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배당은 인색하지만 상장은 하고 싶은 VC들

오귀환 기자 2023. 2. 3.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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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는 투자 수익이 좋은데 주가는 왜 올라가질 않냐는 질문에 대한 어느 VC 심사역 답변이다.

VC가 상장으로 돈만 모은 뒤 배당은 하지 않고, 주가 관리에도 소홀하다면 VC를 찾는 일반 투자자는 점차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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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탈(VC) 주식은 하지 마세요. 저도 추천 안 합니다. 주주들 연락 엄청 오죠. 그런데 저희도 별로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VC는 투자 수익이 좋은데 주가는 왜 올라가질 않냐는 질문에 대한 어느 VC 심사역 답변이다. 그의 양심 어린 고백에 VC 주식들을 찬찬히 살펴봤다. 테마로 급등할 때를 빼면 주가가 지지부진한 곳들이 많았다. 그마저도 부정확한 정보들로 급등락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VC는 스타트업 생태계 급속한 팽창과 함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그들 손에 컸지만, 여전히 대중에게는 낯선 존재다. VC는 소위 ‘전주(錢主)’ 역할을 하는 소수 기관 투자자(연기금 등) 돈을 모아 투자해 수익을 낸다. 투자 조합(펀드)을 운용하며 관리 보수를 받고, 수익을 내면 성과 보수를 추가로 받는다.

이런 VC들이 꾸준히 거래소 문을 두드리고 있다. 상장을 통해 공모 시장에서 일반 투자자 돈을 끌어모으기 위해서다. VC들에게 투자를 잘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자금 조달이다. 지성배 VC협회장도 “VC업의 본질은 펀딩”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이들의 상장을 두고 우려 섞인 시선도 나온다. 공모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지만, 일반 주주들에게 소홀할 수밖에 없는 구조 때문이다. 소수 기관 투자자들 돈을 받아 투자하는 만큼 일반 주주보다 기관 투자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VC업계 관계자는 “VC들이 상장하는 건 공모 자금 조달을 끌어모아 펀드 규모를 키워 수익률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라면서도 “긴 호흡으로 투자하고, 소수 파트너 의사결정으로 운영되는 VC업 특성이 상장 주식회사와는 맞지 않는 측면이 있어 미국은 대부분 VC가 상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VC들은 상장을 앞두고 굵직한 투자 수익과 화려한 포트폴리오를 강조한다. 문제는 수익을 내도 배당에는 인색하다는 점이다. 지난 2021년 기준 주요 상장 VC 18곳 중 절반은 배당을 일절 하지 않았다. 주가 역시 마찬가지다. 절반에 가까운 VC 주가가 상장 첫날보다도 낮다.

VC들이 배당에 인색한 것은 기관 투자자 탓도 있다. 투자를 받으면 책임 투자 성격으로 펀드 설정액의 최소 1%를 내야 한다. VC들 입장에선 남는 돈을 함부로 쓸 수 없다. 기관 투자자들이 많은 돈을 내겠다는 VC에게 펀드 운용을 맡기는 추세라 기여금은 20%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내야 하는 기여금이 커지면 배당 여력은 줄 수밖에 없다.

그래도 상장을 통해 일반 투자자 돈을 모았다면, 주가 부양과 배당 등 주주환원에 힘써야 마땅하다. 회사 주인은 주주고, 주식회사 존재 이유는 주주가치를 극대화시키는 것에 있다. 주식회사는 주주들의 자본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회사는 벌어들인 이익을 주주들에게 나눠줘 투자금에 합당한 자금 회수의 기회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다음 달 VC인 LB인베스트먼트와 엑셀러레이터(AC)인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상장을 앞두고 있다. 기업이 자본시장에 상장하는 것은 전적으로 그들 자유다. 얼마를 배당할지 결정하는 것도 회사 몫이다. 그러나 주주들도 점점 똑똑해지고 있다. VC가 상장으로 돈만 모은 뒤 배당은 하지 않고, 주가 관리에도 소홀하다면 VC를 찾는 일반 투자자는 점차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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