈만 밝히는 애사심 없는 여자”라며 그를 비난했다.

혼란했던 첫 직장에서의 경험은 그가 경영대학원에 진학하는 원동력이 됐다. 그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방법에 대한 지적 호기심과 개인적인 경험을 이론적으로 통합하는 연구에 몰입했다.

그는 직장 불평등이 선입견과 편견, 따돌림, 차별, 언어적 폭력, 신체적 침해 등 여섯 가지 문제로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그중 의도가 없는 무의식적인 선입견과 선입견에서 출발한 잘못된 고정관념이 굳어진 편견, 의도적이고 반복적으로 타인에게 해를 끼치거나 모욕을 주는 따돌림이 근본 원인이다. 여기에 권력의 불균형이 더해지면서 차별과 폭력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저자가 겪은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고 그 속에 등장하는 리더와 관찰자, 피해자, 가해자 등 모두의 대응 방식을 모색하면서 독자들에게 현재 위치를 일깨우게 한다. 독자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저자가 제시하는 해결 방안을 통해 문제와 직면할 수 있게 된다.

저자는 리더가 ‘공정한 직장’을 만드는 과정을 직원들에게 편의를 봐주는 개념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직원들이 일을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결국 그 혜택은 리더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피해자에게는 모든 부담을 짊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관찰자에게는 방관자가 아닌 조력자가 될 것을 권한다. 가해자에게는 자신의 행동이 어떻게 팀의 협동력을 해치는지 인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모두가 협력하고 서로의 개성을 존중하는 환경을 위해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이 조직을 와해하는 장애물을 없애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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