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45분 기자회견 중 15번 언급한 '디스인플레이션'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세계 최대 경제국 미국의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를 이끄는 제롬 파월 의장이 이번주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 물가상승률 하락 혹은 둔화)'이라는 이슈를 글로벌 금융시장에 퍼뜨렸다.
파월 의장은 디스인플레이션을 "대단히 환영(most welcome)"했고 금융시장은 파월이 던진 화두에 매달리며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는 신호를 연준이 보냈다고 베팅했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전날 금리 결정회의를 마치고 45분간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디스인플레이션이란 단어를 15차례 사용했다.
연준이 이번 금리인상 사이클을 시작한 지난해 3월 이후 다른 기자회견에서 디스인플레이션이 언급된 경우는 단 1차례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가히 폭발적 관심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그렇다면 정확하게 디스인플레이션이 무슨 개념이고 왜 환영할 만한 것인지를 로이터가 짚어봤다.
◇ 인플레이션
디스인플레이션을 이해하려면 중앙은행들이 사용하는 인플레이션이 어떤 개념인지를 먼저 이해하는 것이 도움이 되겠다. 인플레이션은 가장 단순하게 말하면 제품과 서비스 전반의 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전세계 중앙은행들은 연간 인플레이션 목표를 2%로 잡는다. 일반적으로 지난해와 동일하게 소비한다는 가정 하에 지불하는 금액이 전년 대비 2% 늘어난다면 일상적 소비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을 정도로 낮은 물가 수준이라는 것이다. 또 중앙은행들이 경기 하강에 대응해 금리를 인하할 여력을 주기에 충분히 높은 물가 수준이다.
인플레이션이 2% 수준을 넘기면 경제 전반에 큰 문제를 일으킨다. 기업과 개인이 생필품 구입에 돈을 더 내야 하는 것은 물론 임금인상 압박까지 더해져 악순환이 시작될 수 있다. 임금 인상 압박이 커지면 기업들이 제품 가격을 인상하고 그러면 다시 임금 압박을 키운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올려 지출을 압박해 인플레이션을 낮추고 이는 현재 대부분 중앙은행들이 취하고 있는 조치다.
◇ 디스인플레이션=느린 인플레이션
연준이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5% 수준으로 목표 2%를 크게 웃돈다. 물론 지난해 6월 기록했던 7% 고점에 비해서는 많이 내려왔다.
이처럼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는 것이 디스인플레이션이다. 파월 의장은 디스인플레이션을 "흡족한(gratifying)" 결과라고 칭하면서 연준의 공격적 금리인상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하나의 신호라고 봤다.
◇ 디스인플레이션 어디에나 있는 것은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일부 물가는 아직도 오르고 있다. 미국에서 지난달 달걀은 전년비 254% 폭등했고 보석도 54% 뛰었다.
하지만 대체로 상품 가격은 내려 오고 있다. 악기류는 12% 떨어졌고 중고차는 27% 낮아졌다. 연준이 가장 선호하는 인플레 지표 PCE에서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5%다.
PCE에서 또 다른 25%를 차지하는 주거비는 오름세다. 하지만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수요가 꺾였고 새로 월세 계약을 맺는 경우 더 싸게 집을 얻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월세 하락은 앞으로 몇 개월에 걸쳐 지표에 반영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들은 예상한다. 이에 대해 파월 의장은 디스인플레이션의 "좋은 부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거를 제외한 핵심 서비스는 전체 인플레이션을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데 아직 내려오지 않으며 4% 수준이다. 일례로 1월 항공료는 두 배 넘게 뛰었다.
핵심 서비스 인플레이션은 대부분 임금 때문이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핵심 서비스 영역에서 디스인플레이션이 발생하기 위해 고용시장이 얼마나 약해져야 하는지, 얼마나 많은 일자리가 사라져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확인하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진짜 심각한 하강 혹은 실업률 급등 없이 경제가 2% 인플레이션으로 복귀할 수 있다고 기본적으로 전망한다"며 "지금까지 목격한 디스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고용시장이 크게 약해지지 않았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환영받지 못하는 디스인플레이션
디스인플레이션이 항상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1.8% 수준이었던 지난 2003년 "디스인플레이션이 더 심해지면 환영받지 못하는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심각한 디스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금리를 인하한 직후 더 큰 문제인 '디플레이션'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플레이션은 물가 전반이 급락하는 것으로 대표적으로 일본 경제는 디플레이션에 빠져 잃어버린 수 십년에 갇혀 있다.
물가가 떨어지면 경제력이 약해진다. 예를 들면 개인은 제품 가격이 더 떨어질 때까지 구매를 계속 미루고 그러면 물가는 더 떨어진다.
하지만 오늘날처럼 높은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연준이 원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상황이다. 파월 의장은 "디스인플레이션 과정이 시작됐다고 처음으로 말할 수 있다"며 "우리가 지금 디스인플레이션에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을 대단히 환영한다"고 말했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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