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혼종” 새로운 ‘케이팝 제너레이션’[인터뷰]

김원희 기자 2023. 2. 3. 16:5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왼쪽부터)기획 총괄 프로듀서 정형진, 책임 프로듀서 임홍재, 연출 김선형, 이예지, 스토리 총괄 프로듀서 차우진. 제공 티빙



“케이팝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아름다운 혼종?”(‘케이팝 제너레이션’ 속 마마무 화사의 인터뷰 중)

케이팝이 진화하고 있다. 아이돌 가수로 대변되는 ‘케이팝’이 세계의 가요계를 휩쓸고 있는 것은 불과 3년 정도지만, 그 역사는 어느새 30년을 향해가고 있다. 1세대 아이돌이 성행한 1995년부터 4세대 아이돌이 활약 중인 현재에 이르기까지 케이팝 역시 시대의 흐름을 따라 변화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공개된 티빙의 다큐멘터리 ‘케이팝 제너레이션’은 제목 그대로 놀라울 정도로 달라진 케이팝의 각 세대를 집중 조명했다. 단순히 퍼포먼스의 주체자인 아티스트만을 중심으로 다룬다거나 ‘팬덤 문화’를 포괄적으로 훑어보는 기존의 다큐멘터리들과 달리 기획사와 아티스트, 팬덤을 같은 선상에 두고 다각도로 들여다보며, 오랜 시간 어떻게 유기적으로 발전해왔는지를 풀어간다.

지난달 31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제작진 인터뷰를 통해 총괄 프로듀서인 정형진 패치웍스 대표는 “수많은 인터뷰를 진행하며 케이팝을 만드는 사람도 아티스트도 수용하는 팬들도 세대가 모두 바뀌고 있다는 걸 느꼈다. 이에 ‘케이팝 제너레이션’이라는 제목을 붙이게 됐다”고 소개했다.

티빙 ‘케이팝 제너레이션’ 중.



스토리 총괄을 맡은 차우진 대중음악 평론가 역시 “케이팝의 특성상 기획사와 아티스트, 팬덤 세 개의 주체가 균형감 있게 공존하고 있는데, 케이팝이 중요한 장르 및 현상이 된 지금 상황을 정확하게 짚어내는 콘텐츠를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케이팝이 변화해온 모습과 그 현주소를 다루는 만큼 동원된 인원도 어마어마하다. 총 4화로 구성된 해당 콘텐츠에는 각 세대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만 총 53인이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선형 PD는 “4세대 아티스트들은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높다. 케이팝 글로벌화 되는 것에 자부심과 책임감, 사명감을 이야기해 놀랐다. 1, 2세대 아이돌은 세상이 얼마나 많이 바뀌었는지, 또 이에 적응해야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것과 세대간 소통과 타협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전했다”고 밝혔다.

케이팝에서 빼놓을 수 없는 ‘팬덤’에 대해서도 색다른 시각으로 다룬다. 소위 ‘덕질’로 불리는 케이팝의 팬덤 문화가 독특한 사회·경제적 현상으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제작진은 이를 1화에서 ‘DuckZill’이라는 고유명사로서 영문 표기하며 깊게 파고들었다.

티빙 ‘케이팝 제너레이션’ 중.



책임 프로듀서인 임홍재 PD는 “성과나 국가의 문화 자산으로서 케이팝을 주로 봤다면, 이 다큐멘터리로는 다층적인 관점에서 담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덕질’의 고유명사를 일부러 영문화해 표기해 케이팝의 특수성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촬영 진행이 쉽지 않았던 팬 인터뷰 비화를 전하기도 했다. 임 PD는 “팬덤이 문화적, 산업적으로 어떤 위치와 위상에서 어떤 일들을 수행하는지 보고 싶었다”며 “팬들을 카메라 앞으로 끌어내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팬데믹 기간이라 마스크를 써야하기도 했고, 본인보다는 아티스트와 팬덤에 대한 애정과 2차 창작물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신분 노출을 원하지 않아 제작진 회의를 하며 ‘얼굴을 노출하지 않는 다큐가 있냐’는 격론이 있기도 했다”고 웃었다.

그러나 이 또한 팬덤의 정서라는 점을 이해하게 됐다고. 임 PD는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결과적으로 생각해보면 팬들이 가진 고유한 정서였던 것 같다. 스스로를 드러내기보다 애정과 그 결과물에 집중하는 태도가 반영된 것 같다. 생경했지만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이게 됐다”고 전했다.

(아래 왼쪽부터)기획 총괄 프로듀서 정형진, 스토리 총괄 프로듀서 차우진, 책임 프로듀서 임홍재 (위 왼쪽부터) 연출 이예지, 김선형. 제공 티빙



정 대표는 “산업적인 측면에서 앞선 세대의 팬덤은 단순 사용자의 입장이었다면, 이제는 소비를 넘어 창작의 주체가 되고 있다. 정서적으로 팬과 아티스트가 서로의 성장을 돕는 독보적인 관계”라고 짚었다.

차우진 평론가는 “100명의 팬이 있으면 100개의 관점이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이미 보고 들은 내용으로 정형화된 케이팝 팬덤의 모습은 지우고 접근할 때 이들과 더 정확히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공을 들여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낸 이들이 내린 결론은, ‘케이팝은 아름다운 혼종’이라는 것이다.

이예지 PD는 다큐멘터리 중 마마무 화사의 인터뷰에서 나온 ‘케이팝은 수많은 사람이 함께 일궈낸 아름다운 혼종’이라는 표현을 언급하며 “케이팝은 장르가 없다. 무대와 쇼에 적합하면 팝이든 록이든 재즈든 힙합이든 제한 없이 받아들이고 한 곡 안에 다 넣어서 만들기도 하는, ‘장르’보다 더 넓은 의미가 있는, 혼종 음악”이라고 말했다.

차우진 평론가 역시 “케이팝은 다국적 구성원, 다국적 프로듀서가 협업하며 크리에이터들이 뭉치는 구심점이 되고 있다. ‘케이팝 제너레이션’을 통해 이런 인상적인 새로운 세대의 케이팝을 만날 것”이라고 전했다.

김원희 기자 kimwh@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