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꽃 · 딸기에 회까지…'금값' 줄줄이 예고된 이유

권애리 기자 입력 2023. 2. 3. 09:18 수정 2023. 2. 3.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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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친절한 경제 시간입니다. 오늘(3일)도 권애리 기자와 함께 하겠습니다. 난방비 때문에 참 말이 많습니다. 그런데 당장 내가 내는 고지서만 좀 비용이 많이 증가해서 내가 돈을 더 많이 내야 되나 싶었는데, 이미 에너지 가격 급등한 것 때문에 가격이 오른 제품들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면서요? 

<기자>

네, 요즘 한창 졸업식 철이죠. 만약에 학생들 부모님이 커다란 꽃다발을 들고 졸업식에 나타나신다면 엄마가 내 졸업을 축하해주기 위해서 무리를 하셨구나 생각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꽃값 가파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졸업식 철이니까 찾는 사람이 늘어서 그렇다고만 하기에는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해도 가격 차이가 많이 납니다.

최근 1주일 동안 양재동 꽃시장에서 장미 한 단의 평균 경매가 8,560원에 육박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60% 넘게 오른 것입니다.

튤립도 20% 가까이 올랐고요, 애초에 나오는 수량이 극히 적은 스위트피 같은 꽃은 2배 넘게 비싸졌습니다.

전체 평균에 대한 자료가 있는 도매시장에서의 경매가가 이러니까요. 이후의 유통 비용까지 감안하면 요즘 꽃값이 그야말로 금값인 것이죠.

비쌀 뿐만 아니라 크고 탐스러운 꽃을 한꺼번에 많이 구하기도 힘들다고 합니다.

<앵커>

꽃값이 이렇게 많이 오른 것이 물론 이제 시기적인 영향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이것이 난방비 때문이라는 것 아니에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최근에 덧붙여진 요인으로는 비닐하우스 난방비가 워낙 오른 탓이 큽니다.

비닐하우스 난방에는 기름 때고요, 전기 난방도 있습니다. 농업용 기름인 등유에는 세금을 붙이지 않고, 전기 요금도 농업용을 따로 책정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에너지 가격이 오른 영향은 여기도 마찬가지입니다. 

1년 전보다 등유 가격 40% 가까이 올라있고요. 전기료도 지난 1년 동안 3번에 걸쳐서 오르면서 1년 전보다 50% 넘게 비쌉니다.

이렇다 보니까 꽃뿐만 아니라 난방해줘가며 키워야 하는 비닐하우스 과일들, 또 횟집에 공급되는 광어 같은 것들처럼 수산물을 키우는 대규모 양식장들, "이게 뭐야?" 소리가 절로 나오는 난방비 고지서를 받아 들고 있다고 합니다.

정부와 지자체들이 농업 난방 지원금을 마련하고 있거나 지금 지원 신청을 받고 있기도 하지만요.

전체적으로 늘어난 부담을 다 감당할 수는 없고요. 아예 필요한 것보다 난방 온도를 낮추는 식으로 대응하는 곳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꽃도 잘 못 자라고요. 딸기도 잘 안 크고, 생산량이 줄어들 수 있지만,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꽃이며 과일, 채소, 수산물 여기저기서 생산 부담이 커지고 있고요. 이 부담은 앞으로 가격에 전가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영호/진주 수곡딸기 농장 운영 : (난방비가) 30~40%는 올랐죠. 저는 전기 난방도 하고, 기름 난방도 하는데, 한 작기에 한 1만ℓ 씁니다. 작년에는 800만 원 정도, (올해는) 1,500~1,600만 원 정도 될 것 같습니다. 하도 기름이 많이 들어서 솔직히 (난방 온도를) 1℃ 낮췄습니다. 그러니까 작황이 더 안 좋아지죠. 악순환이 일어나는 거죠. 추워서 (딸기가) 발발 떠니까 좋은 제품이 안 나온다고 봐야죠.]

<앵커>

진짜 에너지 가격 급등한 것이 직·간접적으로 정말 큰 영향을 굉장히 많이 미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이미 수치로도 반영이 것 같아요. 지난달 물가가 오르는 폭이 다시 또 조금 늘었어요, 그렇죠?

<기자>

네, 올해 경기도 좋지 않은데 물가도 같이 오르는 상황이 동시에 진행될 것으로 걱정이 되는데요, 당장 올해 첫 달이었던 지난 1월 또 5.2% 올랐습니다.

지난해 말 석 달 동안 그나마 조금씩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던 물가 상승 폭이 다시 확대됐습니다.

전기, 가스, 수도 같은 공공요금들이 많이 뛴 여파가 큽니다.

그리고 앞서 보여드렸던 것처럼 이런 기본적인 비용들이 오르면 생각지도 못한 품목들까지 시차를 두고 오른 가격이 전가될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튼 요즘 오르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아이스크림은요, 사람들이 좀 덜 사 먹는, 그래서 눈에 덜 띄는 겨울에 미리 가격을 올려놓는 것이 보통인데요.

2년 전까지만 해도 한 개 800원에 먹을 수 있었던 이른바 '국민 아이스바' 멜론맛 아실 것입니다. 이달부터 1,200원이 됐습니다.

1년 전에 200원 올릴 때는 5년 만에 올린 것이었는데, 1년 만에 또다시 올렸습니다.

사실 이런 기호식품 가격은 소비자들 눈치를 많이 보기 때문에 이렇게 2년 연속 올리는 경우는 잘 없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지난해 훌쩍 뛴 물가가 결국 여기에도 빠르게 전가된 것입니다.

아이스크림뿐만 아니라 과자, 초콜릿, 껌 줄줄이 올랐습니다. 새해 물가, 심상치 않게 출발합니다.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요인들이 많이 있는 답답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어떻게든 더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권애리 기자ailee17@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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