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덕의 도시 발견] GTX와 서해선

2023. 2. 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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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GTX는 매일 쓰면서
서해선은 거의 쓰지 않는다
고양과 홍성을 잇는 서해선은
교통소외 지역의 혁명적 사건
이 철도가 건설되고 나면
'대서울'이 충청권까지 뻗고
충북·충남 구분이 무색해져
'국가 미래'는 지방에도 있다

지난 몇 년간 수도권, 내가 말하는 대서울에서 가장 화제가 된 토목공사 가운데 하나는 GTX라는 줄임말로 통용되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였다. 여러 개의 GTX 노선 가운데 특히 서울 강남 지역을 통과하는 GTX-A와 GTX-C에 대해서는 여러 중앙 언론에서 쉼없이 언급되고 있다.

GTX는 실제로 대서울의 교통 사정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대서울의 시민들이 GTX에 대해 오해를 하거나 과도한 기대를 갖고 있는 측면도 있다. 무엇보다 GTX는 교통 서비스가 매우 부족한 지역에 새로운 교통망을 제공한다기보다는, 이미 여러 형태의 교통망이 존재하는 지역들과 서울시 내부의 핵심 지역을 연결하는 또 하나의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측면이 강하다.

현재 중앙 언론이나 대서울 내부의 여러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부동산 업계가 GTX에 대해 보이는 관심과 기대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 나는 GTX에 대해 대체로 기존에도 편리한 교통 시스템이 존재하는 대서울 일부 지역에 또 하나의 철도 시스템이 추가되는 정도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동시에 나는, 한국이라는 국가의 구조를 바꿀 서해선이라는 철도 시스템이 바로 지금 건설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해선이 서울을 통과하지 않다보니 오피니언 리더들에 의해 지나치게 무시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서해선은 경기도 서북부의 고양부터 충청남도 서북부의 홍성까지 건설되고 있는 철도 시스템이다. 서해선은 그간 철도 교통이 미비하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곳에 철도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경기도 화성시·평택시, 충청남도 아산시·당진시·예산군·홍성군에서 철도 교통망이 없었거나 부족했던 지역이 직접적인 혜택을 입게 될 것이다. GTX 건설이 이미 수많은 교통망이 존재하는 지역에 또 하나의 교통망을 추가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라면, 서해선 건설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있는 토목 사업이다.

서해선이 지니게 될 위상이 이렇게 크다보니, 서해선이 지나게 될 지역에서는 수많은 기대와 요구가 제시되었다. 그러다보니 서해선의 초기 구상과 현재의 구상 사이에는 많은 변화가 발생했다. 처음에는 충청남도 홍성역에서 신안산선을 경유해 서울 여의도까지 1시간 내로 주파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지만, 현재는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에서 경부선 KTX 노선과 이어져서 광명역·영등포역·용산역·서울역 등까지 1시간 정도 걸려 도착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직도 여러 변수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완성된 뒤의 서해선은 경기도 서남부와 충청남도 서북부 지역을 대서울로 편입시키는 핵심 교통망이 될 것이다.

현재 서해선의 각 역 주변에서는 수많은 루머가 나돌고 있다. 최근 답사한 합덕역 예정지 주변에서는 수도권 전철 마크를 내세우며 '합덕역세권' 토지를 거래한다는 부동산의 간판, 합덕역에서 여의도까지 50분에 주파할 것이라는 철 지난 정보를 앞세운 부동산 플래카드 등을 확인했다.

그 플래카드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이제 여기도 수도권…서해안 시대가 열립니다! 당진합덕역(9월 시운전, 내년 4월 개통) 5분! 여의도 50분! 시속 250㎞". 이 문구에는 진실과 오해와 거짓이 뒤섞여 있다. 진실이란 "이제 여기도 수도권"이라는 말이다. KTX 천안아산역과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가 건설되면서 이미 대서울의 최전방이 된 아산시 동부 지역에 이어, 앞으로 아산시 서부 지역부터 홍성군 북부 지역까지 대서울이 될 것이다.

앞으로 충청남도는 크게 두 개의 권역으로 재편될 것이다. 차령산맥을 중심으로 서북부는 대서울의 최전방이 될 것이고, 동남부는 대전·세종·청주를 중심으로 한 중부권 메가시티를 형성할 것이다. '충청도' 또는 '충청남도·충청북도'라는 정치적·행정적 구획과는 무관한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주동하는 요인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서해선 건설이다. 한국의 오피니언 리더들은 GTX 노선 주변의 고층 아파트 집값이 몇 억원 뛰었니, 떨어졌는지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한국이라는 국가의 미래를 결정지을 서해선 건설 같은 '지방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도 좀 더 많은 관심을 보일 필요가 있다.

[김시덕 도시문헌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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