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김정은이 이뤄준 日 아베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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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초 워싱턴DC 조야에서는 일본 안보정책 변화가 주요 화젯거리 중 하나였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지난해 12월 3대 안보문서 개정으로 적 미사일 기지 등을 공격하는 반격능력을 확보하고 5년 내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해 6일에 1회꼴인 63차례 탄도미사일을 쏘아댄 북한과 거부권을 앞세워 유엔 대북 제재를 무력화한 중국이야말로 일본을 반격능력이 필요한 국가로 만든 1등 공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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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초 워싱턴DC 조야에서는 일본 안보정책 변화가 주요 화젯거리 중 하나였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지난해 12월 3대 안보문서 개정으로 적 미사일 기지 등을 공격하는 반격능력을 확보하고 5년 내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원거리 타격을 위해 사거리 1250㎞ 이상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500기를 도입하고, 자국산 12식 지대함 유도탄 사거리도 200㎞에서 1000㎞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해가 바뀌자 한달음에 백악관으로 달려온 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미·일 군사협력 폭과 깊이를 역내는 물론 전 세계, 우주까지 확대키로 했다. 줄곧 중국을 겨냥해 인도·태평양의 현상 유지를 강조하며 역내 동맹과 부담을 나누길 원했던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일본의 자발적 방위비 증액을 환영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지난해 7월 길거리 유세 중 총격 사망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는 8년 9개월에 달하는 역대 최장 재임 기간 헌법에 자위대를 명기하는 개헌을 추진했으나 숙원을 이루지 못했다. 전쟁 기억을 간직한 국민 반대가 여전한 데다 한·중에서도 일본 재무장에 경계 눈길을 보냈기 때문이다. 벽에 부딪혔던 일본의 안보정책 변화에 돌파구를 만들어 준 것은 다름 아닌 북한 도발이었다. 지난해 10월 4일 북한이 발사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이 아오모리(靑森)현 상공을 통과한 데 이어 11월 3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일본을 관통한다는 관측에 대피령이 떨어지고 신칸센(新幹線)이 멈췄다. 7월 참의원선거 당시 방위비 증액·반격능력 보유 등을 공약했던 기시다 정부는 때를 놓치지 않고 국내외에 북한 도발을 ‘중대하고 임박한 위협’으로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 방미에 앞서 열린 미·일 외교·국방장관(2+2)회의 공동성명에는 길지 않은 내용에 북한이 5차례나 등장해 일본 군비 강화를 정당화하는 핵심 사유가 됐다. 일본은 1월 26일 발사한 정찰위성도 북한 감시 목적으로 설명했다. 미·일 정상회담 직후 싱크탱크 세미나에서 만난 한반도 전문가는 “결국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아베 전 총리도 이루지 못한 ‘전쟁 가능한 국가’의 첫발을 떼어준 셈”이라고 평가했다.
기시다 총리는 반격능력이 전수방위(專守防衛·공격받을 때만 방위력 행사) 원칙에 따라 사용될 것이라 밝혔지만, 주변국은 우려 목소리가 크다. 중국은 “지역 안전 및 안정의 파괴자·교란자로 전락하지 말라”고 비판했고, 북한 역시 “검은 배 속을 채우려 한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지난해 6일에 1회꼴인 63차례 탄도미사일을 쏘아댄 북한과 거부권을 앞세워 유엔 대북 제재를 무력화한 중국이야말로 일본을 반격능력이 필요한 국가로 만든 1등 공신이다. 한국 역시 불안 속에 일본 군비 증강을 바라보지만, 미국 입장을 감안해 사전 협의·동의 요청에 그치는 상황이다. 미국과 중·러가 충돌하는 신냉전 기류 속 고삐 풀린 북한 도발이 올해도 계속된다면 일본 재무장은 한층 가속할 수밖에 없다. 악순환을 끊으려면, 결국 원인 제공자 북한과 배후에 있는 중국이 동북아 군비경쟁에서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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