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붐비는 장례식장… “코로나·강추위로 사망 늘어”

임여익 인턴기자(서강대 국어국문학 4년) 2023. 2. 3.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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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의 e하늘장사정보시스템 홈페이지(15774129.go.kr)에 접속하면 전국 시군구 장례식장을 규모와 편의시설 등 조건에 맞게 검색해볼 수 있다.(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보건복지부

코로나와 강추위 등으로 겨울철 사망자가 늘면서 서울 시내 대형병원 장례식장들이 포화 상태를 보이고 있다. 고령화로 인해 매년 지속적으로 장례 수요가 늘어나는데다, 중소형 장례식장이 대형병원과 비교하면 외면받는 영향도 있다고 장사 업계에선 말한다.

본지가 지난 2일 기준으로 수도권 주요 장례식장의 빈소 현황을 조사해보니, 서울 강북의 대표적인 A 대학병원 장례식장은 빈소 18개가 모두 차 있는 상태였다. 강남의 교통 접근성이 좋은 B병원은 17개 빈소 모두 만실이었고, 대형 C병원도 18개 가운데 1개만 남았다.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빈소가 없어서 장례를 당일에 치르지 못하고 최대 하루까지 더 기다리는 경우가 하루 5~6건 정도 발생한다”며 “그러다가 다른 장례식장으로 옮기는 일도 있다”고 했다. 다른 병원 관계자도 “거의 당일에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하루 이틀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아침에 발인이 이뤄지면서 빈소들이 비기 시작하는데, 요즘 인기있는 대형병원에서는 전날 저녁이나 밤에 사망한 고인은 하루 정도까지도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이다.

장례식장들에 따르면, 코로나에 강추위로 인한 독감 등 호흡기 질환이 겹치며 사망자가 늘어난 탓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한 장례식장 관계자는 “작년 11~12월쯤부터 장례식장 이용자가 이전 대비 10%가량 늘었다”며 “원래 사망자가 증가하는 겨울철인데다 코로나까지 겹친 영향인 듯하다”고 했다. 다른 장례식장 측도 “코로나 등의 영향이 아닐까 추측한다”고 했다. 실제 작년 10월 30일부터 4주간 국내 사망자 수는 2만7739명으로, 과거 3년간 동일 주간 사망자 수(2만6312명)에 비해 5.4%(1427명) 늘었다. 최근 1주일간 코로나 사망자는 여전히 하루 31명꼴로 발생 중이다.

지난 3년간 코로나로 수요가 폭증한 화장장 문제도 장례식장 적체의 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한 국립병원 관계자는 “요즘 화장장이 항상 만석이라 고인이 사망해도 바로 화장장과 장례식장을 못 잡고 시신을 하루 이틀 안치해두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다른 병원도 “화장장을 못 잡으면 3일장에서 장례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이런 현상은 대형 병원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으며 중소형 병원은 규모와 입지 등에 따라 사정이 제각각이다. 경기도 일산의 한 장례식장 측은 “지금은 빈소 6개가 다 찬 상태지만 12시간 정도 기다리면 들어오실 수 있다”고 했고, 서울 광진구의 한 병원은 “빈소가 절반 정도 남아있고 즉시 이용 가능하다”고 했다.

장례 업계에서는 최근 몇년간 장례 수요 증가와 맞물려 대형병원 장례식장에 대한 선호도가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최민호 한국장례협회 사무총장은 “사망자가 매년 점진적으로 늘고 장례식장 빈소 수는 한정적인 상황에서 서비스와 인프라가 잘 갖춰진 대형 병원 장례식장에 대한 유가족들의 수요가 느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고령화로 인해 앞으로도 매년 사망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수도권 대학병원 중심으로 장례식장 숫자를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장례 업계에서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곳곳에 있는 중소형 장례식장이 시설과 서비스 수준을 더 높이면서 인식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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