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회장 선임은 총체적 실패”… 금융당국은 ‘부글부글’
“우리금융그룹 회장 선임은 총체적인 실패입니다. 회장 후보자 선발 과정부터가 엉망이었죠.”
금융당국 최고위급 관계자 A씨는 며칠 전 우리금융지주 신임 회장 선임 과정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금융당국이 보기에 우리금융과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가 새 CEO(최고경영자) 후보를 선발하고 논의하는 과정 자체가 완전히 잘못됐다는 이야기다. 이 고위 관계자의 발언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1월 말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강조한 “공정하고 투명한 지배구조”와 거리가 먼 행태가 보였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3일 우리금융그룹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신임 회장 내정자로 최종 결정했다. 임추위는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장을 역임하고 5대 금융그룹 중 하나인 농협금융의 회장직도 2년간 수행하는 등 민관을 두루 거친 금융전문가로서 우리금융그룹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다양한 역량을 갖춘 적임자”라고 차기 회장으로 선임한 이유를 밝혔다. 그런데 임 내정자를 바라보는 금융당국의 시각은 ‘관치’라는 말이 무색하게 우호적이지 않다. 나아가 임 전 위원장이 신임 회장으로 내정된 과정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A씨는 ‘임종룡 전 위원장이 유력 후보인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왜 임종룡 전 위원장이 되는 게 안되느냐”고 반문했다. 임 전 위원장이 유력 후보가 되고 회장에 선임된 것 자체는 반대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하지만 “임추위가 제대로 회장 후보를 선발했어야 했다”며 선임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헤드헌팅 업체 등에 외부 출신 후보 선발을 맡긴 것부터 제대로 된 후보자를 발굴하지 않겠다는 행태 아니었냐는 얘기다.
임종룡 전 위원장과, 이원덕 우리은행장의 2강 구도였던 우리금융 새 회장 경쟁에서 금융가 안팎에서는 ‘임 전 위원장을 누가 미는지 알 수 없다’는 말이 나왔다. 대통령실이 임 전 위원장을 낙점했다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았기 때문이다. 임 내정자는 ‘모피아’로 불리는 옛 재정경제원(현 기획재정부) 금융관료 출신이다. 한덕수 국무총리,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최상목 경제수석 등 기재부 출신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윤석열 정부 출범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검토되었지만, 본인이 고사해 입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임 내정자에 대한 지원은 그리 명시적이지 않았다. 2013~2015년 경쟁회사인 NH농협금융 회장을 역임한 데다, 2015~2017년 금융위원장을 맡았기 때문이다. 6년 만에 금융계 복귀를 10년 전에 맡았던 금융지주 회장직으로 하는 모양새였다.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던 금융사 지배구조 선진화 기조에 잘 들어맞지 않았다.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처럼 2021년 대선 캠프에서 활동해 윤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것도 아니었다. 윤석열 정부 입장에서 명분과 실익이 모두 없는 셈이다. 모피아들이 연봉 11억원(2021년 손태승 회장 급여 기준·스톡옵션 제외)의 일자리를 나눠 갖는 걸 방조한다는 비판을 피하기도 어려웠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26일 우리금융 회장 선임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의견을 피력한 건 이러한 배경에서다. 당시 이 원장은 “적어도 주주가 객관적 기준을 물었을 때 사후적으로 검증 가능한 정도의 기준이나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이 시간 내에 그게 가능한지 등은 판단하기 어려워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선진 금융기관을 보유한 나라의 운영을 보면 이사회에서 경우에 따라 회장 결정을 유보할 수도 있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으로 후보를 형성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임종룡 선임을 반대한 것이다.
임 내정자의 선임으로 윤석열 정부의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정책은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됐다. 또 임 내정자와 우리금융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과 어떻게 관계를 개선할 지 숙제를 안게 됐다. 임추위의 회장 선임 절차부터 드러난 거버넌스 문제를 ‘관치’ 꼬리표가 따라다닐 임 내정자가 어떻게 개선할지 관건이다. 또 윤석열 정부 내의 핵심 엘리트 집단인 검찰 출신과 기재부 출신의 갈등과 대립이 금융사 CEO 인사를 두고 표면화된 것을,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어떻게 풀어나갈지도 과제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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