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 보러 극장은 '북적'… 프로농구장은 '울적'

이용익 기자(yongik@mk.co.kr) 2023. 2. 3.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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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관객 200만 돌파했지만
프로농구 시청률 5년째 감소
평균 관중 3천명 회복 못해
실력은 물론 마케팅서도 고전
네이버·유튜브 중계도 불발

지난달 30일 고양 캐롯과 서울 삼성의 2022~2023시즌 SKT 에이닷 프로농구 정규리그 4라운드 경기가 열린 고양체육관. 캐롯 김진유의 3점슛이 에어볼로 이어지자 관객석에서 탄식이 나왔다. 3점슛 연속 성공 기록을 76경기째 이어가던 캐롯 전성현의 기록도 이날 중단됐다. 30대 농구팬 손 모씨는 "찬스 상황에서 3점슛이 에어볼이 되면 너무 허무하다. 누가 농구장을 자주 찾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농구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관객 200만명을 돌파하며 인기를 끌고 있지만 한국프로농구(KBL)의 인기는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관객 200만명의 연령별 예매 분포(CGV 기준)를 살펴보면 20대 18.7%, 30대 38.6%로 MZ세대도 윗세대에게 친숙한 슬램덩크에 관심을 보이고 있고, 성별 분포 또한 여성이 47.5%에 달한다. 이처럼 남녀노소 모두 슬램덩크를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더욱 안타까운 부분이다.

채널이 다변화된 요즘 시청률이 인지도를 전부 대변할 수 없지만 떨어진 인기를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인 것은 사실이다. 기존에도 0.2%대 수준으로 높지 못했던 프로농구 시청률은 2018~2019시즌에 0.19%로 떨어진 뒤 0.2% 선을 회복하지 못했고, 다섯 시즌 동안 매번 떨어져 현재 2022~2023시즌에는 0.10%까지 내려온 상태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가장 직접적으로 큰 피해를 본 관중 수에서도 3000명 선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실력 자체가 저하된 것이 팬들의 관심을 떨어뜨리는 1차적인 원인이다.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스타를 탄생시키고, 국내 리그 인기를 자연스럽게 올리는 방법 중 하나인데, 한국 농구는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이후 아예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다.

아시아에서도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이후에는 이란, 중국 등 경쟁국에 밀려 금메달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농구 국가대표 출신인 이규섭 SPOTV 해설위원은 "올 시즌 프로농구 자체가 과거보다 수준이 떨어진다고 보기 어렵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국내 선수보다 미국, 필리핀 등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커지는 것은 걱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력보다도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이 농구계 내외에서의 지적이다. 이정학 경희대 체육대학 교수는 "핵심 제품(경기력)의 부진함을 부가 제품(홍보 등)을 활용해 가치를 높이는 게 마케팅"이라며 "슬램덩크의 인기라도 같이 누리기 위해 경기장 등에서 추억의 이벤트를 진행하거나 영화 관람 티켓, 굿즈(팬 상품)가 있는 고객에게 경기 예매 시 할인을 해주는 등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 또 최근 감성을 자극하는 복고가 인기인 만큼 농구대잔치 시절 스타들도 활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수년간 한국 프로스포츠 컨설팅 업무를 맡아온 김정윤 웨슬리퀘스트 이사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팬을 늘리고 수익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는 "단순한 승패 외에 즐길 이야기가 부족하다면 마음을 사지 못한다. 농구라는 공통점이 있을 뿐이지 슬램덩크와 프로농구가 같은 상품은 아니다"고 단언했다.

농구와 같은 겨울 스포츠인 배구에서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팬층을 늘린 사례가 있다. 김 이사는 "배구는 지난 4년 동안 티켓 구매 관객을 대상으로 성별, 연령, 방문 이유 등 15만개 이상의 데이터를 모았고, 이를 기반으로 MD 등을 만들었다. 올해 올스타전의 경우 유니폼을 주는 좋은 좌석의 티켓 가격이 15만원이었지만 인기를 끌면서 과거 5년에 비해 평균 3배가량 매출을 늘렸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프로농구는 올 시즌부터 접근성이 가장 높은 네이버, 유튜브 등을 통한 중계도 불가능한 상태라서 효율적으로 마케팅을 하고 새로운 팬을 끌어들일 수 있는 창구도 적다는 것이 문제다. 현재 프로농구는 SPOTV 채널이나 KBL 통합 웹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앱), 뉴미디어 중계권을 구매한 아프리카TV 등으로 봐야 한다. 이 해설위원은 "코치를 하고 해설위원을 할 때보다 스포츠 예능에 출연하면서 알아보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 과거 드라마 '마지막 승부'(1994)가 방영됐을 때 농구 인기가 많아진 것처럼 농구계가 미디어에 더욱 민감하게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프로농구연맹 역시 뉴미디어를 통해 인기를 올리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공식 유튜브 계정 KBL TV는 2018~2019시즌 농구팬들에게 처음 선보인 이후 다섯 시즌 만에 최근 구독자가 10만명을 넘었다. 경기 외에도 각 구단과 선수들을 알릴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한편 필리핀 선수 등이 뛰게 되면서 영문 자막 서비스를 새롭게 시작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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