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 “치료제 없는 이 질환, ‘아바타’ 만들어 치료”

서울성모병원·가톨릭대 의대 연구팀, ‘전신경화증 아바타 모델’ 구축
쥐에 환자 면역상태 반영·피부·폐 섬유화 재현…약물 치료효과 확인
“새 약물 투여 전 치료 반응 예측…개인별 치료계획에 도움될 것”

실험용 쥐.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게티이미지뱅크

 
손과 발, 피부, 전신의 여러 장기가 딱딱해지는 섬유증인 ‘전신경화증’. 이 질환은 내부 장기의 광범위한 섬유화가 특징으로, 폐 섬유화가 진행됐을 때 적절히 치료받지 못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치료제가 없는 난치성 자가면역질환이다.

그런데 전신경화증 환자의 혈액면역세포를 동물에 주입해 환자 면역상태를 반영하는 치료법이 국내 연구팀에 의해 제시됐다.

향후 환자에게 직접 약을 투여하기 전 아바타 모델로 치료 반응을 예측하고 약효를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박성환·박영재 교수와 가톨릭대 의대 류마티스연구센터의 조미라 교수·박민정 박사 공동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의 ‘전신경화증 아바타 모델’을 구축했다고 2일 밝혔다. 

연구팀은 면역력이 결핍된 동물에 전신경화증 환자와 정상인의 혈액을 주입한 결과, 동물의 피부와 폐 조직에서 주요 면역세포인 ‘T세포’와 ‘B세포’를 확인했다. 

특히 전신경화증 환자에게서 증가하는 지표인 ‘자가항체’(anti-ETAR)가 정상동물 대비 전신경화증 모델동물에서 증가해 환자의 면역 체계가 동물모델에 반영된 것을 확인했다. 

면역력이 결핍된 동물에 전신경화증 환자 혈액 면역세포를 이식한 결과, 자가면역 질환을 가진 사람의 세포(면역림프구)가 동물 조직에 자리 잡고 생착한 것이다. 이후 동물 피부와 폐 조직이 딱딱해지는 섬유화를 직접 확인해 자가면역증 환자의 섬유화를 예측할 수 있는 동물모델로 입증됐다.  

정상인 혈액 투여 동물과 환자 혈액 투여 동물은 전신경화증 지표인 피부와 폐에서의 섬유화 정도에도 차이가 있었다. 환자 혈액 이식 모델의 피부와 폐의 섬유화 지표가 정상인 대비 모두 증가했다.  

또한 자가면역질환에서 섬유화를 일으키는데 중요한 인자로 알려진 ‘TH17’ 세포와 ‘IL-17’ 사이토카인이 환자 혈액을 주입한 동물의 피부와 폐 조직에서 정상인 혈액 동물 대비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이후 동물 모델에 섬유화를 유도하는 사이토카인 억제 약물이나 섬유화가 진행되는 정도를 조절하는 신호 조절 약물을 투여한 결과, 면역세포 섬유화 진행이 감소했다. 전신경화증의 약물 효과를 확인하는데 적절한 동물모델임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다. 

조미라 교수는 “환자의 면역체계가 이식된 쥐에서 약물의 치료효력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었다”라며 “인간 항체를 대상으로 전임상 동물모델에서 평가가 정확히 이뤄지지 못하는 문제점도 해결한 환자 전임상 모델을 구축했다”라고 설명했다.  

박성환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전신경화증 환자의 혈액이 이식된 쥐에 환자의 면역체계가 반영됐고, 치료 약물의 효과를 확인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며 “향후 환자에 직접 약물 투여를 하기 전 아바타 모델로 치료 반응을 예측하고 약물 효과를 확인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실험 및 분자의학회지’(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에 지난해 9월 게재됐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