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꺾인 이종현, KCC에서 다시 날수 있을까?

김종수 2023. 2. 3.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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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가대표 센터 이종현(28‧203cm)이 전주 KCC로 둥지를 옮긴다. 지난 1일 KCC는 김진용, 박재현을 고양 캐롯에 보내고 이종현을 영입했다고 밝혔다. 세간에 떠돌던 루머처럼 빅딜은 없었지만 높이가 낮은 KCC 입장에서 알찬 영입이다는 평가다. KCC는 지나치게 많은 단신가드진을 비롯 전체적 높이가 문제로 지적되고있는데 설상가상으로 주전 파워포워드 이승현(30‧ 197cm)까지 부상으로 빠져있는 상태다. 이종현 영입은 그러한 상황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사실 이름값만 놓고보면 이종현은 그렇게 쉽게 데려올 수 있는 선수가 아니다. 대학시절 이미 국가대표팀의 중심에서 활약할 만큼 큰 기대를 받았던 대형 빅맨이다. 윙스팬이 무려 223cm로 신장대비 리치만 본다면 가히 NBA에서도 상위권에 속할 수치다. 거기에 기동성, 탄력을 두루 갖췄던지라 한창 좋았던 시절에는 큰 몸으로 많은 활동량을 가져가며 실전에서 앨리웁 덩크까지 성공시켰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위력을 뽐냈다.


이종현은 고교 시절부터 남다른 존재감을 뽐내며 서장훈, 김주성의 뒤를 이을 국가대표팀 기둥으로 주목 받았다. 경복고등학교 시절 최준용과 함께 트윈 타워를 형성했으며 3학년 시절에는 동학번 센터 랭킹 2위로 꼽히던 계성고 박인태를 상대로 리바운드를 42개 잡아내는 괴력을 뿜어냈다. 이러한 상승세를 바탕으로 런던올림픽 남자농구 최종예선 성인 국가대표팀까지 발탁되면서 최진수 이후 6년만에 고교생 국가대표라는 훈장까지 달았다.


고려대 시절은 그야말로 이종현의 시대였다. ‘두목호랑이’로 불리던 이승현과 더블포스트를 이루었는데 중앙대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한기범-김유택, 송영진-김주성을 잇는 역대급 트윈타워로 평가받았다. 이를 입증하듯 MBC배 대학농구, 한국대학농구리그, 프로-아마 농구 최강전, 아시아-퍼시픽 대학농구 챌린지까지 각종 대회를 휩쓸며 고려대 천하를 만들어냈다. 신인왕 및 다수의 MVP까지 많은 타이틀도 뒤따라왔다.


인천 아시안 게임에도 참가하여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12년 만에 아시안 게임 우승을 차지하는 데 기여했다. 금메달 획득으로 병역 특례까지 받았던지라 이종현의 농구 인생에 거칠 것은 없어보였다. 차세대 국가대표 기둥센터로 꼽히던 이종현의 발목을 잡은 것은 부상이었다. 대학시절부터 크고 작은 부상으로 고생하던 그는 프로에 오면서 급격히 몸이 무너져내렸다.


발등 피로골절을 비롯해 아킬레스건 파열, 슬개골 파열, 십자인대 파열, 어깨부상 등 부상 악재가 끊이질 않았고 시즌이 거듭될 수록 몸상태가 나빠졌다. 결국 자신감까지 잃게 되었고 현재는 백업 센터 이상의 역할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 체계적이지 못했던 재활과정, 무리한 증량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이유로 분석되고 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이종현 입장에서는 최대한 스스로 몸상태를 체크해가며 조금이라도 더 나은 모습을 보이기위해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프로 초창기 시절 그나마 몸상태가 괜찮았던 이종현은 상당히 위력적이었다. 기대치에 미치지못했다고는 하지만 두시즌간 두자릿수 득점, 평균 7개 이상의 리바운드, 1.5개 이상의 블록슛을 책임졌다. 포스트 인근에서 공을 잡았다하면 부드러운 피벗 동작으로 쉽게 골밑득점을 올렸으며 조금 거리가 떨어졌다 싶은 순간에는 정확도 높은 미들슛을 적중시켰다.


손끝 감각이 좋아 비거리도 상당했다. 미들슛을 쏘는 척하다가 달려들어가 스핀무브후 올려놓는 페이스업 공격 또한 상대 수비진을 어렵게하는 무기중 하나였다. 이종현이 골밑 인근에서 버티고있으면 동료들도 슛을 쏘거나 드라이브인을 들어가기가 상대적으로 편했다. 긴 윙스팬을 앞세워 리바운드를 뒤에서 걷어내는 것을 비롯 미스된 슛을 다시 잡아넣거나 탭슛으로 연결시키는 플레이가 빼어났기 때문이다. 

 


타이밍만 맞다싶으면 지체없이 꽂아넣는 덩크슛도 위력적이었다. 포스트 부근에서는 투핸드 덩크, 거리를 두고 뛰어오는 상황에서는 원핸드 덩크를 주로 구사했다. 큰 덩치와 달리 발도 느린 편이 아닌지라 속공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받아먹는 득점도 곧잘 올렸다. 스틸후 원맨속공으로 치고들어가 덩크슛으로 마무리가 가능할 정도였다.


오펜스는 물론 디펜스 시에도 존재감이 높았다. 3점라인 부근까지 올라와 수비를 펼칠 정도로 커버 반경이 넓은 편이었는데 무엇보다 블록슛 능력이 좋아 외국인선수들도 힘겨워했다. 외국인 빅맨과는 포스트에서 몸싸움을 벌이면서 블록슛을 노렸고, 돌파력이 좋은 외국인 스윙맨을 상대로는 쫓아들어가 뒤나 옆에서 쳐냈다. 김주성 이후 이정도로 블록슛을 잘했던 토종 빅맨은 찾아보기 쉽지않다.


베테랑 함지훈이 버티고있는 상황에서 이종현까지 준 외국인빅맨급 활약을 해줌에 따라 당시 소속팀 현대모비스는 외국인선수중 한명을 스윙맨 스타일로 뽑아 좀 더 다양한 전술을 펼치는게 가능했다. 하지만 초반 두시즌 가능성을 보여줬던 이종현은 3번째 시즌을 기점으로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2019~2021 시즌간에는 완전히 망가졌다시피 무너져 내리고 만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출전 시간 자체에서 반토막이 났을 정도로 팀 공헌도가 떨어졌다. 부상으로인해 신체 능력이 떨어진 이유가 가장 컸다는 분석이다. 그나마 고양캐롯(전 오리온)으로 트레이드 되고 난 이후에는 조금씩 경기력이 나아지고 있다. 예전의 이종현의 기대치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지만 최악을 찍었던 시기에 비하면 희망이 보인다.


백업급 선수를 주고 데려온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종현이 예전같은 활약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다만 가뜩이나 골밑이 약한 상황에서 이승현까지 부상으로 빠진 KCC입장에서는 10~15분 정도라도 포스트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면 만족할 것이다. 더불어 혹시라도 몸상태가 더 좋아져 그 이상의 활약을 보여준다면 더할나위없는 최상의 결과다.


KCC팬들 사이에서는 이종현 영입을 현재보다는 다음 시즌 반격을 위한 카드중 하나로 만들어보자는 의견도 많다. 이승현까지 빠져버린 현재 KCC는 플레이오프 진출에 빨간 불이 켜진 상태다. 선수층의 양과 질적인 부분에서 경쟁팀에게 밀리고 있으며 포지션별 밸런스도 좋지 못하다. 때문에 무리해서 핵심 선수들을 혹사시키기보다 백업 선수까지 고르게쓰며 팀 자체적 경쟁력을 키워나가는게 우선이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현재의 이종현은 예전같은 전방위 활약은 힘들어진 상태다. 하지만 여전히 높이에서 만큼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지라 역할을 단순화해서 활용하면 백업 센터로서는 기대해볼만 하다. 특히 절친인 이승현이 있다는 점은 이종현 입장에서도 호재다. 심리적인 부분은 물론 수비시 좋은 콤비가 될 수 있다. 이승현은 부지런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수비범위가 넓은 선수다.


하지만 언더사이즈 빅맨의 한계로 인해 세로수비는 한계가 있다. 반대로 기동성이 떨어진 이종현은 가로수비는 약해졌지만 세로수비는 여전히 쓸만하다. 서로간 부족한 점을 채워가면서 시너지가 기대되는 이유다. 상무에서 돌아올 송교창은 내외곽을 오가며 전천후로 수비에 가담할 수 있는 선수인지라 이종현의 아쉬운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


만약 송교창, 이승현이 건강한 몸상태를 유지하고 김상규, 이종현 등이 백업으로서 역할을 잘해준다면 스윙맨 스타일의 외국인선수 론데 홀리스 제퍼슨(28‧198cm)과의 계속된 동행도 고려해볼만 하다. 거듭된 부상으로인해 ‘한국의 그렉 오든’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게 된 이종현이 KCC에서 부활의 날개짓을 펼칠 수 있을지 주목해보자.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유용우 기자, 이청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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