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K] 스마트폰 ‘자가 수리’…우리나라는 언제쯤?
[앵커]
첨단 성능을 자랑하는 최신 휴대전화가 해마다 쏟아지고 있지만 중고 스마트폰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고장 난 휴대폰, 서비스센터에 맡기기보다 직접 고쳐 쓰는 사람들도 많은데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부품을 직접 구해 수리하는 것이 어렵다고 합니다.
왜 그런지, 홍화경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삼성전자가 갤럭시 신제품 S23을 공개했습니다.
제품 이름처럼 밤하늘의 은하수까지 찍을 수 있는 2억 화소 카메라와 속도가 더욱 빨라진 그래픽 처리 장치(GPU)를 내세웠는데요.
하지만 가격은 껑충 뛰었습니다.
기본 모델이 115만 5천 원으로 이전 기종보다 15% 정도 올랐고, 최고 사양은 2백만 원에 육박합니다.
각종 물가 인상으로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은 부담이 클 수밖에 없죠.
그래서 신제품 대신 중고 스마트폰을 찾는 사람이 늘었습니다.
경기도의 한 중고 휴대전화 매장입니다.
새 학기를 앞두고 스마트폰 수요가 크게 늘었는데, 신제품이 워낙 비싸다 보니 중고품 문의가 끊이지 않습니다.
[한아로/중고 휴대전화 판매점 직원 : "경제가 좀 많이 어렵다 보니까 학생분들이나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 가성비가 좋은 (중고) 휴대전화를 많이 찾으세요."]
국내 최대 규모의 중고 휴대전화 플랫폼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거래 규모는 1조 3,500억 원으로 3년 새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지난해 가장 많이 거래된 중고 스마트폰은 출시 3년 이내 제품들로, 출고 가격의 1/3 정도면 구입할 수 있습니다.
성능과 내구성 개선으로 스마트폰의 수명이 늘어난 점도 중고 거래가 늘어난 배경으로 꼽힙니다.
[김대혁/중고 휴대전화 수리 직원 : "새로 나오는 휴대전화들은 배터리 수명이 더 길어서 확실히 예전에 나온 것보다 더 오래 잘 쓸 수 있습니다."]
신제품 출시 때마다 가격이 인상 되다 보니 소모품을 바꿔가며 최대한 오래 사용하려는 소비자도 많습니다.
하지만 교체 비용만 수십만 원. 만만치 않은 금액이죠.
부품만 사서 직접 고치면 비용을 아낄 수 있는데요.
5년 전 쓰던 아이폰7을 직접 수리한 이 남성은 인터넷 동영상을 참고해 배터리를 갈아 끼웠습니다.
[조한조/부산시 대연동 : "서비스센터에서 고치려고 하면 비용은 (기종이) 오래됐다고 해서 더 저렴한 게 아니거든요. (인터넷에) 고치는 방법에 대해서 굉장히 자세히 나와 있더라고요."]
해외 사이트에서 부품을 구입해 조립하니 3~4만 원 정도가 절약됐습니다.
애플은 지난해 4월부터 미국에서 자가 수리 온라인 스토어를 열고 부품과 수리 매뉴얼을 제공하고요.
삼성전자도 지난해 8월부터 미국에서 스마트폰 자가 수리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최근 미국이 전자 제품을 직접 고쳐 쓸 권리, '수리권'을 도입했기 때문인데요.
한 해 5천만 톤씩 쏟아지는 전자 폐기물을 줄이고 소비자 부담도 덜 수 있습니다.
이런 소비자 권리, 당연한 것 같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누릴 수 없습니다.
국내 제조사의 부품인데 오히려 해외 사이트에서 직구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관련 법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2년째 계류 중입니다.
제조업체는 AS센터가 많다는 이유로 자가 수리 서비스 도입에 소극적입니다.
[정지연/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 "글로벌 기준에도 사실은 맞지 않고, 디지털 기기의 소비자 부담이라든지, 환경적인 측면을 고려했을 때 수리할 권리가 신속하게 도입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전자제품 수리 기준을 마련한다는 계획인데요.
애초에 전자제품 설계 단계부터 소비자 스스로 고쳐쓰기 쉽도록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홍화경 기자 (vivid@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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