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 경영 막오른 제지업계…먹거리 찾기 분주
조성민 한솔 상무, 친환경 소재 및 신사업 이끌어
이도균 무림 대표, 그룹 미래 먹거리 펄프몰드 사업 주도
최현수 깨끗한나라 대표, 조직개편 통해 흑자전환 성공
단우영 한국제지 부회장, 판지 산업 투자로 성장 동력 창출
제지업계의 오너 3세들이 경영 전면에서 활동 보폭을 넓히며 새 먹거리 찾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보수적 조직으로 통하는 제지업계에서 유학파 출신의 30∼40대 젊은 경영자들이 주요 사업을 주도하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지 주목된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솔그룹 조동길 회장의 장남 조성민(35) 상무는 지난달 제지업계 신년인사회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 경영 행보에 속도를 내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조 상무는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증손자다. 아버지인 조 회장은 이 회장의 장녀 고 이인희 전 한솔그룹 고문의 셋째 아들이다.
조 상무는 연초 서울 중구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제지·펄프업계 신년인사회’에 한솔제지 관계자들과 함께 참석해 ‘기획담당 임원’이라고 적힌 명함을 돌리며 얼굴을 알렸다. 당시 현장에 있던 인사는 “조 상무가 선배 경영인들에게 먼저 다가와 인사를 하는 등 소탈한 매력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조 상무는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자산운용사 애널리스트로 일하다 2016년 9월 한솔홀딩스에 입사했다. 2019년 주력 계열사인 한솔제지로 이동해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2021년 임원 승진 후에는 그룹의 미래 먹거리인 친환경 소재와 신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 상무가 친환경 신소재 개발 등 신사업을 주도하며 내부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무림그룹의 경우 이무일 창업주의 장손인 이도균(45) 대표가 2020년부터 회사를 이끌고 있다. 창업주 장남이자 이 대표 부친인 이동욱 회장은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한발 물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뉴욕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이 대표는 2007년 무림페이퍼 영업본부로 입사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 대표가 제지사업본부와 전략기획실 등을 거치며 14년 간 경영 실무를 쌓았다”며 “2010년에는 그룹 주력 계열사인 울산 무림 P&P 일관화공장 건설 현장에 직접 근무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에서 국내 최초의 펄프와 제지 공장 준공을 무사히 완료했다. 국제 펄프가격 급등 등으로 실적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최근 그룹 미래성장 동력인 펄프몰드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펄프몰드는 접시나 도시락 용기, 테이크아웃 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는 100% 국내산 천연 생(生) 펄프다.
종합제지 업체 깨끗한나라도 최병민 회장의 장녀인 최현수(여·44) 대표가 경영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최 대표는 미국 보스턴대에서 심리학과 순수미술을 전공했으며, 2006년 회사에 입사했다. 이후 경영기획실장, 경영기획담당 상무, 부사장 등을 거쳐 2020년 사장 자리에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최 대표가 경영 성과를 통해 회사 안팎으로부터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2017년 깨끗한나라 생리대 파동 당시 실적 개선이라는 중책을 맡고 대표 자리에 오른 그는 사업 구조조정, 조직체계 개편 등을 통해 흑자 전환을 성공 시켰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기에는 마스크, 손 소독제 등을 발 빠르게 출시하며 위기에 적절히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현재 회사 최대주주가 최 대표의 남동생인 최정규(32) 이사여서, 업계에선 장남과 장녀의 경영 승계 경쟁이 본격 시작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제지 역시 단재완 한국제지(해성그룹) 회장의 장남인 단우영(44) 부회장이 현재 그룹을 이끌고 있다. 그는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2008년 한국제지에 입사했다. 복사용지 브랜드 ‘밀크(miilk)’를 성공적으로 론칭해 입사 2년 만에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해성그룹 내 주요 계열사를 두루 거치면서 10년 넘게 경영 수업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단 부회장은 한국제지의 사업구조 재편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원창포장공업 인수를 시작으로 백판지 기업인 세하 등을 잇달아 사들였다. 세하는 국내 백판지 시장에서 15% 내외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빅3 기업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쇄용지 등 제지 산업에 주력했던 한국제지가 판지 산업으로 중심축을 옮긴 것은 산업 트렌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한 결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최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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