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 바닥 다졌지만 LG생건 바닥 뚫었다

이용준 2023. 2. 3.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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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분기 아모레 '흑전' LG생건은 '적자 전환'
중국 소비둔화 여파…미국 등으로 사업 다각화
/그래픽=비즈니스워치

'K뷰티'를 이끌고 있는 국내 양대 화장품 회사의 실적이 엇갈렸다. 작년 4분기 LG생활건강의 당기순손실은 108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적자전환됐다. 반면 이 기간 아모레퍼시픽의 당기순이익은 246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아모레퍼시픽이 LG생활건강보다 먼저 바닥을 다진 셈이다. 

실적 부진의 진원지인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진출 지역 다각화도 눈에 띄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모두 4분기 북미사업에서 선방했다.

아모레 웃고, LG생건 울고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뷰티부문 4분기 영업이익/그래픽=비즈니스워치

3일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작년 4분기 매출은 1조87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7.9% 줄었다. 하지만 내실은 좋아졌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122.9% 증가한 570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246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내의 △이니스프리 △에뛰드 △에스쁘아 등 중저가 뷰티 브랜드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을 효율화하고 고정비를 절감하면서다. 오설록도 프리미엄 티세트가 판매호조를 보이면서 영업이익이 173% 증가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럭셔리 브랜드 감소 폭이 크지 않았고 이니스프리, 에뛰드 등 자회사가 흑자전환한 점이 실적 개선 요인"이라고 말했다.

반면 LG생활건강의 표정은 아직 어둡다.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1289억원으로 47% 감소했다. 이 기간 매출도 1조 8078억원으로 11% 줄었다. 당기순손실은 1088억원으로 적자전환됐다.

사업별로 보면 뷰티사업 감소 폭이 컸다. 같은 기간 뷰티 부문 영업이익은 792억원으로 57.7% 줄었고, 매출도 23.7% 감소한 8701억원을 기록했다. 면세점과 중국 현지 소비가 둔화되면서 럭셔리 브랜드 중심으로 전체 실적이 악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뷰티부문 연간 실적/그래픽=비즈니스워치

연간 실적으로 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LG생활건강 연간 매출은 18년 만에 역성장했다. 지난해 LG생활건강 매출은 7조1858억원으로 2021년보다 11% 줄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7111억원으로 45% 감소했다.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의 당기순이익은 1293억원으로 28.5% 감소했지만 흑자를 지키는데는 성공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2142억원으로 37.6% 줄었다. 특히 해외사업 부문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4.3% 급락했다. 중국 비중이 60%를 차지하는 아시아매출이 급감하면서다.

미국 시장 차근차근 공략
지역별 매출을 보면 북미 지역의 선전이 눈에 띈다. 의존도가 높은 중국 시장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작년 4분기 아모레퍼시픽 북미와 유럽 사업 매출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99%, 69% 증가했다. 미국 럭셔리 클린 뷰티 브랜드 '타타하퍼' 인수 효과와 유럽 라네즈 성장이 주요했다는 설명이다.

LG생활건강의 작년 4분기 미국 매출은 131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5% 성장했다. 미국 뷰티 브랜드 '더크렘샵' 지분인수 등 적극적인 북미시장 공략에 나선 결과다. LG생활건강은 최근 온라인 채널 입지도 강화하고 있다. 북미 법인 디지털 사업에 능통한 문혜영 부사장을 미국사업총괄로 영입하기도 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북미사업은 지난 3년간이 경험과 더불어 새로운 리더십을 기반으로 시장 상황과 고객 특성에 맞는 브랜드 및 제품 준비하고 있다”며 "현지 사업 운영 역량 보강을 차근차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국 언제 다시 살아날까

작년 실적 부진의 진원지인 중국은 올해 상반기 이후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고 중국 시장의 '위드코로나' 효과가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되면서다. 특히 3월초 예정된 중국 양회(兩會) 결과 여부가 주목된다. 양회는 중국 정부가 한해 정책방침을 결정하는 자리로 경기부양책 확대가 전망된다. 

업계도 시장변화를 인지하고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후, 숨, 오휘 등 럭셔리 화장품을 지속 육성할 계획"이라며 "또 작년 광군제에 새롭게 진입한 틱톡, 콰이쇼우 등과 같이 온라인채널 다각화도 성과를 내기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관건은 '후'의 매출 개선이다. 후는 LG생활건강 럭셔리브랜드 가운데 80% 이상 비중을 차지하는 메가 브랜드다. '후' 매출은 작년 1분기 54% 급감하더니 △2분기 -33% △3분기 -34% △4분기 -30% 등 하락세를 이어갔다. 

아모레퍼시픽도 수요 회복 시기를 재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시장 상황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지만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도 "리오프닝 수요 대비를 위해 설화수 등 중국에 진출한 대표 브랜드 마케팅을 더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수도 있다.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로컬브랜드다. KOTRA 분석에 따르면 중국 화장품 시장 내 로컬브랜드 점유율은 56% 이상으로 성장했다.

이용준 (yjy@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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