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립 위기 몰렸던 영종 갯벌, ‘세계자연유산 등재’ 나선다

이승욱 2023. 2. 3.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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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꽥꽥꽥."

영종도 주민들로 구성된 영종국제도시총연합회(영종총연)는 지난달 31일 김정헌 인천 중구청장과 만나 영종 갯벌의 세계자연유산 등재에 힘을 실어달라고 요청했다.

인천 중구는 지난해 3월과 7월, 영종도 등 인천지역 갯벌의 세계자연유산 등재 추진에 참여할 것인지를 묻는 인천시의 공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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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인천 갯벌 유산으로”
주민단체도 중구청에 요청
인천 중구 예단포항 인근의 영종 갯벌. 강화 갯벌과 연결돼 있어 두루미 등 철새가 많이 찾는다. 이승욱 기자

“꽥꽥꽥.”

2일 낮 12시, 인천 중구 영종도에 있는 예단포항에 내려서자 오리 울음소리가 들렸다. 바닷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갈매기부터 청둥오리와 가마우지, 왜가리, 노랑부저어새 등이 예단포항 일대에 형성된 넓은 갯벌에서 겨울을 난다.

영종 갯벌은 철새에게도 중요한 공간이다.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로에 자리 잡은 영종도는 철새들이 러시아에서 뉴질랜드 등으로 이동할 때 휴식하며 먹이활동을 하는 중간 거점이다. 강화도, 인천 서구 갯벌과 연결된 북쪽 갯벌엔 마주 보는 인천 서구의 도시 개발로 서식지를 잃은 두루미 두세마리가 겨울마다 찾아온다. 두루미는 인천의 시조다. 남단 갯벌은 송도 갯벌과 연결되는데, 영종도 알락꼬리마도요, 검은머리갈매기, 큰기러기, 노랑부리백로 등 다양한 멸종위기 철새가 발견된다. 한국물새네트워크 조사 결과를 보면, 200여종의 조류가 영종 갯벌을 찾고 있다.

그러나 영종 갯벌을 찾는 철새는 공항 확장과 준설토 투기 등으로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영종도에 살면서 환경교육사로 활동하는 함형복씨는 “영종도 북단 갯벌은 준설토 투기가 대규모로 이뤄지면서 물새 번식지가 많이 훼손된 상황”이라며 “한때 인천시가 갯벌 매립 계획을 세우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반전의 계기는 2021년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충남·전북·전남 일대 갯벌을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하며 2025년까지 영종을 포함한 인천 갯벌까지 자연유산 구역을 확대하라는 조건을 달면서부터다. 영종도 주민들로 구성된 영종국제도시총연합회(영종총연)는 지난달 31일 김정헌 인천 중구청장과 만나 영종 갯벌의 세계자연유산 등재에 힘을 실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영종 갯벌의 습지보호지역 지정, 영종 갯벌의 세계자연유산 등재 시 기대효과 연구, 갯벌 관광·생태교육 사업 예산 배정, 영종 갯벌 칠면초 군락 보전을 통한 관광 자원화도 함께 제안했다. 영종 갯벌의 세계자연유산 등재에 미온적이던 지방자치단체 분위기도 바뀌기 시작했다.

김정헌 중구청장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세계자연유산 등재는 주민 동의가 가장 중요하다. 인천시가 영종 갯벌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할 때 주민들의 의견을 모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등 돕겠다”며 “주민 동의가 이뤄진 뒤에는 영종 갯벌의 중요성을 알리는 활동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천 중구는 지난해 3월과 7월, 영종도 등 인천지역 갯벌의 세계자연유산 등재 추진에 참여할 것인지를 묻는 인천시의 공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갯벌의 세계자연유산 등재와 관련한 주민 경청회를 인천시와 함께 열었다. 주민 경청회는 관할 지자체가 개최를 희망할 때만 열린다. 영종 갯벌 보전 사업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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