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의 권리 논하는 시대 올텐데… 과학기술과 인간이 공존하는 법[북리뷰]

박동미 기자 2023. 2. 3.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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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면서 동시에 인간의 삶에 도전한다.

책은 우리를 도발하는 7가지 기술을 바탕으로 질문을 던진다.

7가지 기술 중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부터 펼치면, 책에 더 빨리 몰입할 수 있다.

책은 뇌를 향상시키는 약의 현황과 부작용, 윤리적 정당성 문제를 고민하고, 유전공학 기술로 가능해진 맞춤 아기 문제도 학자들의 찬반론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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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에게 정의를 묻다
이채리 지음│궁리

과학기술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면서 동시에 인간의 삶에 도전한다. 책은 우리를 도발하는 7가지 기술을 바탕으로 질문을 던진다. 잊고 싶은 기억을 지울 수 있다면? 아이의 유전자를 선택할 수 있다면? 현실 대신 가상현실에 산다면? 로봇과 함께 사는 세상은?…. 지금 연구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또 팽팽하게 논쟁 중이며, 결국은 미래 인류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기술들이다. 이런 일은 좋을까 나쁠까, 옳을까 그를까. 정답이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책은 최선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2019년 저명강의교수로 선정되기도 한 저자가 지난 14년 동안 학생들과 함께 나눈 열띤 토론을 오롯이 담았다. 기술을 바라보는 다양한 고민이 인간이란 무엇인지를 성찰하게 해준다는 소신이다. 또한 저자는 이러한 성찰이 “첨단 과학기술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현대인에게 필요한 인문학적 소양”이라고 강조한다. “인간은 기술이 제공하는 풍요로운 속세만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올바르게 살아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7가지 기술 중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부터 펼치면, 책에 더 빨리 몰입할 수 있다. 예컨대 최근에 실연이나 상실로 인해 마음이 고통스러운 사람이라면, 2장이다. 영화 ‘이터널 선샤인’처럼 뇌신경과학 기술을 통해 기억을 제거하는 문제를 다뤘는데, 이것의 가능 여부와 함께 이를 반대하는 학자들이 문제 삼는 정체성 상실, 자율성 약화, 범죄와의 연루 가능성 등의 문제도 살펴볼 수 있다. 물론 찬성 입장도 만만치 않다. 괴로운 기억을 강요받지 않는 게 오히려 자율성을 회복하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은가.

책은 뇌를 향상시키는 약의 현황과 부작용, 윤리적 정당성 문제를 고민하고, 유전공학 기술로 가능해진 맞춤 아기 문제도 학자들의 찬반론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유전자 맞춤을 하는 것은 부모로서 올바른 태도가 아닐까. 그렇다면 부모의 진정한 덕목은 어떤 것일까. 또 현실처럼 생생한 가상현실의 발달도 심리적, 사회적, 윤리적 검토와 연구가 시급한 분야다. 책은 가상현실과 현실 사이의 혼동, 이것으로 인한 다양한 자아의 출몰이나 가상현실로의 도피 등 생각에 생각을 거듭할 수밖에 없는 논쟁적 이슈들을 명료하게 펼쳐 놓는다.

‘로봇의 탄생’은 이제 문제도 아니다. 곧 우리는 로봇의 권리를 논하는 시대를 맞이할 테니까. 성찰은 빠를수록 좋고, 깊을수록 안전하며, 시선은 새로울수록 풍요로운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 책에 따르면 “그게 바로 우리가 자부하는 인간의 특성인 이성의 할 일”이다. 책은 흥미로운 과학 입문서이자, 서로 다른 입장을 균형 있게 다룬 토론 교재 역할도 한다. 훌륭한 토론은 ‘경청’에서 시작하고, 읽는 것도 경청의 한 방법이다. 340쪽, 2만 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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