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호의 정치박박] 혼종 정당서 웬 "민주당의 피"… 반윤에 혈통 감별까지?

한기호 2023. 2. 3.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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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心 상표 도용 말라"는 실세들, 김기현만 빼고 反尹?
안철수에 흑색선전·해촉정치 '나경원 시즌2'…민심 멀어져
"尹心 경선 개입" 36% 고개 든 與지지층…黨心 별개일까
"反尹", "민주당의 피" 낙인 의존증…순혈주의 시비 자격은 있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로 등록한 안철수 의원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친윤(親윤석열)그룹 실세들을 겨냥해 "윤심 팔이를 중단하라"고 주장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2020년 2월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자유한국당을 주축으로 새로운보수당, 미래를 향한 전진4.0(전진당), 청년 창당세력 등이 신설합당으로 합류한 '미래통합당' 출범식이 진행되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같은해 9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에서 현재의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교체했다.<국민의힘 홈페이지 사진>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기현(오른쪽) 의원이 지난 1월5일 오후 서울 송파구민회관에서 열린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지역구(송파을) 신년인사회에서 참석자 소개를 들으며 활짝 웃고 있다. 왼쪽은 윤석열 대통령 최측근 일원인 장제원 의원.<연합뉴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가 '삼류 미만' 한국 정치의 생중계장이 됐다. 친윤(親윤석열) 실세들이 당권주자 김기현 의원과 손잡고 "대통령과 일체화된 대표를 뽑아서 우리 당을 완벽하게 윤석열과 함께 가는 당으로…"라며 추켜세우고, 다른 주자들엔 연이어 "반윤(反윤석열) 우두머리"라느니 "우리 경선판에 끌어들여서는 안 될 대통령님의 의중"을 들먹인다고 성화를 부린다. "상표 도용"이라고도 한다. 2년 전 전대에서 입당 전의 '대선주자 윤석열'을 고려해 '용광로 경선'을 외치던 후보든, 대선 단일화·양당 합당에 합의하고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맡은 인물이든 가리지 않고 쏟아진 말들이다. 그대로 받아들이자면 '인지부조화'라도 올 지경이다. 사실상 '윤심(尹心)은 내편만 팔아야 한다'는 태도로 요약된다.

"진윤(진짜 친윤)"을 자칭한 건 윤상현 의원인데 '김장(김기현·장제원)연대, 김기현에 윤심 100%가 의심된다'고 했을 뿐인 안철수 의원을 비난하는 흑색선전과, 계파 초선들이 앞장선 '집단린치', 대통령실의 익명관계자 '언론 플레이'와 때맞춘 '해촉 플레이'까지. '나경원 주저앉히기 시즌2'라는 평도 무리는 아니다. '당심(黨心) 100%'를 내걸고 '윤심 100%'를 주입하려니 부정적 학습효과만 불러온다. 비(非)당원 여당 지지층에선 흐름이 이미 반전됐고, 2년간 30만명에서 80만명대로 확대된 당원선거인단도 투표율이 높아질수록 같은 경향에 수렴할 것이다. 안철수 의원이 3일 "해도 너무한다"며 "이런 식으로 가면 안 된다"고 한 전대까지도 한달여 남았는데, 친윤그룹의 대담한 '민심 등지기'는 악화일로다.

3일 공표된 뉴스토마토 의뢰 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지난 1월30일~2월1일·전국 성인 최종 1035명·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0%포인트·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선 여당 전대에 '윤심이 개입하고 있다'는 응답이 65.0%로 압도적이고, 반대쪽은 24.0%에 그쳤다. 국민의힘 지지층(436명)에선 '윤심 개입' 시각이 36.4%(개입 부정 49.3%)로 적은 편이나, 극소수도 아니다. 윤 대통령 국정 '대체로 잘함'(233명) 평가층에선 윤심 개입 32.8%, 개입 부정 48.3%로 비슷하다. '매우 잘함'(161명)층에서도 윤심 개입을 감출 수 없다고 본 여론이 19.3%는 나왔다(개입 부정 73.2%). 현 실세들의 행태가 7년 전 여당의 '진박(진실한 친박근혜) 감별사'들 수준을 한참 초월했기 때문일 것이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당락이 결정된 2021년 11·5 전대를 돌이켜보게 된다. 경선 국면에서 민주당색과 닮은 파란색칠로 눈길을 끌고, 사실상 "(이재명-윤석열) 역대급 비리 대선"으로 싸잡고 '천공스승' 논쟁에도 가세했던 홍준표 후보에게도 56만9059명 당원선거인단(투표율 63.89%)은 34.8% 득표율(윤석열 후보 57.7%)을 안겨 2위에 올려놨었다. 전대 나흘 전 발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여론조사(2021년 10월 29~30일 설문)상 국민의힘 지지층(응답자 1000명 중 399명)의 55.6%가 윤 후보, 35.3%는 홍 후보를 선호한 것과 차이가 거의 없다. 비당원 여론이 "일본국민"처럼 치부할 대상도, 선거권자인 당원이라고 맹종만 택할 것도 아니다. 약 84만명으로 불어난 당심을 '농단'하려는 쪽이 곤란해질 것이다.

과거사와 함께 당심 농단이란 말을 꺼낸 원인은 멀리 있지 않다. 김기현 의원과 친윤 실세 이철규 의원, 장제원 의원 측근 박수영 의원이 지난 2일 일제히 안 의원에게 "가출 인수위원장" 공세를 편 데서 조직적 움직임이 엿보인다. 김 의원이 지난달 27일 페이스북에 배구선수 김연경·가수 남진의 지지를 받았다며 공개한 사진 논란 대응에서도 일면을 봤다. "어제(26일)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들과 함께 편안한 저녁을 보냈다", "당대표 선거에 나선 저를 응원하겠다며 귀한 시간을 내주고 꽃다발까지 준비해준 김연경 선수와 남진 선생님", "아낌없는 성원과 지지에 힘입어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글이 첨부돼 '유명인 정치색 논란'이 퍼졌다. 나흘 뒤(31일) 남진은 언론에 "2~3분 정도 인사를 나눴고 사진을 찍었을 뿐", "꽃도 그 쪽에서 가지고 왔다"며 당혹감을 표출했다. 남진·김연경은 이후로도 김 의원과 알던 사이가 아니며 "힘내시라"고 '덕담'했을 뿐이라고 선 긋고 있다.

지난 1일 김 의원은 '사진·글 공개를 제3자를 거쳐 동의받았다'는 입장 외에 구체적으론 말을 아끼며 "표현 과정에서 다소 오해받을 소지가 있었다면 유감으로 생각한다"는 데 그쳤다. 그러면서 "자꾸 본질과 벗어난 것을 갖고 이러쿵저러쿵하는 게 구차스럽다"고 안 의원의 비판 차단에 주력했다. 총선 기간이었다면 "선거 완전히 망한다"며 해명을 요구한 안 의원이 더 잘못이란 투다. 같은 날 김기현 캠프는 수석대변인 논평에서 안 의원을 두고 "네거티브 전략을 볼 때 여전히 '민주당의 피'가 남아 있는 것은 아니냐"고도 했다. 단신으로 정계 입문한 뒤 범민주진영, 제3지대, 보수정당 순으로 적(籍)을 옮겨온 안 의원에게 '철새 정치'라고 비아냥을 보낸 데 이어서다. 최대한 전통적 당심을 자극해보려는 수였겠다.

그러나 박근혜·이명박 정부 적폐청산을 공로로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검찰총장에 파격 발탁됐다가, 검찰 손발자르기에 보수주자로 변신하고 '민주당에 양식있는 사람들'을 찾던 윤 대통령에게 '곱게 들릴 말일까' 생각부터 들었다. 2021년 오세훈 서울시장으로 또 2022년 윤 대통령으로의 후보단일화에 응하고, 보수원로 고(故)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를 수차례 선거 후원회장으로 모신 당사자의 '종착역'을 보긴커녕 '혈통 감별'을 하려 했다. 국회연설에서 대통령에게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사회적경제·보편적복지증세로 부딪히던 유승민 전 원내대표식 행보를 안 의원이 하고 있던 것도 아니다. 직전 무릎꿇린 나경원 전 의원도 "당정 혼연일체"를 외쳤는데 반윤몰이로 된서리를 맞은 사례다.

이준석 전 당대표가 이름없는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관계자)·호소인을 때릴 땐 전전긍긍하던 이들이 드러내놓고 "그(김 의원)가 대통령의 신뢰를 받는 후보"라고 점찍고, 장외에서도 전임 이준석 지도부에 쓴소리하며 윤석열 정부 협조를 외치던 이들에게 "반윤" "정체성" 낙인을 찍는 모습은 그 자체로 촌극이다. 뿐만 아니라 2016년 총선에서 '진박감별사'들에 맞서 무소속 출마를 감행하고 생환한 장제원·이철규 의원이 반윤 감별사로, 김 의원 측은 혈통 감별사로 나선 게 골계스럽다. 보수 궤멸 직전 '탄핵의 강을 건너자'더니, 대선 직전 전대에선 '대통령 수사 검사'는 다시 봐야할 것처럼 선 긋던 옛 유승민계 당대표 후보처럼 위화감 투성이다. 분란 자체를 정치 양분 삼던 이들의 구분도 흐려졌다.

당적을 따지자면 친윤계 '빅마우스' 역할을 하는 장제원·박수영 의원은 2017년초 옛 김무성계·유승민계 주축의 바른정당 창당세력이었다. 비박(非박근혜)이었어도 '안보 보수, 경제 진보'를 표방하던 탈당파와는 거리를 둔 잔류파와도 구분되는 행적이다. 탄핵에 불복한 소위 '태극기' 진영에선 친박 의원 한두명 빼면 모두 배신자·기회주의자로 원망했다. 현 당권주자군 모두 해당되는 얘기다. 이렇듯 '순혈주의' 논쟁은 시작하면 끝이 없고, 이미 '혼종 정당'이 된 시점에 부추기는 의미가 없다. 2020년 총선 직전 '미래통합당' 신설합당을 이뤘을 때 이상의 절박감과 성숙한 처신이 없으면 더 이상 '자유민주'를 구호 삼은들 호응하는 민심은커녕, 100만 책임당원조차 100년 뒤 얘기처럼 들리게 될 것이다.hkh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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