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수의 책과 미래] 챗GPT와 창의성

2023. 2. 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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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챗GPT를 둘러싼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챗GPT란, 미국 오픈AI가 개발한 인공 지능(AI) 챗봇으로 2022년 12월 1일 공개된 후 두 달 만에 월 사용자 1억명을 돌파하는 등 초고속 성장세를 보이는 중이다. 질문을 던지면 기존 자료를 검토하고 정리한 후 자동 요약해 주기 때문이다. 어지간한 질문은 웬만한 전문가만큼 똑똑하고 명료하게 답해준다.

교육계 쪽 충격이 크다. 학생들이 챗GPT를 이용해서 답안을 작성하거나 보고서를 제출하면, 판별도 어렵고 평균보다 좋은 점수를 얻을 확률도 높은 까닭이다. 이에 일부 학교는 챗GPT가 창의적 사유를 방해한다는 이유로 사이트 접속을 방지하거나 보고서를 손으로 써서 제출하게 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챗GPT는 창의적 사고를 방해하지 않는다.

독일 철학자 리하르트 프레히트의 '인공 지능의 시대, 인생의 의미'(열린책들 펴냄)에 따르면, 인공 지능은 어려운 문제일수록 지루한 답만 늘어놓는다. "어떻게 하면 사랑을 잘할 수 있나요?"라고 묻자 챗GPT는 "대화 잘하고, 공감 잘하고, 자주 고마움을 표하고, 어려울 때 흔쾌히 도우라"고 답했다. 틀리진 않았으나 흥미롭지도 않다. 사랑을 잘하려면 무수히 변하는 상황에서 연인의 감정과 기분, 생각과 뜻을 살펴 그때그때 눈치껏 잘해야 한다. 그래서 사랑이 어렵고 피곤하며, 진정한 모든 관계는 사적이다.

인공 지능은 규정된 절차, 주어진 규칙, 밝혀진 해답은 답하나 특정 관계나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는 알려주지 못한다. 삶의 의미를 모르기 때문이다.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챗GPT는 "삶의 의미는 주관적이고 개인적이며, 자기 성찰과 경험, 탐구를 통해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한다"고 답했다. 묻지 말고 탐구하라는 뜻이다. 우리는 그때그때 본능과 감정이 시키는 대로 이 질문에 답하고, 그 행위를 통해 자아를 만들어간다.

모든 인공 지능처럼 챗GPT가 답하는 것 중 새로운 문장은 전혀 없다. 무조건 표절이란 뜻이다. 답변이 혹여 낯설어도, 아직 내가 읽지 못한 자료를 적당히 짜깁기한 데 불과하다. 창의성은 챗GPT가 아니라 묻는 사람의 삶에서 생겨난다.

챗GPT를 창의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첫째, 좋은 질문을 던지는 일이다. 괜찮은 답변이 쉬워진 만큼, 좋은 질문의 가치는 갈수록 높아진다. 둘째, 챗GPT의 답을 의심하고 비판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일찍이 마르셀 뒤샹은 변기에 서명함으로써 창조성의 작동 방식을 알려주었다. 관계와 맥락에 맞춰 사유를 한 걸음 전진시킬 때 창조성이 나타난다. 도구의 창조성은 항상 인간에게 달려 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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