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의 마켓관찰] 좋은 상품이냐 잘 팔리는 상품이냐
잘 팔기까지 하는건 행운
다수는 팔기 위해 만든다
좋은 상품이 옳을까? 아니면 잘 팔리는 상품이 옳을까? 아마 많은 소비자들은 좋은 상품이 잘 팔리는 것으로 생각하고 이 둘을 동일한 의미로 생각하겠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좋은 상품이라고 해서 잘 팔리는 것은 아니고 잘 팔린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다. 어떤 상품이 좋은 상품인지를 알아차릴 수 있으려면 그 상품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다. 하지만 소비자로서 우리는 하루에도 수백 가지의 상품에 노출된다. 각 분야의 상품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모두 해박한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당장 우리가 인터넷에서 쇼핑을 할 때도 뭘 알고 사는 경우보다는 잘 팔리는 상품을 우선적으로 고르지 않는가? 이 경우 상품의 가치 판단을 남에게 맡긴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그 사람들도 잘 안다는 보장은 없다. 그저 막연히 많이 팔리니 좋은 상품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생산자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의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가끔 이들이 이런 부분에서 고민하는 것을 보게 된다. 상품이 필요에 의해 소비되는 경우라면 상품의 질적 가치가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선 브랜드의 가치가 상품의 질적 가치를 추월한 지 오래되었다. 소비자들은 소비를 통한 상징을 획득하길 원하고 하루에도 수많은 상품과 광고, 마케팅에 노출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질적 가치는 선택을 받는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게 마련이다. 사실 장사꾼이란 가치로 바라보자면 잘 팔리는 상품이 최고라고 매우 쉽게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생산자들은 장사꾼의 입장과 함께 장인으로서의 입장도 함께 가지고 있다. 장인의 입장은 좋은 상품을 선택하라고 외치기 때문이다.
다수의 선택을 받는 인기 있는 상품들은 다수의 취향을 거스르지 않을 정도로 무난함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무난함은 개성이나 특징이 부족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소비자들은 굉장히 보수적이다. 새로운 경험을 싫어하며 익숙한 것을 선호한다. 결국 크게 벗어나는 부분 없이 무난한 상품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시작하면 그것이 다른 소비자들의 선택을 이끌어 다수의 선택으로 이어진다. 장인의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이 부분을 그냥 넘어가기 굉장히 힘들어 한다. 자신의 상품에 자신의 개성과 특징을 담고 싶어 하지만 소비자들은 그것을 익숙함과는 다른 이질적이고 나쁜 것으로 받아들여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어떤 생산자의 경우 사람들에게 많이 팔기 위해선 영혼을 팔아야 한다고 이야기할 정도다.
그럼에도 잘 팔리는 상품이 무조건 옳으며 좋은 것이라 생각한다면 이 경우는 어떨까? 유튜브에서 가짜 뉴스나 가짜 정보는 자극적인 내용 덕분에 조회수가 보장된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콘텐츠들이 과연 잘 팔린다는 이유로, 많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사실과 지식을 전달하는 콘텐츠보다 낫다고 할 수 있을까? 다큐멘터리는 우리에게 지식을 쉽고 편하게 알려주지만 훌륭한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으로 다큐멘터리의 시청률은 매우 낮은 편이다. 마찬가지로 언론과 미디어에서도 자극적인 내용과 가십들은 소비자들에게 큰 반응을 일으킨다. 하지만 그러한 콘텐츠가 시사 분석이나 르포, 날카로운 분석을 곁들인 내용들보다 더 중요하고 가치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이런 것은 극단적인 사례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생산자들에게 딜레마가 된다.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잘 팔리기까지 하는 것은 대단한 행운이며 극소수만 가능하다. 나머지 사람들은 팔리는 것을 하지 않으면 돈을 벌기가 힘들다. 돈을 벌지 못하면 아무리 의미 있는 일이더라도 더 이상 할 수가 없다. 돈을 벌기 위해선 결국 잘 팔리지만 내키지 않는 일을 해야 한다. 이쯤 되면 이 문제는 현대인들의 딜레마이기도 한 것 같다. 우리 모두 특정 분야에선 생산자의 입장에 있으니까.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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