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1 인터뷰] '대구 인자기' 고재현, 닮고 싶은 선수는 '양발잡이 손흥민'

김유미 기자 2023. 2. 3. 08: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베스트 일레븐=남해)

2022시즌, 대구 FC의 최다 득점자는 세징야도, 제카도 아니었다. 미드필더이지만 기가 막히게 골 냄새를 맡았던 '대구 인자기' 고재현이 13골로 에이스 역을 충실히 해냈다.

빼어난 위치 선정 덕분에 팬들은 고재현을 그의 성인 '고'와 필리포 인자기의 '자기'를 합성한 별명 '고자기'로 부르기 시작했다. 이번 시즌에도 그는 더 열심히 준비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는 각오다.

지난 1일, 대구는 약 한 달 동안의 남해 전지훈련을 마쳤다. 고재현은 10차례 진행한 연습경기에서 3득점을 올렸다. 3골 중 2골은 전주대를 상대로 한 전지훈련 마지막 경기에서 터졌다. 개막에 가까워질수록 득점 감각은 더욱 올라올 것으로 기대된다.

1차 동계 전지훈련을 마무리하며 고재현은 "한 달이 1년처럼 느껴졌다. 몸이 너무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동계 기간은 어쩔 수 없이 힘들기 때문에 훈련하며 잘 준비했다. 힘든 훈련 속에서도 부상 없이 잘 마무리했다는 점이 좋다. 뭐가 힘들고, 뭐가 안 힘들고 하는 것 없이 다 힘들더라. 다른 팀도 똑같이 힘들겠지만, 대구 훈련은 항상 힘들게 한다"라고 되돌아봤다.

지난 시즌, 최원권 감독은 감독 대행으로 팀을 이끌면서 강등 위기의 대구를 구해냈다. 힘든 시기를 보내는 동안 팬들의 집중포화를 맞았고, 팬들 앞에서 눈물의 호소로 반등을 약속했다. 이 모습은 고재현을 비롯한 선수들에게 큰 자극제가 됐다.

"버스 탔는데 감독님이 안 타셔서 '뭐지?' 하고 봤는데. 확성기를 들고 말씀을 하시더라. 그때 눈물 흘리시는 것을 봤다. 그 분위기는 말로 표현을 못 하겠다. '우리 때문에 감독님께서 이렇게까지 욕을 먹어야 하나' 싶었다. 절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전북전에 햄스트링이 안 좋아서 밖에서 경기를 보는데, 전북 선수들이 골 넣었는데 우리 서포터스가 응원해주시는 걸 보고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그 다음 경기가 제주전이었다. 그런 모습을 봤기 때문에 다시는 감독님의 저런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다."

그 일이 있은 직후, 고재현은 아픈 다리를 이끌고 제주 유나이티드전 출전을 강행했다. 당시를 떠올린 고재현은 "햄스트링이 파열돼서 경기를 거의 못 뛰는 힘든 상황이었다. 감독님께서 아프면 바로 말하라고, 할 수 있는 만큼은 해달라고 말씀하셨다. 감사했다. 지금 팀에서 나를 필요로 하는구나 싶었다.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서 참고, 약도 먹고 들어갔다. 그날 어쨌든 0-2 지는 상황에서 골도 넣고 어시스트도 해서 그 경기 이후로 우리가 반등을 시작했다. 제주전 골 넣고 팬분들 앞에서 소리 지르고. 그때가 기억에 남는다"라고 생생하게 회상했다.

부상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두려움보다는, 팀을 구하고 나를 믿어주는 이들에게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고재현은 "부상이 더 심해질까 두려웠지만, 그 두려움보다 강등권으로 가는 게 더 두려웠던 것 같다"라고 솔직하게 당시 심정을 고백했다.

그러면서 "경기장에서 어떻게든 팀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 더 찢어지더라도 이기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 전반에 통증이 계속 올라오더라. 후반전에 들어가서 골을 넣었더니 갑자기 아픈 게 생각이 안 났다. 너무 신나고 좋아서. 끝날 때쯤 되니까 2배로 아팠다. 절뚝거리면서 뛰고 나왔는데 긴장감이 풀리니까 엄청 아팠다. 형들은 장난치면서 꾀병 아니냐고 했다"라고 돌아봤다.

강등에 대한 두려움은 고재현을 움직이는 힘이었다. 또 다른 원동력이 있다면, 그건 바로 '팬'이다. 대구에서 학창시절을 모두 보내고 대구에 입단한 고재현은 진정한 '로컬 보이'다. 그는 스스로가 대구시민인 만큼, 더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고 했다. "더 열심히 해서 팬분들께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고, 스스로 속이지 않고 더 열심히 해야 하고 더 준비해야 해서 책임감이 생긴다."

팬이 고재현을 뛰게 만드는 외부 요인이라면, 스스로에게서 찾는 동기부여도 있다. 만족할 만한 시즌을 보낸 뒤 연말 시상식에서 동료들의 축하를 받으며 단상에 올라 상을 받고, 멋들어진 수상 소감을 이야기하는 상상이 바로 그것이다. 고재현은 "득점왕 생각은 없다. 그런데 시상식을 갔는데 그 분위기, 그리고 처음 정장을 맞춰 입고 그런 곳에 가보니 더 큰 목표가 생겼다. 단상 위에 올라 멋진 소감을 이야기하는 상상을 한다. 동계훈련을 하면서 힘들고, 몸과 정신이 지칠 때에 그런 생각을 한 번씩 더 하는 것 같다"라며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이야기했다.

어떤 수상소감을 준비하고 있는지 묻자, 고재현은 "시상식 갔을 때에 이청용 선수가 소감을 말하는 걸 듣고 굉장히 멋있다, 저렇게 나중에 멋있게 얘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책을 봤는데 '끌어당김의 법칙'이라고 있더라. 미래를 상상하면 현실로 이루어진다는 내용이다. 한 번은 경기 전에 '골을 넣고 이렇게 인터뷰를 해야지' 하고 간 적이 있는데, 진짜 골을 넣고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그런 상상만으로도 행복한 것 같다. 더 꿈을 좇기 위해 노력하는 거 같다"라고 답했다.

지난 시즌 13골을 터트린 고재현은 '고자기'라는 별명을 얻었다. 특유의 위치 선정은 인자기를 떠오르게 했다. 남다른 위치 선정의 비결은 따로 없다고 했다. 그저 세징야나 에드가 등 공격진이 볼을 잡을 때에 같이 더 뛰어주는 '성실함'이 득점의 비결이었다.

사실 인자기는 1999년생인 고재현 또래 선수들에게는 너무 먼 존재다. 요즘 선수들에게는 단연 '손흥민'이 최고다. '축구 스타들의 축구 스타'인 손흥민을 보면서, 고재현도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위치 선정 외에도 고재현은 손흥민과 같은 양발 사용 능력을 길러 발전을 꾀한다.

그는 "자연스럽게 손흥민 선수의 골 장면을 많이 본다. 조광래 사장님도 말씀하시는 게, 양발 훈련이다. 양발을 쓰면 골키퍼가 슈팅 타이밍을 잘 잡지 못한다며, 왼발 연습을 많이 하라고 하신다. 작년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했던 골 모음을 찾아 봤고. 훈련하기 전에 영상 보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하면서 들어가니 확실히 발전된 부분이 있는 것 같다"라고 손흥민 영상의 효과를 이야기했다.

이번 시즌 고재현은 두 자릿수 득점을 목표로 잡았다. 또 시상식에서 상을 받는 선수가 되는 것, 그리고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금메달을 획득하는 것이 2023년의 목표다. 더 나아가서는 A대표팀 승선까지 바라보고 있다.

고재현은 "(이)강인이 등 친구들이 월드컵에서 뛰는 것을 보며 더 동기부여가 된다. 대구에서 더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내 위치에서 열심히 하다 보면 꿈을 이룰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더 열심히 하자는 동기부여를 얻는다"라면서, 긍정적인 마음과 감사함을 품고 나아가겠다고 다짐했다.

글=김유미 기자(ym425@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축구 미디어 국가대표 - 베스트 일레븐 & 베스트 일레븐 닷컴
저작권자 ⓒ(주)베스트 일레븐.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www.besteleven.com

Copyright © 베스트일레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