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공에 '中 정찰기구' 포착…美외교 방중 직전 최악사건 터졌다
CSIS 전문가 "블링컨-왕이 만남, 획기적 성과나 결과물은 안나올 듯"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이달 중국 베이징을 방문할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예방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만 미국 몬태나주 군 기지 인근에서 중국의 정찰용 풍선이 포착되는 등 악재가 나타나면서 만남이 성사될 수 있을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하는 건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8년 10월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 이후 처음이다. 당시엔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인 탓에 시 주석은 폼페이오 전 장관을 만나지 않았다.
이번에 시 주석이 블링컨 장관의 예방을 받아들인다면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려 한다는 중국 측의 자세가 명확해진다. 현재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 등으로 십자포화를 맞고 있는 중국은 미국과의 갈등을 관리하는 데 힘쓰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당장 발등에 떨어진 과제인 '경제'에 매진하기 위해서다.
블링컨 장관의 방중 일정은 5~6일로 알려졌다. 그는 중국 외교라인의 투톱인 왕이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과 친강 외교부장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소리(VOA)는 블링컨 장관이 중국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무역, 마약 대응 등의 사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 2일 미 국방부는 버스 3대 크기의 거대한 기구를 몬태나주 상공에서 포착했다면서 지상의 위험이 우려돼 격추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 기구가 상업용 및 군사용 항로보다 더 높은 고도에 위치해 있으며 정보에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봤다.
중국이 미국 본토에서 정찰 기구를 날린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기에 데프콘-1을 발령할 상황은 아니지만, 미국과 중국을 대립으로 몰아넣는 가장 파괴적인 요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CNN은 분석했다.
이미 지난주 미 공군 장성이 2025년 중국과의 전쟁을 예측한 메모가 공개되면서 미중 관계는 평소보다 한층 냉각돼 있었다. 마이클 미니한 미 공군 공중기동사령부 사령관이 11만 장병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2025년에 우리가 (중국과) 싸울 것이라는 게 나의 직감"이라고 발언한 것이다.
CNN은 "다소 선동적인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중국의 정찰 기구까지 포착했다"며 "이 사건이 무해하다는 판명이 나올 수도 있지만, 이는 블링컨 장관의 방중 의미를 퇴색하게 할 수 있으며, 매파들이 부추기는 위험한 시나리오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CNN은 관측했다.
미 상원 국방위원회 소속의 로저 위커 상원의원(공화당)은 CNN에 "국방부가 고고도 정찰 기구의 영공 침범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데 실패했다는 점을 (각종) 정보는 강하게 시사한다. 어떤 침범도 무시돼선 안 되며, 적절하게 처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화당 측에서는 이번 정찰 기구 포착 이전에도 블링컨 장관이 중국에 가는 건 악영향만 낳는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마이클 매콜 하원 외교위원장은 VOA 인터뷰에서 "매우 회의적"이라며 "이런 외교적 대화가 시 주석의 정책을 바꿀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상원에서는 공화당 의원 14명이 공동 성명을 내고 "블링컨 장관의 방중은 중국 공산당의 '선전 승리'가 되며 미국과 동맹국들에 이익을 가져다주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는 아직 말을 아끼고 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2일 브리핑에서 블링컨 장관과 시 주석의 만남에 대한 질문을 받고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양자 관계가 훨씬 더 위험한 국면으로 전환되지 않도록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복잡한 관계를 책임지고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해 11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 이후 계속 소통을 유지해 우발적인 충돌을 회피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두 정상은 양국이 기후 변화 등 협력 분야를 찾고 양자 관계 악화를 막기 위해 소통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실제로 그 이후 양국 관리들 간 접촉이 잦아졌다. 지난달에는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스위스에서 류허 중국 부총리를 만났고, 셰전화 중국 기후변화특사와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가 화상 회담을 했다. 옐런 장관은 올해 중국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의 아시아 최고보좌관이었던 데니스 와일더는 FT에 "시 주석이 블링컨 장관과 만나기로 결정한다면, 미중관계의 본질은 아니어도 기조를 바꾸겠다는 또 다른 신호가 될 것"이라면서 "시 주석은 제로 코로나 정책의 종식 이후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공급망을 옮기지 않도록 설득하기 위한 공세를 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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