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10년 넘도록 사시 부활 불씨 잠재우지 못한 로스쿨 [핫이슈]

이은아 기자(lea@mk.co.kr) 2023. 2. 3.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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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대한변호사협회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평가위원회가 전국 25개 로스쿨 중 절반 이상이 기준 미달이라는 평가를 내놔, 논란이 일고 있다.

로스쿨 교수와 법조인, 언론인 등 11명으로 구성된 로스쿨 평가위는 교육부를 대신해 로스쿨을 평가하는 법적 기구로, 최근 5년(2017년 3월~2022년 2월)간 운영 실태를 점검한 결과였다. 기준을 충족해 ‘인증’을 받은 로스쿨이 9곳에 그쳤지만, 13곳은 ‘조건부 인증’, 3곳은 ‘한시적 불인증’ 평가를 받았다. 5년 전 평가에서 23곳이 ‘인증’, 2곳이 ‘조건부 인증’을 받았던 것을 감안하면 급격히 평가가 악화한 것이다. ‘한시적 불인증’ 등급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로스쿨협의회는 즉각 반발했다. 153개 평가 요소 가운데 한두 개만 충족하지 못해도 ‘불인증’ 평가를 하는 것은 옳지 않은데다, 인가 취소 등의 법적 효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불인증 등의 용어를 사용해 해당 로스쿨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것이다. 일부 로스쿨은 평가위를 상대로 소송제기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 입장은 따져볼 대목이 많지만, 이번 평가를 계기로 로스쿨 제도가 계속 이대로 운용되어도 좋은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로스쿨은 2009년 ‘시험에 의한 선발에서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을 내걸고 야심 차게 출범했다. 사법시험이 낳은 부작용인 ‘고시 낭인’을 없애고, 특성화 교육과 국제화를 지향했다. 시대에 맞는 법률가 양성, 다양한 배경을 가진 법조인 배출, 경제적·사회적 약자의 법조계 진출 등 로스쿨 도입 취지는 좋았다.

하지만 이런 취지와 달리 로스쿨은 변호사 시험 학원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변호사시험은 자격시험이지만 합격률이 50% 안팎으로 조정되는 선발시험처럼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도입 초기 87.2%에 달했지만 꾸준히 하락해 50%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매년 졸업생이 나오면서 응시자가 적체되는 탓에 로스쿨 학생들은 무한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로3’으로 불리는 로스쿨 3학년 학생들의 생활은 대입을 준비하는 ‘고3’수험생과 다를 게 없다. ‘고시 낭인’이 사라진 자리는 ‘변시(변호사시험) 낭인’으로 채워졌다.

고비용 구조도 문제다. 지난해 기준 로스쿨 연간 등록금은 평균 1425만원에 달하지만 학비중 일부라도 장학금을 받는 학생은 30~40%에 그친다. 변호사 시험 준비를 위한 사교육도 일반화돼 있어 경제력이 없으면 버티기 힘들다. 고졸자도 법률가가 될 기회를 제공하던 사시 제도를 부활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대선에서도 사시 부활이 공약으로 등장했었다.

로스쿨을 제외한 법과대학 교수들로 구성된 사단법인 대한법학교수회는 “로스쿨은 학문으로서의 전문법학을 기능공을 양성하는 기술법학으로 전락시켰다”며 “로스쿨 제도의 우회로로 로스쿨에 진학할 수 없는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도 응시할 수 있는 ‘신(新) 사법시험’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스쿨 관계자들은 쏟아지는 비판이 ‘묻지마 비판’이라고 항변한다. 다양한 교수진을 통해 자질을 갖춘 인재를 배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로스쿨 제도의 설립 취지에 걸맞은 교육이 이루어고 있는지는 돌아볼 일이다. 기존 변호사들도 밥그릇 싸움으로 비치는 변호사 시험 합격자 수 제한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법률서비스 제공 측면에서 로스쿨과 변호사 시험 발전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이은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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