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의의 쉼표] 인생은 오케스트라처럼

박대의 기자(pashapark@mk.co.kr) 2023. 2. 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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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달을 돌아보며 기억에 남는 뉴스가 있습니다. 지난달 초 우리에게 '유니클로'로 익숙한 일본 패션업체 패스트리테일링이 오는 3월부터 일본 내 직원들의 연봉을 최대 40%까지 올리겠다는 소식이 그것입니다. 국내에서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상여금이나 성과급과 같은 일시적인 인센티브를 연봉의 두 자릿수 비율로 지급한 사례는 많지만, 이처럼 전 직원의 고정임금을 한번에 대폭 올리는 경우는 국내외를 통틀어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특히 30년이 넘는 장기적인 디플레이션을 이유로 인건비 인상을 의도적으로 억눌러온 일본 재계의 분위기에서 이 같은 결정은 지극히 이례적입니다.

이 소식이 기억에 남는 이유가 단지 충격적인 인상률 때문만은 아닙니다. 제게 '40%'보다 더 인상 깊었던 것은 구성원의 의욕을 북돋아 회사의 성장을 이끌어내려는 경영자의 판단입니다.

야나이 다다시 패스트리테일링 회장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영자는 직원이 성장하도록 다그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눈치만 살피는 직원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지적하며 "회사와 함께 성장할 의지가 있는 인재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임금 인상을 결단했다"고 말했습니다.

야나이 회장은 일본의 대표적인 자수성가 경영인입니다. 작은 옷가게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그의 눈에 지금 젊은 직원들의 수동적인 태도가 성에 차지는 않았겠죠. 회사의 새 사업모델을 구축할 능력을 갖춘 경력직 직원에게는 본인 연봉의 2배인 10억엔(약 95억원)을 주겠다는 과감함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직원들도 할 말이 많았을 겁니다. 지금까지 회사의 본거지인 일본보다 해외 직원들의 임금이 더 높았거든요. 아무리 회사가 해외시장에 눈길을 주고 있다지만, 같은 일을 하고도 적은 돈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의욕을 키우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야나이 회장에게 임금 인상은 함께 일할 사람들의 의욕을 고취시켜 회사를 성장시키려는 일종의 투자입니다. 단기적인 회계상의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우수 인력 확보를 위한 장기적인 투자를 선택한 셈이겠지요.

돈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은 아닐 겁니다. 조직을 구성하는 사람들이 중시하는 가치는 각자 다를 테니까요. 특히 세대의 차이는 조직을 대하는 직원들 태도에도 차이를 만듭니다. MZ세대 사이에서 '번아웃'이라는 말이 일상화되고 의욕 없이 직장 생활을 보내는 '조용한 사직'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기성세대 눈에는 그저 나약함으로 보일 뿐입니다. 그 속에서 서로 다른 세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부족합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정보기술(IT) 기업의 리더십 자문가로 활약해온 킴 스콧은 공정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동료의 존재 자체를 존중하면서 협업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상대방을 자신이 만든 기대에 순응하도록 하거나 지배하려 하지 않고, 무언가를 강요해서도 안 된다는 겁니다. 리더와 구성원 모두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대하게 될 때 비로소 조직이 이루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협업 체계가 만들어진다는 것이죠.

선행돼야 하는 것은 서로를 이해하려는 의지와 관용일 것입니다. 함께 살아가는 인생은 마치 교향곡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처럼 하모니를 이뤄야 하니까요.

[박대의 문화스포츠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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