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처럼은 안 되네…흔들리는 '라방'

김아름 2023. 2. 3.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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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라방 플랫폼 '보고' 사태 확산
수익성 확보 어려워…MAU 감소세
"이커머스의 보조 채널 그칠 것"
라이브커머스를 두고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그래픽=비즈니스워치

이커머스 업계의 구원자가 될 것으로 보였던 '라방(라이브 방송)'이 흔들리고 있다. 단발적인 행사로 고객을 끌어모으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이를 중장기적으로 붙들어 둘 후속 전략이 없다는 지적이다.

라방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유통 플랫폼이 운영하는 서비스만 살아남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라이브 방송만으로도 수익 창출이 가능한 중국 시장과 달리 국내 시장은 홈쇼핑 등 경쟁 플랫폼이 많아 독자적인 생존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라방 올인' 쉽지 않네

최근 이커머스 업계에서 가장 핫한 이슈는 라이브커머스 스타트업 '보고플레이'의 생존 여부다. 지난 2018년 삼성전자 내 사내 벤처 프로그램으로 시작해 독립에 성공한 보고플레이는 코로나19로 인한 모바일 쇼핑 급증, 라이브 커머스 시장의 확대에 힘입어 3년여 만에 누적 거래액 2000억원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에도 보고플레이는 꾸준한 성장을 이뤘다. 지난해 1분기 12만명대였던 월간 사용자 수(MAU)는 4분기엔 25만명까지 늘었다. 연말, 크리스마스 등 쇼핑 대목이 겹친 12월에는 처음으로 3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보고플레이는 초특가·캐시백을 내세운 라이브커머스 플랫폼이다/사진=보고플레이 인스타그램

하지만 지난해 말 보고플레이가 협력사 대금 지급을 미루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균열이 드러났다. 보고플레이에 따르면 입점업체에 지급하지 못한 대금만 300억원대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보고플레이가 회생절차를 밟을 것이란 추측도 나왔다. 보고 측은 자체 회생안을 통해 정상화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라이브 방송 업계의 선두 주자인 보고플레이가 갑작스럽게 무너지면서 업계에서는 '라이브방송 플랫폼'의 자생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나온다. 자체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코로나와 왔다가 코로나와 간다

라이브 방송의 급성장은 코로나19의 확산과 함께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재택근무 등의 영향으로 외부 쇼핑이 어려워진 소비자들이 모바일 쇼핑으로 몰리면서 이커머스 업계가 라이브방송 강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라이브 방송을 도입한 티몬을 비롯해 쿠팡, SSG닷컴, 롯데온, 네이버, 카카오, 11번가 등 주요 쇼핑 플랫폼들이 라이브 방송을 통해 스마트폰을 쥔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이커머스 쇼핑보다 자세하게 상품을 설명해 주고 추첨 이벤트 등 다양한 재미 요소를 곁들인 게 주효했다.

11번가의 라이브방송 LIVE11/사진제공=11번가

라이브커머스를 전문으로 하는 플랫폼도 생겨나 고속 성장을 이뤘다. 보고플레이와 비슷한 시기 론칭한 그립(grip)은 지난 2021년 카카오가 지분 48%를 1800억원에 인수하며 화제가 됐다. 지난해엔 티몬의 CEO였던 유한익 대표가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프리즘'을 선보였다. '뜨는 시장'이었다는 의미다.

2022년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월간 사용자 추이./그래픽=비즈니스워치

하지만 국내 쇼핑 시장이 코로나19 영향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지난해 하반기부터 균열의 징조가 보였다.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소비자들이 백화점·마트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실제 지난해 2분기 60만명에 달했던 그립의 MAU는 4분기엔 42만명대로 감소했다. 3월 론칭 후 6월 7만명대로 늘었던 프리즘의 MAU도 연말 들어 2만명대로 급락했다. 출혈 마케팅을 펼쳤던 보고플레이만이 하반기에도 방문자를 늘렸지만 그 결과는 '보고 사태'였다. 

'라방 시대' 멀었다

업계에서는 라이브방송의 성장성만큼은 높게 평가한다. 2021년 3조원 안팎이던 라이브방송 시장 규모가 올해 10조원대로 커질 것이란 예상도 있다. 2년 만에 3배 이상 성장하는 시장인 셈이다. 

다만 수익성에 대해서는 대부분 고개를 젓는다. 수익성보다는 마케팅·모객 효과를 노린 운영이 대부분이라는 설명이다. 중국의 경우 개인이 운영하는 라이브 방송이 많고 한 방송이 수백만 명의 구독자를 거느리며 막대한 수익을 내기도 하지만 국내에선 이같은 규모가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한 업계 관계자는 "스튜디오형 라방의 경우 제작 비용이 만만치 않아 탄탄한 기존 이용자나 기반이 없다면 수익성을 내기 어렵다"며 "기존 이커머스의 경우 라방 자체에서는 손해를 보더라도 마케팅·모객 효과를 노리고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굳건한 홈쇼핑 시장도 '라방'의 독립을 막는 요소다. 라이브 방송 콘텐츠에 필요한 노하우를 모두 갖고 있는 데다 바잉 파워, 스타 마케팅 등에서도 비교 우위에 있다. 이미 주요 홈쇼핑사들도 자체 앱 등을 통해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라이브 방송은 기존 채널의 보조적인 판매 수단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며 "유통의 여러가지 판매 방식중에 하나이지 메인이 되기엔 국내 시장이 작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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