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호중의 재테크 칼럼]환율과 시장에 대한 이해

하이투자증권 부산WM센터 차호중 부장 2023. 2. 3. 14: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환율’은 21세기에 들어 국제화와 무역자유화 조치로 거시경제지표 중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자본의 이동과 국제무역에는 항상 환율이라는 매개변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부존자원이 적은 한국경제는 외화가 없으면 사실상 경제활동이 마비될 수밖에 없다. 물가와 금리 부동산가격지수도 중요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환율관련 지표라 볼 수 있다. 환율이 오르면 물가가 상승하게 되고 이로 인해 가계의 실질소득이 급감하게 된다. 또한 고물가 대책으로 대출금리가 상승하면 부동산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는 구조가 될 수도 있다.

주식이나 부동산은 투자를 하지 않으면 손실도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환율은 외환에 투자하거나 환위험 관련 상품에 가입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투자와 상관없이 우리 생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국제외환시장에서 하루에 움직이는 자금만 해도 7조 5000달러($)수준이다. 우리 돈으로 8500조가 넘는 자금이며 우리나라 1년 예산을 640조 원으로 볼 때 13배가 넘는 수치다. 세계경제규모 13위인 대한민국 1년 예산의 13배 정도의 자금이 하루에도 국경을 넘나들고 있는 것이다.


IMF 이후 우리나라의 외환제도는 소위 선진국형 자본주의를 추구하는 차원에서 일일변동 폭 제한을 폐지하고 통화선물거래를 도입하며 외화의 자유로운 유입과 유출을 허용했다. 이로 인해 주식시장 역시 외국인 투자자의 비중이 확대되고, 일반인들도 주식처럼 외환을 사고파는 거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보통 외국인 투자자들은 빠른 정보력과 엄청난 자금력으로 주식이나 부동산, 채권 등에 투자하여 수익을 챙기고, 경기 사이클(Cycle) 주기를 활용하여 시장에서 투자를 늘리거나 줄이는 일을 되풀이하고 있다.

투자세력 가운데 특히 외국인들이 시장에서 취하는 포지션(Position)에 따라 환율이 출렁거리곤 한다. 주식시장과는 달리 외환시장의 특징은 제로섬게임(Zero-Sum Game)이라는데 그 특징이 있다. 즉 하나의 세력이 이익을 보는 순간 다른 세력이 손해를 보는 구조라는 뜻이다. 서로 눈치를 보며, 뺏고 뺏기는 무서운 전쟁터와 같은 시장인 것이다. 따라서 글로벌화(Global)된 외환시장에서는 환율의 변동원리를 알고 대처하는 자만이 손실을 피하고 수익을 즐길 수 있는 자격이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부동산 투자자들은 외환시장과 부동산시장이 서로 관계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외환시장과 부동산시장도 시중금리와 실질국민소득을 매개변수로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비근한 예로 2007년 하반기 이후 미국의 부동산 거품붕괴 과정을 들 수 있다. 금융정책 당국이 부동산 가격하락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당시 5.25%에서 2.0%로 인하했지만 시중자금의 흐름은 국제 원자재시장으로 들어가 원자재가격을 급등시키고 미국 달러(USD) 가치하락과 유로화(EUR) 가치상승을 가져왔다. 이는 부채가 많은 미국가계의 실질소득 감소로 연결되었고, 하락하고 있는 주택가격이 더욱 하락세를 키운 경우라 볼 수 있다.

연합뉴스 그래픽


1990년대 중반 일본의 부동산 거품 붕괴과정에서도 부동산가격이 0~25% 이상 하락할 때 엔/달러 환율은 당시 달러당 80엔대 수준에서 1년 만에 30%까지 급반등했다. 환율상승이 부메랑(Boomerang)이 되어 예상보다 더 큰 폭의 부동산 가격하락 압력으로 작용한 예다. 주식과 부동산은 뚜렷한 하락기와 상승기를 가지기에 투자 시 대세의 흐름에 편승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환율의 상승과 하락요인을 점검함이 투자 시 요구되는 이유다.


환율의 움직임은 국가나 사회의 경제상황은 물론 정치현상도 가늠케 해준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심리를 엿볼 수 있다. 시장은 결코 누구도 예측할 수 없고 이길 수도 없기 때문에 돈을 벌려면 대세상승기에 있는 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으로 접근해야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다. 마찬가지로 대세하락기에는 먼저 시장을 떠나는 것이 가장 안전하면서도 수익률을 방어할 수 있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그 척도가 되는 것이 ‘환율’이 아닐까 한다.

한국경제를 알면 글로벌(Global) 경제를 미리 내다볼 수 있다고들 한다. 월가의 유명한 경제 칼럼니스트(Columnist)인 윌리엄 페섹(William Pesek)은 2021년 4월 30일 포보스(Phobos)에 기고한 글에서 한국경제를 ‘세계경제의 풍향계(The Wind Gauge of the world Economy)’라고 말했다. 이는 한국이 개방형 수출국가이기도 하며 상당한 규모의 교역규모를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한국경제의 움직임에 따라 향후 글로벌(Global) 경제가 움직일 방향을 암시한다고 정의할 수 있다.


외국인들은 한국 주식을 살 때 중장기적으로 한국의 경제성장과 기업수익을 고려하여 의사결정을 한다. 이때 환율이 외국인의 한국주식 투자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단기적으로 외국인 매수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변수가 환율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일반적으로 외국인들은 한국의 원화(₩)가치가 저평가되었을 때 주식 매수에 나선다. 환차익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1997년 외환위기 때다. 1997년 12월 원/달러 환율이 1962원까지 급등하기도 한 이후 환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2007년 10월 말에는 901원에 이르기도 했다. 당시 한국주식에 투자한 외국인은 시세차익뿐 아니라 엄청난 환차익도 거두었다. 일반적으로 외국인들이 한국주식을 매수하게 되면 환율이 떨어지게 된다. 이는 한국주식을 매수하기 위해서는 달러를 원화로 환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달러공급이 늘어나 달러가치는 하락하고, 상대적으로 원화가치는 상승하는 움직임을 보이게 된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경우도 있다. 글로벌(Global)경제나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원화가치는 큰 폭으로 하락하고 주가도 크게 빠지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과거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하였을 당시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했지만 여전히 달러($)가 전 세계의 기축통화이기 때문에 안전자산 선호현상으로 오히려 글로벌(Global) 자금들이 미국으로 몰리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때문에 원화가치(₩)는 물론 주가도 폭락하는 시기를 맞이했다.

우리나라와 같이 산업구조가 수출 지향적이고, 외국인 주식투자 비중이 높은 국가에서는 환율이 금리보다 주가지수의 변동에 영향을 미치는 바가 크다. 다른 측면에서는 주가지수가 환율의 변동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수출기업은 환율이 높을수록 원화로 환산한 기업이익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고, 기업이익이 증가하면 자연스럽게 주가가 상승하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환차익을 기대하고 투자규모를 늘리면 주식에 대한 매수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에 주가는 상승하는 반면 환율은 하락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는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에서 모두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고 시중 통화량도 증가해 주가지수는 더욱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환율이 낮아져, 즉 원화가 강세를 보이게 되면 수출기업의 이익이 감소하기에 주가가 하락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환율이 상승하고, 주가지수는 하락할 것이라 생각해 가지고 있는 주식을 처분해 자국으로 송금에 나서게 된다. 그러면 당연히 시중에서는 유동성 감소와 함께 주가가 하락하는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최근 급격한 원/달러 환율의 하락을 견인한 것은 국내 주식시장에서의 외국인 순매수 확대에 기인한다. 지난 1월 한 달 동안 6조 8000억 원에 이르는 외국인의 공격적인 매수가 1등 공신인 것이다. 하지만 수출 위주의 국내기업에 있어 채산성으로 볼 때 손익분기점인 환율 1250원을 깨고 내려온 1220원 수준인 상황이라 하락속도 면에서 약간은 숨고르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주식이나 부동산 등 약간은 투기성이 있는 자산의 경우 대세상승기에는 적정한 수준보다 10~20% 정도 상승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대세하락기 시장에서는 적정한 수준보다 오히려 10~20% 이상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환율을 살펴 시장의 성격을 잘 파악하고 대응하는 전략을 취한다면 성공적인 투자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