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로 보여서”…북한산 길가서 소변보던 택시기사 쏜 70대 엽사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robgud@mk.co.kr) 2023. 2. 3.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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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도로 인근 야산에서 소변을 보는 택시 기사가 멧돼지로 착각한 엽사의 총격에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119 구급대가 택시기사를 살피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 TV 갈무리]
도로 인근 야산에서 소변을 보는 택시 기사를 멧돼지로 착각해 총을 쏴 숨지게 한 70대 엽사가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2부(부장판사 지성목)는 지난 2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받는 전문 엽사 A씨(73)에게 금고 1년8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금고 1년4개월을 선고했다. 금고형은 징역형처럼 교도소에 복무는 하되, 강제 노동을 하지 않는다.

A씨는 작년 4월 29일 오후 8시쯤 서울 은평구 녹번동 구기터널 인근 야산 길가에 차를 세워놓고 소변보던 70대 택시 기사 B 씨에게 엽총을 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오른쪽 팔과 복부에 각각 총을 맞았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고 후 약 5시간 만인 다음 날 오전 12시 52분쯤 사망했다.

체포된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어두워서 주로 소리를 듣고 사냥하다 A씨를 멧돼지로 착각해서 총을 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지역은 버스 정류장과 인접해 유동 인구가 많지만, 멧돼지가 자주 출몰해 엽사들에게는 자주 사냥에 나서는 곳이다. B씨는 사고 당일 관할 파출소에서 수렵 허가를 받았다. 2~3일 전에도 사고 장소 인근에서 멧돼지를 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B씨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전문 엽사로서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멧돼지 퇴치에 나섰다가 범행을 저지른 점과 사고 직후 119 신고 등 구호조치를 한 점, 범행을 인정하고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는 점 등을 참작했다”면서도 “범행 시간대와 장소, 주변환경 등을 고려하면 주의의무를 위반한 정도가 작지 않고 소중한 생명이 희생되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며 금고 1년 8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1심 이후 유족에게 5,000만 원을 공탁했고, 수렵회에서 보험금을 지급한 걸로 보이는 등을 참작한다”며 원심판결을 깨고 4개월을 감경, 금고 1년 4개월을 선고했다.

한편, 택시기사 사망 외에도 ‘멧돼지 오인 총격 사고‘는 작년에만 3번 발생했다.

지난해 7월 경남 양산시의 야산에서 60대 엽사가 인근 농로에서 멧돼지 포획에 나섰던 50대 엽사를 엽총으로 쏴 숨지게 했다. 11월 12일에는 충남 서산시 부석면 마룡리 갈대밭에서 멧돼지를 포획 중이던 엽사 A(63)씨가 동료가 잘못 쏜 총에 복부 등을 맞아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숨졌다.

되풀이되는 사고에 일각에선 총기 소지 허가의 갱신 기간을 단축하거나 재심사 시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자격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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