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두나 "'다음소희' 영화제 출품 적극 제안, 전세계에 보여주고 싶은 영화였다" [인터뷰M]
2017년 1월, 전주에서 대기업 통신회사의 콜센터로 현장실습을 나갔던 고등학생이 3개월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일을 모티브로 한 영화 '다음 소희'에서 ‘소희’의 자취를 되짚는 형사 '오유진'을 연기한 배우 배두나를 만났다.
'오유진'은 개인적인 일로 한동안 자리를 비웠다가 오랜만에 서에 복귀한 형사이지만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고 사람들 사이를 곁도는 형사다. 그런 '오유진'이 복귀하자마자 담당한 사건이 '소희'의 사건이었다. '도희야' '비밀의 숲'에 이어 영화 '브로커' '다음 소희'에서도 형사를 연기한 배두나는 "우연히 그렇게 하게 되었다. 사회적인 이야기를 하는 작품에 끌려 선택을 하다 보니 직업이 형사로 이어졌는데, 제 이야기를 제가 직접적으로 하기보다는 캐릭터에 최대한 몰입해서 표현하는 게 배우로서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해서 하고 싶은 말은 꾹 참고 있다."라며 영화를 통해 자신의 의지나 생각이 관객들에게 전달되길 바란다며 직접적인 메시지 언급은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배두나의 노력을 통해, 영화나 드라마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그는 "이런 콘텐츠들이 세상을 기록한다고는 생각한다. 현재의 모습도 기록하고 트렌드도 기록하고, 또 사회적인 수요가 있으니까 이런 영화가 나오는 거 아니겠나. 영화에서 하는 이야기들이 스며든다면 사회적 영향도 미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게 문화의 순기능이 아닐까 생각된다."라며 조심스럽게 생각을 드러냈다.
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배두나의 마음은 참 한결같았다. 자신의 촬영이 없을 때에도 현장에 나가 분위기를 살핀다는 배두나는 "내가 없을 때의 현장 분위기를 알고 가야 톤을 맞출 수 있어서 항상 하는 작업이다."라며 작품을 위해서 일부러 시간을 내 나머지 장면 혹은 다른 배우의 촬영도 눈여겨본다며 이야기했다.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마인드가 있어서인지 배두나의 연기는 볼수록 놀랍다. 물론 '다음 소희' 뿐 아니라 다른 작품에서도 배두나의 이름값에 걸맞은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지만 이번 '다음 소희'에서는 캐릭터의 외관상의 변화는 아무것도 없지만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얼마나 많은 분노를 참고 있는지, 상대의 아픔에 공감하고 있는지를 눈빛으로 표현하며 관객들을 훅 이끌고 간다.
어떤 특별한 연기 비결이 있는 거냐는 질문에 배두나는 "현장이 이야기 전개 순서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영안실 신도 초반, 중반, 후반에도 나오지만 그 모든 신을 하루에 다 찍는다. 저만의 노하우는 마지막 신을 찍어야 하면 시나리오를 처음부터 그 신 직전까지 다시 읽는다. 그렇게 해당 장면의 마음으로 완전히 만든 뒤에 촬영에 들어간다. 오래전부터 썼던 방법이고 어찌 보면 영업 비밀인데..."라고 밝히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며 "살짝 배우들도 신기한 존재이긴 하다. 어떻게 되는지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그 상황에 닥치게 되면 그렇게 연기를 하게 된다."라며 말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본능적으로 다양하게 감정이 조절되고 표현이 된다는 말을 덧붙였다.
평소 촬영을 하며 캐릭터의 감정에 쉽게 매몰되지 않고 금세 빠져나오는 성격이라는 배두나는 "그런데도 불구하고 몇 작품 계속 어두운 캐릭터를 하다 보니 어느 정도 영향을 받긴 하더라. 이제는 진짜 웃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그렇게 느꼈으면 분명 관객분들도 그렇게 느끼고 계실 거 같다. 웃긴 시나리오가 있으면 좀 보내주시면 좋겠다. 요즘 코미디가 너무 하고 싶다. 사람을 울리는 것보다 웃기는 게 훨씬 어려워서 연기에서 최고 난이도가 코미디라 생각한다. 제가 밝아지고 싶고 밝고 건강하고 희망적인 이야기 안에 있고 싶다. 스릴러 장르보다는 '슈퍼배드 3' 같은 코미디를 너무 좋아한다. 그런 작품을 해보고 싶다."라며 코미디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 때 '다음 소희'가 초청되고, 동시에 '브로커'도 초청되며 배두나가 출연한 두 작품이 해외 관객을 만나는 경사가 있었다. 하지만 유난히 배두나는 칸과 인연이 닿지 않았다. "칸에서 초청할 때마다 미국 영화를 찍고 있었고, 미국 영화는 절대 스케줄을 봐주지 않는다. 몇 년 전에도 칸에서 심사위원을 제안했지만 그때도 '센스 8'을 찍고 있어서 못 갔는데 지난번에도 못 가서 이제는 완전 칸 영화제한테 찍힌 것 같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며 배두나는 갑자기 "저는 레드 카펫을 되게 좋아한다."라는 고백을 했다. "촬영할 때는 후줄근한 의상을 입고, 세트 안에 숨어서 몰래 찍다가 작품이 공개될 때는 예쁘게 화장하고 드레스도 있고 짠하고 작품도 공개돼서 그렇게 설렐 수가 없다. 코로나 이전에는 레드 카펫 행사를 너무 신나했고 너무 즐거워했었다."라며 왜 레드 카펫이 좋은지를 설명했다.
수많은 레드 카펫 중 칸 영화제의 레드 카펫이 특별히 좋다는 그는 "칸 영화제는 유난히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사진기자들도 다들 턱시도를 입고 있고, 한발 옮길 때마다 플래시도 터지고, 입장하는 동안 내가 찍은 영화의 OST가 나오면서 환상적인 느낌이 든다."라며 칸 영화제의 레드 카펫을 꼭 다시 밟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배두나는 '다음 소희'의 칸 영화제 출품도 강력하게 제안했음도 밝혔다. 그는 "김시은의 연기도 좋았고 콜센터에서 촬영하는 세트가 너무 리얼하고 완성도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촬영을 2월 28일에 마치고 3월 3일에 작품 촬영을 위해 출국했어야 했는데 출국 직전까지도 정주리 감독에게 '영화가 너무 좋으니까 빨리 편집해서 영화제에 출품하라'라고 다그쳤었다. 이 영화는 박스오피스가 중요한 영화는 아니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이 봐주는 게 중요했고 그러려면 영화제에 출품하는 게 좋았다."라며 왜 영화제 출품을 추천했는지 이유도 이야기했다. 과연 칸 영화제의 심사위원의 제안을 받을만한 안목이었다.
정주리 감독의 영화적 메시지와 시선이 좋아 두 작품을 함께 한 배두나는 "다음에는 한 신만 출연하는 역할이래도 할 거다. 나를 믿어주고 나를 좋아해 주는 감독님에게는 언제든 갈 수 있다."라며 엄청난 의리를 보였다.
배두나는 "사실 이번에도 한 신만 출연하는 건 줄 알았다. 절반까지 읽는데 한 신만 나오길래 쉽게 가는 줄 알았다."라고 이야기하며 "어떤 작품을 해도 너덜너덜해질 각오를 하고 참여한다. 뭘 하더라도 마음의 갑옷을 입고 힘들지 않기 바라는 기대를 하지 않는다. 그냥 난도질당할 생각을 하고 작품에 임한다."라며 어떤 마음으로 매 작품에 임하는지를 밝혔다.
늘 이름값 이상을 해 내는 배두나는 "올해의 목표는 따로 없다. 그저 건강하자는 정도. 정신도 몸도 건강하게 올해를 보내고 싶다."라며 배우로서의 바램을 드러냈다.
당찬 열여덟 고등학생 ‘소희’가 현장실습에 나가면서 겪게 되는 사건과 이를 조사하던 형사 ‘유진’이 같은 공간, 다른 시간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강렬한 이야기를 그린 '다음 소희'는 2월 8일 개봉한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트윈플러스파트너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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