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커버스터] 김정은판 미사일 쇼케이스…그런데 가짜가 있다?

김아영 기자 2023. 2. 3.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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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열병식, 카운트 다운은 시작됐다
SBS 통일외교팀 김아영입니다. 외교 안보 뉴스의 핵심을 정밀 타격하듯 풀어 드리는 벙커버스터입니다. 총성 없는 전쟁이라고 불린 냉전 시기 미국 정보 당국은 소련이 이른바 전승절에 개최한 이걸 분석하는 걸로 그들의 군사력과 속내까지 분석했다고 합니다. 바로 열병식 이야기입니다. 냉전은 종식됐지만 미국과 중러 간 갈등이 심화하면서 동북아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선 신냉전의 바람이 다시 불고 있죠. 그리고 우리 가장 가까이에는 당시의 소련처럼 열병식을 통해 많은 걸 이야기하고자 하는 곳이 있습니다. 북한입니다. 오늘은 지난 연말부터 북한이 꽤나 대대적으로 준비해 온 이 열병식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하려 하는데요. 디데이를 향한 카운트 다운은 이미 시작된 상탭니다.

위성으로 딱 걸렸다…D-day 임박했나


4월 25일 10월 10일 그리고 90과 75. 암호 같은 이 숫자들의 공통점, 북한이 김일성 광장에서 열병식을 열었을 때 만들어 보인 숫자라는 겁니다. 각각 이른바 항일 빨치산 즉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또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연 대규모 정치 행사였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민간위성에서 북한이 이런 걸 만든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2월 8일 그리고 75란 숫잡니다. 이달 8일은 북한 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일입니다. 그래서 북한이 이때쯤 열병식을 하려고 한창 준비하고 있다는 걸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지난해만 해도 80발 넘게 미사일을 쏘아 올리더니 올해 들어선 다소 잠잠한 분위기인데 어쩌면 이날에 집중하기 위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공격을 받으면 백배 천배로 때릴 보복 능력을 강조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를 향해 혹은 북한에 여전히 큰 관심이 없어 보이는 바이든 미국 정부를 향해 북한은 과연 무엇을 보여주려는 걸까요?

북한판 미사일 쇼케이스…히든카드는?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해 선글라스에 가죽 자켓까지 차려 입고 미사일 발사장에 나타났던 장면 기억하실 겁니다. 북한이 이 영상에서 보여준 게 이른바 괴물 ICBM으로 불린 화성 17형이었는데요. 당시엔 다른 걸 쏴 놓고 영상을 짜깁기했다는 게 우리 군의 판단이었는데 어쨌거나 이 ICBM이 처음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자리가 바로 2020년 열병식이었습니다.
[조선중앙TV] (2020년 10월)
"위대한 영장의 품에서 태어난 뜨거운 생명체 화성!"

2021년 열병식에선 북극성 5-ㅅ이라고 적힌  새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선보이기도 했거든요. 그러니까 열병식은 북한이 자랑하고 싶은 신형 무기를 선보이는 쇼케이스 현장 같은 곳입니다.
[김동엽/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소위 듣지도 보지도 못한 무기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무기들의 비율이 점점 늘어나는 거예요. 심지어 2020년 와서 80%가 신무기라고 주장하는 거거든요. (실제) 그 정도까지는 아닐지라도 전술 전략 무기들이 대거 등장하는 건 열병식의 가장 마지막 순서에 섭니다. 북한도 하이라이트를 의식하고 있다는 얘기인데 당연한 순서 아니냐 싶지만 원래부터 이런 식으로 배치됐던 건 아닙니다."
[김동엽/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천년대 후반에 딱 무기들을 보여주는 것을 뒤쪽으로 몰아버려요. 그건 정말 무슨 뜻이냐 콤팩트한 그 부분을 뭔가 보여주겠다는 거거든요."

보병 대열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핵배낭이 등장하기도 하고 때론 양복 차림으로 총을 든 국가보위성 요원들이 등장하기도 하죠. 평소 쉽게 드러나지 않던 북한 체제의 면면을 엿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인 겁니다. 어쩌면 서울 상공까지 무인기를 날려 보낸 누군가도 이번 열병식에 참가할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런데 가짜가 있다? MOCKUP 논란 살펴보니


그런데 북한이 열병식을 하고 나면 논란들이 종종 생깁니다. 이른바 가짜 미사일을 동원했다는 거죠. 가끔 이런 류의 악평도 쏟아집니다.
[열병식 관련 외신 보도] (2012년 4월)
"이건 일종의 재진입체 탄두인데요. (진짜라면) 대기권으로 돌아와서도 살아남아야 하죠. 매우 단단하고 매우 매끄러워야 합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죠. 어설퍼요.'

사실 북한이 발사에 성공한 화성 17형도 처음엔 가짜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실물 크기의 모형 이른바 mockup이라는 건 북한 뿐 아니라 다른 나라 열병식에서도 충분히 사용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게 실물이 아니라고 해서 웃고 넘어갈 사안은 절대 아니라는 이야기죠.
[김동엽/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어느 정도 이미 완성이 됐거나 개발을 어느 정도 진행 중인데도 불구하고 가지고 나왔는데 안이 사실 비어 있는 경우가 있고요. 두 번째는 정말 모형이에요. 이건 뭐냐 하면 정말 북한이 개발에 착수하거나 앞으로 보여줄 것을 예측하고 만든 무기들이예요. 이런 것들은 정말 깡 철통인 거죠. 근데 이런 것들이 예를 들면 전부 의미 없는 게 아니라 어떤 샘플들인 거예요."

샘플들을 통해 북한이 개발할 방향을 먼저 제시할 수 있다는 겁니다.
[김동엽/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발사까지) 짧게는 6개월 6개월도 안 걸리는 경우가 있어요. (열병식 이후에) 실제 시험 발사를 하는 경우가 대단히 많았던 거죠."
 

열병식 ‘과시’의 역설…나 홀로 프로파간다


이런 열병식 물론 북한만 하는 건 아닙니다. 중국도 하고 러시아도 합니다. 주로 성대하게 하는 건 사회주의 국가들이지만 분단 상태인 우리 역시 여전히 열병식을 하는 곳이죠. 지난해 국군의 날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열병 차량에 올라서 사열을 하기도 했습니다.
[국군의날 행사] (2022년 10월)
"복합 다층 방어체계 핵심 패트리어트입니다."

그런데 북한이 열병식을 했다 하면 특히나 많은 관심을 받는 편입니다. 무기를 어느 수준에서 공개했는지 또 어느 수준의 메시지를 냈는지를 통해서 북한의 대외 전략 기조를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일성 시기만 해도 북한의 열병식은 지금보다 내부적인 성격이 더 강한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김정일 시기를 거치면서 이게 상당히 많이 바뀐다는 분석입니다. 소련이 붕괴된 게 결정적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자신들을 대신해  미국을 겨냥해 왔던 큰 형님이 사라진 것이죠. 결국 사회주의 국가들이 붕괴하고 마치 섬처럼 남은 북한으로서는 이제 스스로 목소리를 내야 하는 처지가 된 겁니다. 급기야 핵 개발로 대북 제재까지 강화되면서 열병식은 대외 메시지를 전하는 창구로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되어 왔다는 분석입니다.
[김동엽/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일반적으로 선진국 이런 데는 이런 행사가 많이 없죠. 그러니까 그런 것들을 굳이 보여줄 필요가 없는 건데요. 사실 어떻게 보면 역설적으로 조금 부족하고 인민들을 좀 설득해야 되고 또 경제적으로 좀 부족한 측면이 강한 나라일수록 이런 군사적인 행동이나 이런 것들을 할 가능성이 많은 거죠."
 

김정은의 최애 행사?…엄지척 이유는


북한은 김정은이 열병식 총감독까지 했다면서 그 과정을 기록영화로 일일이 다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최고지도자가 애착을 가진 행사란 이야기겠죠. 열병식에서는 인민들을 향한 중요한 메시지도 발표됩니다.
이런 야심 찬 선언을 했지만.
[김정은 총비서 연설] (2012년 4월 열병식)
"우리 인민이 다시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며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자는 것이 우리 당의 확고한 결심입니다."

자신의 통치력이 부족하다며 눈물을 보이는 공간이 되기도 합니다.
[김정은 총비서 연설] (2020년 10월 열병식)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 아직 노력과 정성이 부족하여 우리 인민들이 생활상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동엽/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단상의 최고 지도자가 있고 주석단이 있잖아요. 그리고 밑에 저 뒤쪽으로 북한의 주민들 인민들이 쫙 서 있죠. 사실 어떻게 놓고 보면 비대칭적인 어떤 지배적 관계와 피지배 관계에 딱 놓여 있는 거예요. 사실요. 거기에서 본인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거죠. (그렇게) 거대한 정치적 장으로서 활용하고."

김정은은 집권 이후 11번의 열병식을 모두 참석했습니다. 그만큼 열병식은 1호 행사로서의 성격이 강합니다. 은둔의 지도자인 김정일이 유일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공개한 행사 역시 열병식이었을 정도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1992년 4월 열병식)
"영웅적 조선인민군 장병들에게 영광 있으라."

북한 경제가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나름대로  주민들의 안보 불안을 해소하고 경제 성과 내는데 박차를 가하라는 의미도 있을 겁니다.

북한이 이번에 어떤 메시지로 어떤 비밀 무기로 등장할지는 지켜봐야겠습니다. 다만 우려스러운 건 북한의 2월 행보는 1월과는 어쩌면 좀 달라질 수 있단 겁니다. 북한이 5, 10단위로 꺾어지는 해 기념하길 좋아하는데 김일성이 군의 현대화 요새화를 지시하며 '일당백' 구호를 제시한 지 오는 6일이면 딱 60주년입니다. 8일은 인민군 창건 75주년이죠. 김정일 생일도 곧 다가옵니다. 중요한 날들을 분기점 삼아 도발을 일삼아왔던 북한이 이번에는 어떤 카드를 준비하고 있을지 우리 군의 시선은 지금 평양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올해 핵 무력과 국방 발전의 변혁적 전략을 채택했다고 선언한 상태입니다.

김아영 기자nin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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