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홍철과 기안84, 유튜브 감성 타고 새삼 주목받는 이유

정덕현 칼럼니스트 입력 2023. 2. 3.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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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는데 비가 오는 거랑, 비가 오니까 '어 저기 재밌겠다 가자' 이건 다르잖아. 여행하면서 비가 오는 거, 그런 고생은 괜찮은데 '어 형님 저기 가면 힘들 거 같은데' 이건 안 할게 내가." 유튜브 채널 빠니보틀의 '탈모와 뚱보와 털보의 여행기-베트남편'에서 빠니보틀은 노홍철과 곽튜브에게 그들이 함께 떠나는 여행을 그렇게 설명했다.

유튜브가 열어 놓은 리얼 여행의 세계는 이제 기성 여행 예능들이 해왔던 '적당한 리얼'을 구시대의 산물로 밀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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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예능, 이젠 ‘찐’을 요구하는 유튜브 감성 이해해야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여행하는데 비가 오는 거랑, 비가 오니까 '어 저기 재밌겠다 가자' 이건 다르잖아. 여행하면서 비가 오는 거, 그런 고생은 괜찮은데 '어 형님 저기 가면 힘들 거 같은데' 이건 안 할게 내가." 유튜브 채널 빠니보틀의 '탈모와 뚱보와 털보의 여행기-베트남편'에서 빠니보틀은 노홍철과 곽튜브에게 그들이 함께 떠나는 여행을 그렇게 설명했다. 그런데 이 말 한 마디에 유튜브 여행 콘텐츠가 그간 지상파, 케이블의 그것들과 어떻게 다른가가 잘 들어있다.

빠니보틀이 말한 건 '자연스러움'이고 '리얼'이다. 지상파 여행 예능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KBS <1박2일>을 떠올려보면 빠니보틀이 하지 않겠다는 여행 예능이 바로 그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재미를 만들기 위해서 억지스럽게 상황 속으로 들어가거나 짜내는 것. 대표적인 게 한겨울에 얼음물을 깨고 복불복 입수를 하는 그런 상황이 아닌가.

하지만 '탈모와 뚱보와 털보의 여행기'를 보면 이러한 일종의 설정들이 거의 없다. '여기어때'의 지원을 받아 제작한 여행기지만(그래서 물론 PPL 홍보멘트가 빠지지 않지만), 그렇다고 의도적으로 화려한 5성급 호텔을 찾아가지는 않는다. 오션뷰는 기대하지도 않지만 시티뷰도 아닌 '공사뷰(?)'가 대부분인 싼 호텔을 찾아가고, 교통편도 스쿠터를 이용한다. 이렇게 하는 건 의도적인 게 아니고, 그 나라 사람들의 일상 가까이 더 들어가기 위함이다. 우연히 음식점을 찾았다가 현지인의 축하연에 참여해 저들의 환대를 받는 그런 광경들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이 여행의 추구점이 '진짜'를 경험한다는 것에 맞춰져 있어 가능해지는 일들이다.

그 속에서 노홍철은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펄펄 난다. 그건 그가 이 여행을 진심으로 즐기는데서 나오는 리액션 때문에 가능해지는 일이다. <무한도전> 시절부터 이제 멤버들의 사생활도 공유해야 한다는 파격적인 멘트를 할 만큼 '리얼리티 예능'에 진심이었던 노홍철은 그래서 유튜브 감성을 타고 새삼 주목되는 예능인이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주가를 올리고 있는 또 한 명의 예능인은 기안84다.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를 통해 이시언 그리고 빠니보틀과 함께 남미 여행기를 선보인 기안84는 이미 <나혼자 산다>에서 풍겼던 '생 리얼' 여행의 맛을 보여줬다. 아무 곳에서나 맨바닥에 앉는 건 물론이고, 피라냐가 있다는 아마존강에서 수영을 하고 현지인의 집에서 그들과 스스럼없이 어우러지는 모습은 어떤 연예인도 따라 하기 힘든 그만의 영역처럼 보였다.

유튜브가 열어 놓은 리얼 여행의 세계는 이제 기성 여행 예능들이 해왔던 '적당한 리얼'을 구시대의 산물로 밀어내고 있다. 빠니보틀을 비롯해, 곽튜브 같은 스타 여행 유튜버들은 그 세계를 열고 있는 인물들이다. 김태호 PD가 MBC를 나와 설립한 제작사 'TEO'가 오는 2월23일 유튜브에 먼저 공개하는 <지구마블 세계여행>은 바로 이 빠니보틀과 곽튜브 그리고 또 한 명의 스타 여행 유튜버인 원지가 그 주인공들이다.

사실 연예인들이 떠나는 여행으로는 이러한 여행지에서 현지인들의 생활 깊숙이 들어가는 이러한 '찐 여행기'를 담는다는 게 쉽지 않다. 심지어 별 계획도 없이 배낭 하나 둘러매고 낯선 곳에 떨궈 놓는 여행을 진짜로 즐기는 모습을 담는 게 연예인들로서 어찌 쉬울 수 있을까. 그런 점에서 보면 노홍철이나 기안84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새삼 주목받는 예능인들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이 '찐'인가 아닌가를 갈수록 중요하게 여기는 대중들의 변화 속에서, 그간의 예능가를 채우던 출연자들의 변화 또한 충분히 예견되는 상황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유튜브,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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