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금슬금 몸집 키운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추가 환경훼손 우려

김윤주 2023. 2. 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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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군이 환경부에 제출한 ‘재보완서’
사업 면적·토공량·지형변화지수 증가
시민단체 “환경부가 부동의 결정 내려야”
강원 양양군이 추진 중인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를 반대하는 환경·시민단체 회원들이 2일 원주지방환경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앞서 이들은 지난달 26일 양양 한계령을 출발해 인제와 횡성을 거쳐 원주지방환경청까지 7박 8일간 135㎞를 걸어서 이동하는 도보순례를 했다. 연합뉴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추진 중인 강원 양양군이 지난해 말 환경부에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 재보완서에 기존보다 환경 훼손 우려가 더 큰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환경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오색케이블카 사업 추진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설악산 오색삭도 설치사업 재보완서 반영 비교표’를 보면, 지난해 12월 양양군이 원주지방환경청에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 재보완서에 담긴 사업 면적은 8만672㎡로 보완 전인 7만7112㎡보다 4.6% 증가했다. 헬기 이착륙장 등을 추가 포함하면서다. 상부 정류장 자체 면적은 1만9900㎡에서 1만9804㎡로 다소 줄었다. 토공량은 2만6026.5㎡에서 3만4317.2㎡로, 지형변화지수는 0.338에서 0.425로 증가했다. 토공량은 공사에 사용되는 모든 흙의 양을 말하고, 지형변화지수는 개발사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지형적 변화를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면적과 토공량, 지형변화지수가 증가하면 그만큼 환경 훼손 정도도 심해질 수 있다. 앞서 지난 2021년 원주지방환경청은 “지형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청구인(강원 양양군)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사업 면적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토공량을 줄여 지형변화지수를 준수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원주지방환경청이 2021년 4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환경영향평가서 재보완을 양양군에 요구하자, 양양군이 같은 해 7월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취소 심판을 청구한 것과 관련해 원주지방환경청이 제출한 답변서에 담겼다.

정인철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상황실장은 “이번 재보완서에 담긴 수치는 앞서 환경부가 부동의했을 때보다 더 환경 훼손이 심한 수치”라며 “이 수치를 고려하면 환경부가 이번에 다시 부동의 결정을 내리는 것이 상식적인 일이다. 오색케이블카 지역의 생물다양성은 개발사업으로 훼손됐을 때 더는 복원될 수 없다”고 말했다.

40년 넘게 시도된 케이블카 사업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양양군 서면 오색리와 설악산 대청봉 인근 봉우리 사이 3.5㎞ 구간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1982년 강원도가 설치를 추진하면서 논의가 시작됐는데, 당시 정부는 환경 훼손을 우려해 사업을 불허했다. 이후 논의가 이어지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위원회가 조건부 승인하면서 사업이 본격화됐다. 이듬해인 2016년 환경부가 양양군에 환경영향평가서 보완을 요구하면서 사업은 중단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인 2019년 5월 양양군이 보완을 거쳐 환경영향평가서를 다시 제출했지만, 같은 해 9월 환경부는 환경영향평가 부동의 결정을 내렸다. 양양군이 이를 취소해달라는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 2020년 12월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양양군의 손을 들어주면서 국면이 전환됐다. 하지만 환경부는 2021년 4월 산양에 위치추적기를 부착하는 등의 환경영향평가 재보완을 요구했다. 이에 강원도와 양양군이 반발하면서 원주지방환경청과 갈등을 빚었다. 같은 해 6월 국민권익위원회에 재보완 요구를 취소해 달라는 집단민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논의가 급물살을 탄 것은 이번 정부 들어서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오색케이블카 사업 정상 추진을 약속했고, 김진태 강원지사도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취임 최우선 과제로 꼽은 바 있다. 앞서 제기됐던 집단민원과 관련해 지난해 11월 권익위가 조정하면서 환경영향평가 협의 절차를 재개하게 됐다. 이에 따라 양양군은 지난해 12월 원주지방환경청에 재보완서를 제출했고, 원주지방환경청은 이르면 이달 중 검토 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단체 “확약서 시나리오대로 갈까 우려”

환경단체들은 앞서 국정감사 때 논란이 됐던 확약서 문제 등을 들어 환경부가 동의나 조건부 동의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앞서 환경부가 지난해 6월 사업자에게 상부 정류장 위치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긴 확약서를 써준 사실이 지난 국감 때 드러난 바 있다. 이는 환경영향평가 관련 법률에 의한 절차가 아니어서 이번 정부 들어 무리하게 케이블카 허가를 내주려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오색케이블카에 반대하는 환경단체인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은 지난해 11월 이 확약서를 작성한 환경부 공무원들을 원주경찰서에 고발했다.

박은정 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은 “환경부가 사업자에 유리한 확약서를 작성해줬고, 검토도 확약서 내용에 따라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부가 동의나 조건부 동의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돼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등은 이날 강원 원주지방환경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경부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환경영향평가에 부동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사업 추진 중단을 촉구하며 지난달 26일 양양 한계령휴게소에서 출발해 135㎞를 걸어 이날 원주에 도착한 도보순례단이 참석했다.

이들은 “설악산이 온전하게 보존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현재 검토되고 있는 환경영향평가서가 다시 부동의 되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환경부는 국민이 살아가는 환경과 한반도의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고, 국가 최상위 보호구역인 국립공원을 지정하는 주무부처다. 하지만 이를 부정이라도 하는 듯 환경부 스스로 환경영향평가 제도와 절차를 무시하고, 국립공원을 훼손하는 최일선에 나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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