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차기 회장에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관치 금융’ 우려 현실화

최희진 기자 2023. 2. 3.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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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차기 회장에 내정된 임종룡 전 금융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64)이 3일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낙점됐다. 사실상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손태승 현 회장이 물러난 후 임 전 위원장이 회장에 내정된 데다, 임 전 위원장이 기획재정부 차관과 금융위원장 등을 지냈다는 점에서 ‘관치금융’, ‘모피아 낙하산’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노동조합협의회는 임 전 위원장에 대해 ‘모피아 올드보이’라고 비판했다.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2차 회장 후보군(숏리스트)에 올랐던 신현석 우리아메리카 법인장, 이원덕 우리은행장, 이동연 전 우리FIS 사장, 임 전 위원장 등 4명을 대상으로 이날 2차 심층 면접을 실시하고, 임 전 위원장을 최종 후보로 추천했다.

임추위는 “임 전 위원장은 우리나라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장을 역임하고, 국내 5대 금융그룹 중 하나인 농협금융의 회장직도 2년간 수행하는 등 민관을 두루 거친 금융전문가”라며 “우리금융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다양한 역량을 갖춘 적임자”라고 말했다.

이어 “임추위 위원들은 대내외 금융환경이 불안정한 시기에 금융시장뿐 아니라 거시경제와 경제정책 전반에 폭넓은 안목을 갖춘 임 전 위원장이 안정적인 경영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데 뜻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임 전 위원장은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주신 임추위 위원님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아직 주주총회 절차가 남아있지만, 제가 회장에 취임하면 조직 혁신과 기업문화 정립을 통해 우리금융이 시장, 고객, 임직원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그룹으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위원장은 이달 열리는 우리금융 정기이사회와 다음 달 개최될 예정인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임기 3년의 회장으로 선임된다.

우리금융 차기 회장 자리는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가 라임 펀드 사태와 관련해 손태승 현 회장에게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의결한 이래로 금융계 안팎의 관심거리였다. 다음 달 임기가 끝나는 손 회장이 연임에 도전하려면 금융당국을 상대로 징계 취소 소송을 제기해야 했는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이 ‘물러나라’는 뜻을 여러 차례 내비쳤기 때문이다.

손 회장은 임추위의 차기 회장 후보 추천 절차가 본격적으로 개시된 지난달 18일 결국 사의를 밝혔다. 손 회장은 연임 의지가 강력했으나, 우리금융 이사회 내에 손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여론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959년생인 임 전 위원장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해 옛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 경제정책국장, 기획재정부 제1차관, 국무총리실장 등을 역임했다. 임 전 위원장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하며 민간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박근혜 정부 때이던 2015년 3월 금융위원장을 맡았다. 2020년 7월부터 법무법인 율촌의 고문을 지냈다.

우리금융 안팎에선 금융당국 수장을 지냈던 임 전 위원장이 자신이 지휘·감독했던 금융지주의 회장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에 대해 비판이 나오고 있다.

우리금융노조는 임 전 위원장이 1차 후보군(롱리스트)에 올랐을 때부터 반대 목소리를 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우리금융노조는 지난달 25일 기자회견에서 “23년 만에 완전 민영화를 이룬 우리금융이 모피아 올드보이의 놀이터로 전락할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노조는 “임종룡은 금융위원장에 재임하며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해 진입 장벽은 대폭 낮추면서 투자자 보호, 시스템 리스크 방지 등을 위한 규제는 갖추지 않은, 정책 실패의 주범”이라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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