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꿈의 핵융합 상용화 “한국, 에너지 수출국으로”

2023. 2. 3.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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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융합 연료 1g, 석유 8t 에너지 생산 가능
ITER 공정률 80% 근접 완공까지 가시권
2038년 국내 전력 생산 실증로 건설 착수
핵융합 플랜트 수출땐 자원 수출국 전망
유석재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원장이 대전광역시 유성구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러시아가 유럽에 가스공급을 중단하는 사태에서 볼 수 있듯 에너지 무기화가 현실화가 되고 있습니다.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더욱 심각한 위협에 놓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에너지 독립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무한한 바닷물로 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핵융합에너지를 실현하는 것 뿐입니다.”

유석재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원장은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탄소중립이라는 글로벌 이슈에 에너지 안보 이슈까지 더해지며 이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핵융합에너지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태양에너지의 원리인 핵융합 반응을 이용하는 핵융합에너지는 탄소배출이 없을 뿐만 아니라 무궁무진한 바닷물을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자원에 의존하지 않고 에너지 자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바닷물 1g으로 석유 8t 에너지 생산=핵융합 에너지 생산 효율은 화력발전과 맞먹고 원자력 발전보다도 뛰어나다. 자원 고갈 문제도 없다. 막대한 에너지를 만들어내기 위해 필요한 중수소와 삼중수소는 바닷물에서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핵융합 연료 1g은 석유 8톤에 해당하는 에너지 생산이 가능하며, 욕조 반 분량의 바닷물에서 추출할 수 있는 중수소와 노트북 배터리 하나에 들어가는 리튬의 양만으로 한 사람이 30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핵분열 에너지를 쓰는 원자력 발전소보다 폭발위험이 전혀 없어 안전하다는 장점도 있다. 또한 발생된 방사성 폐기물은 중저준위 폐기물로 짧게는 10년에서 길어도 100년 이내에는 모두 재활용이 가능해진다. 따라서 원자력발전처럼 장기적 폐기물 처리시설이 필요치 않다.

유 원장은 “핵융합로 안의 초고온 플라즈마는 초고온, 고진공, 고자기장, 안정적인 연료 공급 등의 조건 중 하나라도 벗어나면 핵융합 반응을 멈추고 꺼져버리게 된다”면서 “자연재해 등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연료 공급을 중단, 1~2초 내로 운전이 자동 정지돼 발전소 폭발이나 방사능 누출 위험으로부터도 자유롭다”고 설명했다.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 세계 선진국들은 이 같은 이유에서 오랜 기간 동안 핵융합 에너지 상용화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이 관련 연구에 힘쓰고 있다. 후발국이지만 선진국과 나란히 할 정도의 연구성과를 내놓으면서 핵융합 연구의 주도권을 잡게 됐다.

핵융합에너지 상용화 연구를 위해 지난 2007년 최첨단 토카막 방식을 이용한 핵융합연구장치인 ‘KSTAR’를 국내 독자기술로 개발해 운용하고 있다.

그 성과를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지난 2007년 최첨단 토카막 방식을 이용한 한국의 ‘인공태양’이라 불리는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다. 토카막(Tokamak)은 1억도 이상의 고온 플라즈마를 가두기 위해 D자 모양의 초전도 자석으로 자기장을 발생시켜 플라즈마가 진공용기 내에서 안정적 상태를 유지하도록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KSTAR는 지난 2021년 이온 온도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30초 이상 유지하는 세계 기록을 세웠다. 핵융합 발전 핵심조건인 초고온 플라즈마 장시간 운전기술 개발 능력을 입증한 것이다. 유 원장은 “2026년까지 이온 온도 1억도 이상에서 300초 이상 유지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려는 목표”라면서 “여기서 300초 이상 유지에 성공하면 초고온 플라즈마를 지속해서 시간제한 없이 유지할 수 있음을 실험실 수준에서 검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KSTAR의 2026년 목표인 1억도 300초 달성은 이러한 ‘지속’이라는 토끼를 완전히 잡는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KSTAR는 현재 초고온 플라즈마 환경을 보다 오랫동안 견딜 수 있도록 플라즈마 내벽 일부를 텅스텐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2050년 핵융합발전소 가동 목표=KSTAR는 현재 프랑스 카다라쉬에 짓고 있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의 약 25분의 1 규모다. ITER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인도 등 7개국이 18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자하고 기술을 결집하는 국제 공동프로젝트다.

유 원장은 “ITER 공정률이 80%에 다다르며 완공이 가시권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면서 “향후 ITER가 대용량 핵융합에너지 생산 가능성을 실증하게 되는 2035년 핵융합에너지 상용화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2035년부터는 세계 각국이 협력이 아닌 본격적인 경쟁을 통해 핵융합 상용화에 나서게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핵융합 전력생산 실증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핵심 기술을 사전에 확보해야만 한국이 경쟁체제에서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이 유 원장의 지론이다.

그가 꼽은 3대 핵심 기술은 ▷초고온·고밀도 플라즈마를 지속적으로 유지 제어 기술 ▷자발적 핵융합 연쇄반응 유지 제어 기술 ▷삼중수소 생산 자급을 위한 증식블랑켓 기술 등이다.

그는 “ITER와 실증로 사이의 가장 큰 차이는 삼중수소의 자급 능력의 유무인데 상용로에서는 삼중수소를 핵융합로 내부에서 생산하여 자급해야 한다”면서 “삼중수소 생산을 위한 장치는 증식블랑켓이고, 이를 포함해 삼중수소 추출 및 회수, 정제, 수송, 저장, 공급의 일련의 과정을 ‘핵융합연료시스템’이라는 통합적 시스템으로 구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속적인 초고온·고밀도 플라즈마 제어기술과 핵융합 연쇄반응의 실증과 증식블랑켓 기술을 결합하면 전기생산 실증과 경제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첫 번째 핵융합발전소 건설이 가능해 질 것이라고 유 원장은 말한다. 그는 “첫 번째 핵융합발전소를 운영해보면 기술적 검증 및 경제성 평가를 통해서 본격적으로 상용 핵융합발전소들이 건설돼 핵융합에너지 시대가 도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오는 2038년부터 국내 전력생산 실증로 건설 착수, 2048년 실증로 완공 후 2년간 시운전을 통해 2050년 핵융합발전으로 전력을 생산하겠다는 목표다.

유 원장은 “핵융합에너지로 만들어지는 수소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고 대형 송전탑이 필요없어 중앙집중 전원을 분산전원으로 전환을 가능케 할 것”이라며 “핵융합 플랜트 수출을 통해 우리나라가 에너지패권시대 자원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구본혁 기자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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