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 엔화의 추락...“이제 OOO엔 이상 안 오를것” [한중일 톺아보기]

신윤재 기자(shishis111@mk.co.kr) 2023. 2. 3. 06: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3-2] 와세다대 국제학술원 박상준 교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엔화는 오랫동안 금, 달러처럼 소위 ‘안전자산’으로 인식됐습니다. 3년전 코로나 사태 초기 미국 주가가 급락했을 때처럼 위기 때마다 엔화에 대한 수요와 가치가 오르곤 했기 때문입니다. 달러, 유로, 파운드, 위안화와 함께 국제통화기금(IMF)의 SDR바스켓에 편입돼 있어 사실상 기축통화라고 평가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주지하다시피, 지난해부터 역대급 엔저가 지속되면서 엔화 안전자산 신화가 무너지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엔화 약세의 원인이 미일 금리차 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안전자산 이라던 엔화가 투기자금의 먹잇감이 됐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FT의 지적대로 엔화 투자 규모는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국내 거주자의 엔화 예금 잔액은 지난해 12월 기준 전년 대비 1.2조원 가량 불어났습니다. 엔화값이 다시 뛸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 입니다. 이에 4월 일본은행 총재의 교체와 함께 대규모 금융완화와 초저금리 정책 기조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눈길이 쏠리고 있습니다. 와세다대학교 박상준 교수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발췌.

Q. 안전자산, 준기축 통화라던 엔화, 근래 역대급 엔저에 투자 관심이 높아졌는데 어떻게 보나?
A: 개인적으로 위험자산이 된 엔화에 투자하는 건 권하진 않습니다. 엔화가 지난해 일시적으로 달러당 150엔이 넘기도 했죠. 물론 엔화가 굉장히 비쌌을때도 있었습니다. 2009년에서 2012년 사이 달러당 80엔대가 깨지기도 했습니다. 변동폭이 심한편 인데, 저는 엔화가 매우 강할 때도 엔화가 안전자산이고 기축통화라서 그렇다고 보진 않았습니다. 엔화가 강하거나 약한 건 항상 엔화에 대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됐거든요.

엔화는 강력한 수요의 근원이 있는데 일본은 해외 순자산이 4조 달러 이상 추정 됩니다. 이 중 많은 부분이 채권인데, 채권은 요즘 같은 고금리 상황에선 수익이 더 늘어나죠.

또 기업들이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생산시설을 많이 해외로 이전 했습니다. 현대 자동차의 경우 전세계 7개국에서 차를 생산하고 있지만, 도요타는 22~23개국에서 생산중이거든요. 훨씬 많은 나라에 침투해 있고 여기서 계속 소득이 발생하거든요. 이 소득은 특히 달러소득이 많습니다. 일본에서 이 달러 소득을 엔화로 바꾸려고 하는 순간에 엔화가 수요되는 건데요. 이런 강력한 수요의 근원이 있기 때문에 엔화 값이 비싸졌던 겁니다.

한편, 지금처럼 미일 금리차가 벌어지면 해외에 있는 달러자산을 갖고 올 필요가 없겠죠. 일본 금리가 너무 낮아서 해외 소득이 발생하면 해외에서 재투자하는게 더 나으니까요. 그러면 달러를 일본으로 안 갖고 들어오니까 달러 수요가 늘어나는 것이고요.

요컨데, 엔화는 수요와 공급이 항상 팽팽히 맞서고 있는데 이게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면 매우 엔고가 되거나 엔저가 되는데요. 이제 엔화가 매우 약할 수 있다는 걸 최근 경험을 통해 전세계가 알게 됐거든요. 또 과거와는 엔화의 위상이 달라지기도 했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엔화를 가수요해서 사놨다가 더 폭락하면 큰 손해를 본다는 경계심이 있어서 과거만큼 엔화를 가수요하진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때문에 예전처럼 엔화가 그렇게 강력해지진 않을 것이고 전세계 통화속에서 지금보다는 힘을 잃을 것이라고 봅니다. 이런 맥락에서 예전처럼 엔화가 달러당 100엔을 깨고 90엔되고 이런 걸 기대하시고 지금 엔화에 투자한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만약에 정말 엔화에 투자 한다 하더라도 달러당 115엔 정도까지 바랄 수 있다고 할까요. 그 이상은 어렵습니다.

Q. 4월 구로다 총재 교체 앞두고 일본은행의 양적 완화 정책에 변화가 있을까? 일본도 인플레 우려가 큰데 금리를 올릴까?
지난달 경제단체연합회에서 연설하는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
A: 총재 교체 이후에도 일본은행은 현재 금융완화정책을 유지할 거라고 봅니다. 지난해말 장기 국채 금리 변동 상한폭을 0.25%에서 0.5%로 확대했는데, 이때 사실상 금리를 올린것 이거든요. 또 국채 매입규모도 이미 예전보다 줄였어요. 이것도 변화를 준 것이죠. 구로다 총재가 시장에 큰 충격이 없도록 임기 종료 전에 미리 변화를 준 겁니다.

장기 금리 상한선이 0.5%까지 허용됐더니 엔화값이 달러당 130엔 까지 순식간에 가버렸습니다. 130엔 대에서 엔화 시장이 안정이 됐어요. 그래서 지금 포인트가 금리를 여기서 더 올리느냐 또는 국채 매입 규모를 더 줄이느냐는 것인데, 지금 상태가 계속되는 한 일본 은행은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럴 필요가 없거든요. 이미 한번 변화를 줬으니 당분간 그대로 갈 겁니다.

미국이나 한국이 금리를 올린 이유가 인플레가 너무 강해서 어쩔수 없이 올린 것인데요. 일본은 12월 물가 상승률이 4%까지 나오긴 했지만 미국이나 한국 보다 금리인상은 훨씬 큰 부담입니다. 매우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해 엔화가 다시 달러당 150엔을 향해 가고 물가 상승률이 6%까지 가지 않는 한, 일본은 긴축 정책을 취할 수 없습니다.

Q.기시다 총리 간판 정책 새로운 자본주의, 아베노믹스와 노선 달리하는 것 같은데 성공할까?
A: 정치인들이 하는 어떤 정치구호에 대해 개인적으로 신뢰하진 않습니다. 일단 새로운 자본주의라는게 아베노믹스하고 대치된다고 볼 수 없습니다. 아베노믹스 하면 소위 3개의 화살을 이야기 하지만 저는 대규모 양적완화가 거의 전부라고 봅니다. 그런데 대규모 양적완화는 새로운 자본주의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이죠. 왜냐하면 대규모 양적완화는 금융정책으로 일본은행이 담당하는 것이고, 기시다가 말하는 새로운 자본주의라는 건 정부의 재정 정책이니까요. 즉, 재무성이나 기시다 내각이 할 수 있는 정책이기 때문에 아베노믹스와는 결이 다릅니다.

기시다가 새로운 자본주의 이야기 하면서 분배를 강조하고 있죠.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이라든가 고용 안정, 임금 상승, 증세도 이야기 하고 있고요. 분배를 강조하는데 이것도 사실 일본이 지난 10년 동안 깨달은 것에서 나온 정책들 이거든요.

고용 안정, 임금 인상은 이미 아베 시대 때부터 이야기 했던 건데요. 기시다 총리가 선거에 나가야 되니까 뭔가 구호가 필요했겠죠. 새로운 자본주의라는 이름으로 자기 정책을 포장 한 겁니다. 이미 있던 정책들을 그대로 하면서 거기에 몇가지 조금 더 한 겁니다.

과거보다 조금 진전됐다고 평가할 수 있는 건 사실 하나 정도 밖에 없어요. 금융소득에 대한 세율을 높이겠다고 한 겁니다. 일본에서는 소득이 높아질수록 세율이 올라가는 근로소득과 달리, 금융소득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거든요. 그런데 또 이게 한국의 세금 전문가들이 보기엔 극소수를 대상으로 한 매우 작은 규모의 정책 개선 이거든요. 소득이 실제로 많은 사람들에게 누진적으로 더 많은 세금을 물리겠다는 방향에서 실행하는 것은 평가할 만합니다. 그런데 그 폭이 너무나 작아서 이게 어떤 보여주기 이상의 의지가 있는 건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다음 회에선 ‘일본의 자존심’ 도요타 등 일본 기업의 전망에 대해 들어봅니다. 하단 기자페이지 ‘+구독’을 누르시면 쉽고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인터뷰 영상과 더 자세한 내용은 매일경제 월가월부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