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안 되다’와 ‘안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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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띄어쓰기를 도입한 사람은 한국인이 아니라 외국인 선교사였다.
그래서 세상에는 헐버트가 처음으로 한글의 띄어쓰기를 만든 사람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존 로스 목사가 최초의 인물이다.
그 사람 조실부모했다더니 참 안됐어.
그렇다고 해서 '안됐어'를 ①처럼 써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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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다음 화면에 뜬 기사 제목을 보니 기가 막힌 것이 눈에 띈다.
①“넌 아직 준비 안됐어 말렸지만”... 23살 시설 너머엔 자유가 있었다
②“안되면 조상 탓!”
위의 문장을 보녕 쉽게 이해할 것 같지만 띄어쓰기가 되지 않아서 사실은 의미 전달에 무리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별 문제 없다고 생각하고 읽겠지만 ‘안 되다’와 ‘안되다’는 의미가 다르다. 우선 ‘안되다’의 일반적인 의미는 “일이나 상황이 좋게 이루어지지 않은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②의 경우는 맞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잘되다’의 반대말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안되다’의 다른 의미로 형용사로 쓰일 때가 있다. 예를 들면
그 사람 조실부모했다더니 참 안됐어.
태호야! 너 얼굴이 왜 그렇게 안돼 보이니?
라고 할 때는 ‘안되다’가 “가여워서 마음이 좋지 않다, 불쌍하다, 안쓰럽다”의 뜻이다. 태호의 얼굴이 ‘불쌍해 보이거나 안쓰러워서 견딜 수 없다’는 의미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 여기서 ‘안돼’는 ‘안되어’의 준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안됐어’를 ①처럼 써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이런 경우에는 ‘안’이 하나의 부사로 쓰인 것이다. 그래서 ‘안’과 ‘되다’를 띄어 써야 한다. 문장을 자세히 보면 “스물 세 살의 처녀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라비아 숫자와 쓸 때는 한자로 세(歲)를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말로 스물 세 살이라고 할 때는 ‘살’을 쓴다. 그리고 ‘안 된다’는 맞지만 ‘안 됀다’는 틀린 것이다. ‘돼’는 ‘되어’의 준말이기 때문에 “이해가 잘 안 된다.”라고 해야지, “이해가 잘 안 됀다.”라고 쓰면 틀린다. 그러므로 ①번의 문장은 두 가지가 틀린 것인데 뉴스 전면에 버젓이 등장하였다. 기자가 글을 올릴 때는 책임 의식을 갖고 해야 한다. 부정부사와 하나의 동사(형용사)는 구분해서 써야 한다. 우리말은 각 단어별로 띄어쓴다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것이 가장 어려운 것일 수도 있다. 남들에게 보이려고 하는 글이라면 조금은 더 신중하게 쓰는 습관을 기르자.
[최태호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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