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답안 보여주는 챗GPT 돌풍 … 구글방식 검색시장 판 흔든다

이덕주 기자(mrdjlee@mk.co.kr), 김대기 기자(daekey1@mk.co.kr) 2023. 2. 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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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챗봇 전쟁 ◆

인공지능(AI) 챗봇 '챗GPT'가 글로벌 검색시장의 판을 흔들며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자사 엔진 '빙(Bing)'에 챗GPT를 탑재하겠다는 방침을 세우며 글로벌 검색시장 1위 구글에 도전장을 내놓자 구글도 챗GPT와 경쟁할 수 있는 모델을 내놓겠다고 맞불을 놓았다. 국내 검색시장 1위인 네이버 역시 이 같은 검색시장 변화에 맞춰 '네이버 서치GPT'를 출시하겠다고 밝히면서 '검색엔진 전쟁'에 동참했다.

2일(현지시간)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최고경영자(CEO)는 2022년 4분기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앞으로 몇 주 혹은 몇 달 안에 가장 강력한 언어모델을 공개하겠다"면서 "이 모델은 구글 검색과 함께 혁신적이고 실험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구글이 2021년 공개한 강력한 언어모델인 람다(LaMDA)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외신에 따르면 '견습 시인(Apprentice Bard)'이라고 불리는 이 모델은 챗GPT의 대항마로 알려졌다.

그는 또 다른 구글의 AI 계열사인 딥마인드와 협업을 예고했다. 구글은 딥마인드 서비스를 구글과 구글 클라우드에 접목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딥마인드는 챗GPT에 대항하는 스패로(Sparow)를 업데이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스패로는 딥마인드가 만든 AI로 수개월 내 출처를 인용할 수 있는 챗봇 AI로 거듭날 전망이다.

이 같은 조치는 챗GPT로 무장한 MS의 공격에 대한 대응책이다. 앞서 MS는 구글이 장악한 검색엔진 시장을 추격하기 위해 챗GPT를 운영하는 오픈AI에 투자를 강화하며 조만간 자사 검색엔진 빙에 이 기술을 적용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으로 글로벌 검색시장 점유율은 구글이 84%로 압도적인 1위다. MS 빙은 2위지만, 점유율은 8.9%로 존재감이 미미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MS가 출시된 지 2개월 만에 월간활성사용자(MAU) 수가 1억명 이상으로 추정될 정도로 전 세계적인 돌풍을 몰고 온 챗GPT를 앞세워 검색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구글이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이 같은 글로벌 검색시장에서 구글·MS 간 새로운 경쟁 구도는 한국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챗GPT 검색엔진'은 국내 업계 1위 네이버에도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3일 열린 '2022년 4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최근 많은 주목을 받는 생성 AI와 같은 새로운 검색 트렌드에 대응하겠다"며 올해 상반기에 새로운 검색 경험 '서치GPT'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네이버는 한국어로는 고품질 검색 데이터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고, 거대 AI 모델로는 세계 정상급 기술이라고 자부한다"며 "생성 AI 단점으로 꼽히는 신뢰성과 최신성 부족, 영어 기반 개발 모델을 한국어로 번역하면서 발생하는 정확성 저하를 풍부한 사용자 데이터와 네이버의 기술 노하우를 접목해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기준 네이버의 한국 검색시장 점유율은 62.19%로 1위지만, 점차 구글에 영역을 뺏기고 있는 상황이다. 구글은 시장 점유율 31.77%로 네이버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MS가 챗GPT를 탑재하고 '다크호스'로 부상할 수 있어 한국 시장을 놓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큰 관심 포인트는 앞으로 챗GPT 기반 검색엔진이 몰고 올 변화다.

구글·네이버 등 기존 검색엔진은 이용자가 검색 키워드를 넣으면 가장 많이 링크돼 있는 문서 또는 사이트를 상위에 보여주는 형태였다.

그러나 챗GPT는 이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챗GPT 기술 기반인 생성 AI는 글, 문장, 오디오, 이미지 같은 기존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즉 아직 서비스가 나오지 않았지만 챗GPT 기반 검색엔진은 기본적으로 검색 키워드를 넣으면 검색 결과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답안 형태로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구글·네이버는 검색 결과 시 광고도 같이 보여주는데, 챗GPT 검색은 그렇지 않다. 기존 검색엔진은 '사용자에게 진짜 필요한 정보'가 아니라 '기업에 의해 검색에 최적화된 정보'를 보여준다는 비판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챗GPT 기반 검색엔진이 등장하면 글로벌 이용자가 이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챗GPT 검색 결과는 구글과 달리 출처가 어디인지 밝히지 않고, 최신 데이터가 반영돼 있지 않는 등 한계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업계에서는 챗GPT가 그대로 검색 결과로 사용되기보다는 일반적인 검색엔진 결과를 보완하는 형태로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덕주 기자 / 김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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