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 엔진 개발 3397일… 현대두산인프라, 마침내 수출 결실

권오은 기자 2023. 2. 3.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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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한국의 방위산업이 주목받는 가운데 현대두산인프라코어가 잇달아 전차 엔진 수출 계약을 따냈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12월에도 현대로템이 폴란드에 수출하는 K2 흑표 180대에 장착할 전차 엔진 공급 계약을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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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먹을 때마다 불량나자 치킨 안 먹기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한국의 방위산업이 주목받는 가운데 현대두산인프라코어가 잇달아 전차 엔진 수출 계약을 따냈다. 우여곡절 속에서 10년 가까이(3397일) 이어졌던 전차 엔진 개발이 드디어 빛을 보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튀르키예 방산업체 베메제(BMC)와 1500마력급 전차 엔진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1차(2023~2025년)와 2차(2028~2030년)로 나누어 공급할 예정으로 계약 규모는 총 3131억원이다. 지난해 4월부터 진행된 적용성 평가 과정을 통과하면서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처음으로 전차 엔진을 단독 수출하게 됐다.

K2 흑표 전차에 탑재돼 폴란드에 수출하는 현대두산인프라코어의 1500마력급 전차용 엔진. /현대두산인프라코어 제공

현대두산인프라코어의 엔진은 베메제가 제작하는 ‘알타이’ 전차에 탑재된다. 알타이는 현대로템의 ‘K2 흑표’ 전차 기술을 이전받아 개발됐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12월에도 현대로템이 폴란드에 수출하는 K2 흑표 180대에 장착할 전차 엔진 공급 계약을 따냈다. 계약금은 1830억원 규모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2달여 만에 5000억원 육박하는 일감을 확보하게 됐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산업용 디젤엔진을 양산해 온 경험을 토대로 2005년 4월부터 K2 흑표용 전차 엔진 국산화 사업에 뛰어들었다. 전차 엔진 개발에 처음 주어진 시간은 5년이었다. 하지만 고속·고출력의 전차 엔진을 독자 기술로 개발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고, 결국 사업 기간이 총 4차례 연장됐다. K2 흑표 1차 양산분 100대에는 독일 MTU의 파워팩(엔진과 변속기 결합체)이 적용됐다. 특히 국산 파워팩 개발 지연으로 K2 흑표의 전력 배치 시점도 예정보다 늦어지면서 전력 공백을 야기했다는 비판까지 따라붙었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 방산엔진팀 직원들도 힘겨운 시간이었다. 실패가 반복되자 징크스까지 생겼다. 당시에 밤낮없이 엔진 시험이 이어져 직원들이 교대로 식사하러 가거나 배달을 시켰다. 하지만 치킨을 시킬 때마다 불량이 발생하는 우연이 겹치자, 아예 치킨을 멀리하게 됐다고 한다. 도전 끝에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2014년 10월에 전차 엔진의 군사용 적합 판정을 받았고, K2 흑표 2차(106대)와 3차(54대) 양산분에 탑재할 수 있었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전차 엔진을 독자 기술로 개발한 국가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독일, 러시아, 프랑스, 영국, 일본, 이탈리아 정도”라며 “프랑스, 영국, 일본, 이탈리아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일찍부터 독자개발 엔진을 쓰고 있지만, 우리나라 엔진과 비교해 출력이 낮고 크기는 크다”고 설명했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전차 엔진 수출 사례는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로템이 폴란드와 K2 흑표 820대 규모의 2차 공급 계약을 조율 중이고, 독일과 미국을 비롯해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전차를 지원하기로 하면서 빈자리를 K2 흑표가 메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K2 흑표 수출이 증가하는 만큼 현대두산인프라코어가 전차 엔진을 공급할 기회도 늘어난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앞으로 방산 엔진의 해외 사업 확대를 위해 마케팅과 수리·정비 등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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