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올림픽 참가를 둘러싼 엇갈린 시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국적 선수들의 2024 파리올림픽 참가를 두고 각국이 엇갈린 입장을 내놓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러시아 선수들이 ‘중립 선수’ 자격으로 출전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이를 지지하고 유럽국들은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2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IOC 같은 스포츠 조직이 러시아와 벨라루스 출신 선수들의 스포츠 행사 참여를 허용하는 경우 그들은 국가를 대표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동맹국 벨라루스 선수들이 자국 국기 등을 사용하지 않는 중립국 소속이라면 올림픽 출전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부과된 IOC 제재에 따라 국가 상징물을 국제대회에서 사용할 수 없다.
이는 IOC의 입장과 맞닿아 있다. IOC는 지난달 25일 집행이사회 회의에서 참가자 다수가 러시아 선수들이 ‘중립 선수’로 국제대회에 나설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어떤 선수도 국적 때문에 차별을 받아선 안 된다며 두 국가 선수들의 올림픽 참가를 허용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같은날 아시아올림평의회(OCA)는 오는 9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을 초청하겠다고 밝혔다. 두 국가가 6월 폴란드에서 열리는 유러피언게임에 참가하지 못하게 되자 아시아 대회를 통해 기회를 주겠다는 의도다.
이후 국제사회에선 비판이 쏟아졌다. IOC가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느끼고 있는 전쟁의 현실과 동떨어진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벨라루스 선수들이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게 된다면 올림픽을 보이콧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라트비아도 보이콧에 동참할 뜻을 밝혔다.
라트비아와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폴란드의 체육장관들은 2일 성명을 내고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을 중립이라는 베일 아래 국제 스포츠 대회에 복귀시키려는 노력은 이들 국가의 정치적 결정과 광범위한 선전을 정당화한다”고 비판했다. 노르웨이 스포츠연맹도 이날 성명에서 “전쟁 행위가 계속되는 한 엄격한 중립 원칙 하에서도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이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걸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영국, 덴마크, 독일 등도 IOC의 입장에 반기를 들었다.
궁지에 몰린 IOC는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IOC는 2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반박자료에서 유엔 인권이사회의 특별보고관 2명을 인용해 “국가들이 인권을 노골적으로 무시할 때, 올림픽 공동체는 공통된 가치를 지지해야 할 더 큰 의무가 있다”고 전했다.
IOC는 1964~1998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올림픽 참가를 금지한 건 인종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에 대한 유엔 제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라 유엔 차원의 러시아 제재 가능성은 없는 상황이다. IOC는 1991년 유고슬라비아가 내전에 휩쓸리면서 유엔 제재를 받았지만, 이듬해 선수들은 중립국 깃발을 들고 바르셀로나 올림픽에 참가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IOC는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의 파리올림픽 참가 여부가 결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IOC는 “섣불리 보이콧을 예고하며 논의를 확대하는 건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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