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는 골목에서 끝나지 않았다…2차 가해 만연[이태원 참사 100일]

이홍근 기자 2023. 2. 3.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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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49재인 지난해 12월16일 이태원 참사 희생자 시민분향소 앞에 주차된 신자유연대의 차량에 ‘이태원 참사 추모제 정치 선동꾼들 물러나라’고 적힌 펼침막이 게시돼 있다. 조문객들을 맞는 유가족들은 매일 이 문구를 마주해야 했다. 박하얀 기자

“‘언론의 자유’라는 방어막으로 피할 순 있겠지만 말과 글이 타인을 향할 땐 목숨까지 끊을 수 있는 무기가 된다는 걸 깨달아야 합니다.”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부대표는 3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100일, 2차 가해자는 누구인가’ 토론회에서 “언론 보도와 유튜브, 온라인 악성 댓글로 고통을 겪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부대표는 “입법으로 (2차 가해)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라고 했다. 이날 토론회는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주최했다.

김수정 미디어감시팀장이 언론의 2차 가해 현황을 분석한 결과 ▲막말에 대한 무비판 인용 ▲확인되지 않은 루머나 허위조작정보 인용 ▲유가족에 대한 왜곡, 순수한 유가족다움의 강요 ▲보도하지 않거나 흐리게 보도 ▲혐오 담론 방관 ▲악성 댓글 방치 등 6가지 유형이 있었다.

김 팀장은 “막말 수준의 내용을 비판하지 않고 자극적인 표현을 인용해 갈등을 조장하는 보도들이 있었다”며 “의원들의 막말을 기사 제목으로 내세운 경우들이 있었다”고 했다. 또 참사 국면에서 확인되지 않은 인터넷발 허위 정보를 근거로 한 보도를 언급하며 “기사에 나온 목격자도 전문가도 제대로 호명되지 않았다”고 했다.

유가족 의사와 무관하게 얼굴을 가리는 보도도 2차 가해의 유형으로 꼽혔다. 김 팀장은 “보도하지 않거나 흐리게 보도하는 것도 2차 가해”라며 “유가족들이 입장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얼굴을) 흐리게 처리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음에도 흐리게 처리를 한 언론사들이 있었다”고 했다. 민언련 분석에 따르면 49개 언론사 중 29개 언론사가 영정을 흐리게 처리했고 8개 언론사는 보도조차 하지 않았다.

유튜브 채널 운영자들에 의한 2차 가해도 주요 문제로 꼽혔다. 김지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2차 가해 대응 팀장은 “막말을 한 뒤 고소해보라고 어그로(자극적 게시물로 문제를 일으키는 행위)를 끄는 유튜버도 있다”며 “법적 처벌은 2차 가해를 막을 방법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돈벌이 수단인 만큼, 영상을 차단하고 채널을 삭제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라 생각해 대응하고 있다”면서 “다만 채널·영상이 삭제돼도 차명으로 반복해서 개설하는 경우가 있어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유튜브로 생중계됐는데, 생중계 중 실시간 채팅에 2차 가해성 발언이 다수 올라와 토론회 도중 채팅창이 폐쇄되기도 했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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