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尹 정부 '공영방송 장악' 첫 관문은 방통위원장 솎아내기

정철운 기자 2023. 2. 3.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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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TV조선 재승인 심사 검찰 수사 과정 중계에 그치면 안 돼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윤석열정부 들어 방송통신위원회가 수난의 연속이다. 하드디스크 포렌식까지 진행했던 유례없는 감사원 감사와 검찰의 수차례 압수수색을 겪은 뒤 최근엔 국장과장까지 구속됐다. 2020년 TV조선의 재승인 점수를 '조작'했다는 혐의다. 총리실 국무조정실 공직복무관리실은 2018년 공영방송 이사 선임 관련 자료를 제출받았고, EBS 유시춘 이사장 선출 관련 감찰에 돌입한 가운데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도 같은 사안으로 감찰에 돌입했다.

동시다발적인 이례적 사건의 종착점은 한상혁 방통위원장 자진사퇴다. 조선일보는 3일 사설에서 “실무자인 공무원들이 불법 조작을 독단적으로 할 수 없다”, “이번 수사가 꼬리 자르기로 끝나선 안 된다”며 “방송 재승인 점수 조작만은 진짜 책임자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조형래 산업부장은 칼럼에서 “자신이 4년간 이끌어온 조직이 와해 수준에 왔다면 부하 직원들이 구속되기 전에 자신이 먼저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적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연합뉴스

일종의 '인질극' 같다. 인사청문회에서도 문제 삼지 않았던 땅을 두고 갑자기 농지법 위반 의혹이 등장하고 농막을 별장처럼 보도해도 흔들리지 않고, '외유성 출장'으로 포장하기 쉬운 그 흔한 해외 일정도 임기 내내 한 번도 없었으니 결국은 부처 직원 수십 명을 수사 대상에 올린 모습이다. 심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당연히 제재와 처벌이 이뤄져야 하지만, 정치적 목적에 의해 감사와 수사가 선택적으로 이뤄진다는 의심은 지울 수가 없다.

올해 7월까지 임기가 남아있는 한상혁 위원장을 하루빨리 내치고 尹정부가 하고 싶은 건 무엇일까. 현재로선 2024년 4월 총선 승리를 위한 '공영방송 장악'이 유력하다. 벌써 신임 방통위원장으로는 'MB정부 언론장악'의 핵심이었던 靑홍보수석 출신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보(장관급)가 유력 후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당장 본인도 지난해 뉴스타파와 인터뷰에서 “과대 평가해주셔서 감사한데 현재로선 구체화 돼 있는 건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대통령이 신임 방통위원장을 지명하면 국회 청문회를 거쳐 임명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이후엔 문재인정부에서 임명된 방송문화진흥회(MBC대주주)와 KBS이사회 교체 과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MBC는 6대3, KBS는 7대4로 민주당 추천으로 추정되는 이사들이 수적 우위에 있다. 공영방송 이사 임명권추천권을 가진 방통위 역시 3대2로 상임위원에서 민주당이 수적 우위인 상황에서 정부 여당이 이사를 바꾸려면 위원장 사퇴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사회 구조가 바뀌면 문재인정부에서 임명된 공영방송 사장 해임안이 통과될 수 있다. 이 경우 신임 사장 공모 절차를 거친다. KBS사장은 국회 청문회 과정도 필요하다. 이처럼 새로 사장이 임명되기까지는 여러 단계, 수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 민주당이 이 과정을 속전속결로 놔둘 리도 없다. 물론 국민의힘은 '대비책'을 마련했다. 오는 5월30일부터 공영방송과 방통위를 피감기관으로 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장제원 의원이다.

MB정부 때 자행됐던 공영방송 장악 논란이 올해 KBS와 MBC에서 반복된다면, 당시와 마찬가지로 언론계의 격렬한 저항과 국민적 비판 여론이 예상된다. 그런데 앞서 설명한 일련의 과정이 한상혁 위원장이 7월까지 임기를 마친 뒤 8월부터 시작된다면, '공영방송 장악 논란'은 내년 초까지 이어지며 총선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尹정부 들어 방통위를 둘러싸고 벌어진 유례없는 사건들의 연속은 이러한 '조급'을 드러내고 있다.

KBS와 MBC의 영향력, 예전 같지 않다. 하지만 0.73%포인트 차이로 대선에서 승리한 국민의힘 입장에서 총선 직전 KBS나 MBC의 '한 방'은 승패를 결정지을 수 있다. 여전히 50대 이상 유권자의 경우 공영방송 메인뉴스 영향력이 높다. 언론은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박경섭)의 TV조선 재승인 심사 수사 과정을 중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지적 검찰 시점'에서 벗어나 검찰권 남용을 의심하고 수사의 정치적 목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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