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본토서 날아온 B-1B… 北 “우리와 전면대결 불 지피는 것”

박수찬 2023. 2. 3.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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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2023년 첫 연합공중훈련
양국 국방장관회담 이튿날 전격 출격
오스틴 ‘전략자산 전개 강화’ 뒷받침
美 공군 F-22·F-35B 스텔스機도 동참
도발대비 확장억제 공약 재확인 성격
평양에 가까운 서해 상공서 훈련 실시
北 군사위협 지속 움직임 억제 의미도

미국의 전략자산인 B-1B 랜서 전략폭격기가 한반도에 투입됐다. 이른바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 폭격기의 전개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재확인하는 성격으로 풀이된다.

국방부는 한·미 공군이 지난 1일 미군 전략자산 전개하에 서해 상공에서 2023년도 첫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했다고 2일 밝혔다. 훈련에는 한국 공군 F-35A 스텔스 전투기와 미 공군 B-1B 전략폭격기, F-22 랩터 및 F-35B 스텔스 전투기 등이 참여했다. 훈련은 한·미 공군의 연합작전 수행 능력과 상호운용성의 증진에 중점을 두고 진행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연합공중훈련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강력하고 신뢰성 있는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미국의 의지와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연합 훈련하는 미국 B-1B 전략폭격기. 국방부 제공
훈련에 참가한 B-1B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엘스워스 공군기지를 출발, 한반도로 날아와 서해에서 실시된 연합훈련에 참가했다. 훈련 종료 후 B-1B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폭격기 기동군(BTF)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괌 앤더슨 공군기지로 이동했다. 폭격기 기동군은 역내 동맹국들을 지원하면서 적의 침략을 억지·저지하는 미 태평양 공군의 능력을 보여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B-1B는 최고 속도 마하 1.25(음속 1.25배)로 비행하며 전략폭격기 중에서도 가장 많은 60t 가까운 무장을 탑재할 수 있다. B-52, B-2와 함께 미국의 3대 전략폭격기 중 하나로 스텔스 기능과 장거리 전략 타격 능력 등을 갖춘 기종이다.

B-1B의 한반도 전개는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미군 전략자산 전개를 강화하기로 한 지 하루 만에 실시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양국 국방장관 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전략자산을 앞으로 더 많이 전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오스틴 장관 발언이 나온 직후 미 전략폭격기가 한반도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한국과 북한을 겨냥한 ‘전략적 메시지 전달’로 해석된다.
2일 칼 토머스 미국 해군 제7함대 사령관(왼쪽)이 한국을 찾아 우리 해군의 부산작전기지에 정박 중인 마라도함에 승선해 김명수 해군 작전사령관(오른쪽)과 대화하고 있다. 해군은 “두 사령관이 연합훈련 확대 등 최근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논의된 내용의 구체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해군 제공
한반도 유사시 북한이 핵·미사일을 공세적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큰 가운데 국내에선 미국의 확장억제력에 대한 신뢰성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북한이 핵탄두가 탑재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미 본토에 발사하는 경우 미국이 엄청난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한반도에 제대로 된 확장억제력을 제공할 수 있겠느냐 하는 의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오스틴 장관이 방한해 확장억제 실행력과 한국 방위 공약을 재확인한 직후 미 본토에서 태평양을 가로질러 B-1B 전략폭격기가 한반도에 투입됐다. 한반도 유사시 최단기간 내 전략자산이 미 본토에서 전개해 확장억제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함으로써, 한국 내에서 제기되는 자체 핵개발이나 핵공유 등 주장을 반박하고 한국 방위 공약과 확장억제 실행력에는 흔들림이 없다는 점을 드러내는 효과가 있다.

지난해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을 선보이며 도발 기조를 지속한 북한의 움직임을 억제하는 의미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은 전술지대지유도무기부터 ICBM에 이르는 다양한 미사일을 만들어 한·미·일을 위협해왔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제재와 경제난으로 공군력 증강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북한을 압도할 만한 수준의 공군력을 지닌 한·미가 미군 폭격기와 전투기를 띄워 연합훈련에 나선다면, 북한으로서는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된다. 특히 서해는 동해보다 평양에 더 가깝다. 서해에서 이뤄진 연합공중훈련을 북한이 위협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다만 실질적인 핵전력이 투입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오스틴 장관이 한국에 와서 확장억제 강화를 약속한 만큼 미국이 실질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것은 다 동원한 것 아니겠느냐. 특히 한국 내 확장억제 정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것을 의식해 약속이 최대한 신속히 이행된 측면은 있다”면서도 “다만 전술핵 등이 아닌 비핵 전력자산이 투입됐기에 여론을 달래기엔 충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지난 1일 북한 평양 야외극장에서 열린 청년들의 집단행사 모습.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일 이 사진을 보도함과 동시에 “평양에 거주하는 수많은 청년들이 건설공사 현장에서 일하겠다며 자원했다”고 전했다. 평양=노동신문·뉴스1
◆北 “우리와 전면대결 불 지피는 것”… 정비례 대응 내세워 도발 명분쌓기

북한은 한·미 연합공중훈련에 대해 “우리와의 전면대결에 불을 지피는 것”이라며 ‘강대강’ 맞대응을 예고했다. 도발 명분을 쌓으려는 북한의 시도로 한반도 긴장 고조가 우려된다.

북한은 2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낸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무분별한 군사적 대결 망동과 적대행위로 조선반도(한반도)와 주변 지역의 군사·정치 정세가 극도의 위험으로 치닫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확장억제를 위한 미국 전략자산 전개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최근 한반도에 미국 전략자산을 더 많이 전개하겠다고 한 발언을 인용하며 “조선반도 지역을 하나의 거대한 전쟁 화약고로 변화시키는 결과만 빚게 하는 미국의 위험천만한 기도의 집중적 표현”이라고 맹비난한 것이 대표적이다.

북한은 이날 정비례 맞대응과 군사행동이 있는 한 대화 불가라는 양대 대미 원칙도 밝혔다. 담화는 “미국의 그 어떤 군사적 기도에도 ‘핵에는 핵으로, 정면대결에는 정면대결로’란 원칙으로 초강력 대응할 것”이라며 “미국이 전략자산들을 계속 들이미는 경우 우리는 그 성격에 따라 어김없이 해당한 견제활동을 더욱 명백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적대시 정책과 대결노선을 추구하는 한 그 어떤 접촉과 대화에도 흥미가 없다”고도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우크라이나 전쟁물자 지원, 한·미 핵억제력 강화 등을 소재로 대미 비난 등 담화전을 전개하고 있는데, 그간의 경험적 사례에 비춰 2, 3월부터 본격적 전략·전술 핵무기 개발 준비 및 시험발사 실행이 예상된다”고 논평했다. 그는 “2월 대규모 열병식, 3월 한·미 군사훈련에 대한 강대강 맞대응, 4월 정찰위성 발사 등 행동으로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위기관리에 조금이라도 허점이 생길 경우 한반도에서 핵과 핵이 충돌하는 사태까지 벌어질 수도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점에서 극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안은주 외교부 부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한·미의 대화 제의를 거부하고 핵·미사일 도발 위협 등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것은 북한”이라며 위협 중단을 촉구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북한은 위협과 도발이 아닌 대화와 협력을 선택해야 하며, 담대한 구상에 호응함으로써 비핵 평화·번영의 한반도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대화에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미국 백악관도 북한 외무성 담화에 대해 1일(현지시간) “우리는 파트너들과의 역내 연합훈련이 북한에 대한 도발이 된다는 생각을 거부한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통신에 북한에 대한 적대적 의도가 없고 “북한 대표단이 편한 시간과 장소에서 만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며 대화 의지를 강조했다.

박수찬·구현모·김예진 기자,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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