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별별 페이 전쟁

신찬옥 기자(okchan@mk.co.kr) 2023. 2. 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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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비가 올랐다는데 전혀 모르고 있었다. 광화문과 강남을 택시로 두 번 왕복하고도 요금이 많이 나왔다는 생각을 못했다. 택시에서 내리면 앱에 연결해놓은 카드로 자동 결제되니, 굳이 영수증을 따로 챙겨본 적이 없는 탓이다.

그러고 보면 참 편리한 세상이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모든 소비생활이 가능하다. 요즘은 현금은 물론 지갑을 안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도 많다. 다들 '○○페이'로 결제하는 바람에 체크카드와 현금 수요는 크게 줄었다. 지난 2년간 사라진 체크카드만 448만장이나 된다. 오죽하면 '현금은 로또 살 때, 축의금 낼 때, 붕어빵 사먹을 때만 필요하다'는 이야기까지 나왔겠나.

때로 등골이 서늘한 경험도 한다. 지인이 택시에 스마트폰을 놓고 내렸는데, 손에 쥔 건 지갑은커녕 1000원짜리 한 장도 없더란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한창일 때였는데, 신분증도 방역패스도 모두 스마트폰에 있으니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작은 실수 하나로 '사회적 금치산자'가 된 느낌이었단다.

어느 보안 전문가의 경고도 섬?하다. 모든 금융보안 시스템이 현재 스마트폰 소유자가 '본인'이라고 가정하고 거래를 인정한다. 아무리 대단한 보안 시스템이라도 다른 사람이 스마트폰을 장악해 본인인 척 연기하는 데에는 방법이 없다. 스마트폰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본인 부주의'로 돌리기에는 예상되는 피해도 너무나 크다. 오픈뱅킹, 지불페이, 전자상거래 시스템 등 '돈이 오가는 길'이 편리해질수록 불안이 커지는 것은 괜한 걱정일까.

기우와는 별개로 페이 전쟁은 이제 시작이다. 별별 페이가 다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핵폭탄급 신인 '애플페이'가 상륙한다. 결제 정보를 해외로 넘기는 문제로 논란이 있었지만 금융당국의 문턱을 무사히 넘은 모양이다. 대한민국 경제생활자 대부분이 삼성페이를 쓴다는 '삼성페이공화국'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궁금하다. 최근 코미디 프로그램 SNL에 나온 에피소드처럼 지문페이, 홍채페이, 겨털페이, 히프페이 같은 기상천외한 페이가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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