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버 쳐야 하는 파3홀, 드라이버 못 치게 하는 파4홀 ··· 단타자는 서럽다 [오태식의 골프이야기]

2023. 2. 3.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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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3홀에서 티샷하는 모습.
‘국내 최장의 파3홀로써 티그라운드에 올라서면 마치 파4홀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며 그린 앞에 위치한 마운드는 플레이어에게 부담을 준다.’

경기도 여주에 위치한 솔모로CC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퍼시몬 코스 1번홀에 대한 설명이다. 보통 아마추어 골퍼가 라운드하는 화이트티 기준으로 221야드에 달하고 선수용 블랙티 기준으로는 무려 245야드에 이르는 대한민국 최장의 파3홀이다. 자, 그럼 당신은 이 홀에서 어떤 클럽으로 티샷을 할 것인가.

많은 주말골퍼들이 잠깐 고민에 빠지기는 하지만 대부분 이 홀에서 드라이버를 잡는다. 그리고 드라이버 티샷을 하고도 그린에 올리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런데도 이 홀에서 절대 드라이버를 잡지 않는 주말골퍼도 있다. 파3홀에서 드라이버를 잡는 것 자체를 자존심 문제와 결부하기 때문이다. ‘파3홀은 아이언’, 아무리 양보해도 ‘파3홀은 우드’라는 것이다. 곧 죽어도 남자는 거리 아닌가.

하지만 티샷 거리 짧은 주말골퍼 중에는 200야드가 안되는 파3홀에서도 드라이버를 잡는 골퍼가 일부 있다. 170~180야드가 넘고 그린 앞에 긴 해저드가 있을 경우, 우드나 롱 아이언 보다 드라이버를 잡을 때 좋은 스코어가 나오는 경우가 꽤 있다. 알량한 자존심만 버린다면 긴 파3홀에서 드라이버는 ‘훌륭한 무기’가 되는 것이다.

파3홀 드라이버 티샷의 장점은 무척 많다. 일단 롱아이언이나 우드를 잡을 때와 달리 과도한 힘을 주지 않아도 된다. 가벼운 스윙으로 임팩트에 집중해 ‘툭’ 맞추기만 해도 160~170야드를 보낼 수 있는 게 드라이버이기 때문이다. 특히 그린 앞에 위험한 장애물이 있을 때 드라이버는 불안감을 줄여줘 미스샷이 발생하는 확률 또한 줄여준다.

이때 이런 말을 하는 얄미운 상대가 꼭 있다. “파3홀에서 드라이버 잡는 것은 반칙이야.” 하지만 골프는 골프백 안에 있는 14개 이내 클럽 어떤 것을 사용해도 되는 스포츠다.

프로 골프대회에서는 파4홀을 짧게 세팅해 ‘드라이버샷 원온’ 경쟁을 유도해 흥미를 끌기도 한다. 2016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첫 ‘파4홀 홀인원’의 주인공 장하나 역시 바로 이런 ‘드라이버블 파4홀’에서 작성한 것이다. 당시 홀의 길이는 218야드에 불과했다.

드라이버를 치면 좋은 긴 파3홀도 있지만 어떤 골프장에는 드라이버를 잡지 못하게 하는 짧은 파4홀도 있다. 9홀로 운영되는 퍼블릭 골프장 중에 특히 많지만 18홀 정규 코스 중에도 ‘특별한 사정’ 때문에 드라이버를 못 잡게 하는 경우가 있다. 골프장 로컬룰로 정해 놓기 때문에 아무리 티샷 거리가 짧은 골퍼라도 이를 지키지 않으면 안된다. 주로 급격하게 휘어지는 도그레그 홀인 경우가 많다. 그린을 직접 겨냥해 티샷을 하는 장타자들을 막기 위한 조치다.

지난 해 수도권 골프장 중에서도 파4홀에서 티샷을 하지 못하게 해 어쩔 수 없이 우드로 티샷을 해야 하는 경험을 했다. 물론 심하게 왼쪽으로 휘어지는 홀이었다. 우드나 아이언으로 오른쪽으로 안전하게 티샷을 하면 되지만 그린까지 거리가 멀어지기 때문에 대부분 페어웨이 왼쪽에 위치한 벙커를 넘기는 티샷을 시도한다. 벙커를 안전하게 넘기 위해서는 캐리(날아간 거리)로 족히 160야드를 보내야 한다. 장타자들은 우드로도 충분히 넘길 수 있는 거리다. 하지만 이른바 ‘짤순이’들에게는 이 거리를 넘기는 게 만만치 않다. 게다가 벙커 턱이 꽤 높아 벙커에 빠질 경우 곧바로 그린을 노리기 어렵다. 당시 4명 중 한 명이 그 벙커를 넘기지 못해 ‘치명적인 화’를 입었다.

긴 파3홀이야 드라이버를 잡으면 그만이지만 드라이버를 잡지 못하게 하는 짧은 도그레그 파4홀은 이래저래 단타자들에게 서럽기만 하다.

오태식기자(ots@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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