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유출된 지리산 엄천강, 늑장대응에 멸종위기 남생이·수달 피해
지리산 엄천강 소수력발전소에서 유출된 기름으로 인해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남생이, 원앙, 수달 등이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남 산청군과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 등이 초동 대응에 실패하면서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지역 환경단체인 수달친구들에 따르면 지난 1일 기름 유출 사건이 발생한 경남 산청군 금서면 엄천강에서 다수의 멸종위기 동물들이 기름에 노출된 모습이 확인됐다. 수달친구들이 공개한 사진, 영상들에는 엄천강을 뒤덮은 기름띠에 멸종위기 파충류 남생이와 역시 멸종위기인 포유류 수달, 조류 원앙 등이 기름을 뒤집어쓰거나 기름띠가 떠있는 물 위를 헤엄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지리산권 남강수계네트워크에 따르면 1일 오전 8시쯤 금서면 화계리에 있는 금서소수력발전소에서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기름띠가 엄천강(임천)을 따라 약 2㎞ 가량을 흘러내리고 있는 것이 목격됐다. 최상두 수달친구들 대표는 기름 유출 현장을 확인한 뒤 바로 산청군에 신고를 했지만 산청군 관계자들은 당일 오후에야 현장에 출동했다.
게다가 유출 당일에는 유화제, 중화제 등을 뿌리는 정도의 작업만 실시했고, 기름 확산을 위한 오일펜스는 2일 오후 1시쯤에야 설치됐다. 이후에는 멸종위기 동물들의 피해가 확인되고 있음에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최 대표에 따르면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과 환경공단 관계자는 2일 오전 현장에 나왔다.
지리산과 인접한 엄천강은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여울마자, 얼룩새코미꾸리, 꼬치동자개, 모래주사, 큰줄납자루 등의 어류와 호사비오리, 원앙 등 조류, 삵이나 수달 등의 포유류를 포함한 다수의 멸종위기 동물들이 서식하는 하천이다.
이번에 엄천강에 유입된 기름은 소수력발전소 유압탱크에서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소수력발전소는 이전부터 하천의 원활한 흐름을 막으면서 엄천강을 말라붙게 한 주범이 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곳이다. 인근 어민들은 발전소가 들어선 이후 물고기가 사라졌다며 발전소 폐쇄를 요구하고 있다.
지리산권 남강수계 네트워크는 성명에서 “산청군,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초기대응에 실패하면서 오염범위는 하류로 더욱 확대되고, 멸종위기 동물들까지 피해를 입고 있다”며 “생태계를 파괴하고, 공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소수력발전소는 즉각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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